해방된 세계, 해방된 옷, 24 FW 디올 컬렉션

명수진

DIOR 2024 F/W 컬렉션

디올은 24 FW 시즌 분위기를 확 바꿨다! 우선 런웨이의 세팅이 달라진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지속해온 통로형 형태를 원형으로 만들고 중앙에 대나무로 만든 갑옷 9피스를 장식했다. 이는 인도 뭄바이 예술가 샤쿤탈라 쿨카르니(Shakuntala Kulkarni)의 작품이다. 그는 여성의 몸과 공간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설치물을 만들어달라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요청에 따라 대나무로 갑옷 같은 구조를 만들고 여성 신체의 전투력을 표현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영감의 출발점은 1967년에 선보인 하우스 최초의 기성복 컬렉션이었다. 이른바 ‘미스 디올(Miss Dior)’이라고 명명된 컬렉션으로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보앙(Marc Bohan)과 그의 어시스턴트 필립 기부르제(Philippe Guibourgé)는 함께 기존의 오트 쿠튀르와는 달리, 일하는 여성들이 자신이 번 돈으로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성복 라인을 만들었다. 60년대, 전통적인 여성의 성 역할이 해방되고, 여성의 신체와 패션에 대한 태도도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이것이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고객을 위한 새로운 실루엣’이라고 설명했다. 디올 최초의 기성복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은 직선적이고 기능적이다. 디올을 상징하는 뉴욕(New Look)과 비교하면 편안한 느낌은 더 잘 느껴질 것이다. 잘록한 허리와 둥근 엉덩이가 특징인 우아한 디올의 바 재킷의 자리를 블랙, 카멜, 화이트 컬러의 트렌치코트, 박시한 재킷, 터틀넥, 미니스커트, 셔츠, 팬츠 슈트 등 기능적인 의상들이 채웠다. 대담한 미스 디올 그라피티 로고는 모던함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그라피티는 68년 5월 파리를 뒤흔든 학생 시위를 형상화한 빈티지 스카프에서 영감을 받아 슬로건 스타일로 디자인한 것이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보한이 전통적으로 부르주아 아이템인 실크 스카프를 전복시킨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금색 공 모양 힐이 달린 가죽 버클 부츠와 사각 토우의 메리제인 슈즈가 눈길을 끌었고, 길게 늘어뜨린 목걸이, 페도라, 각진 핸드백 등 중성적인 액세서리가 새로운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새로움은 계속 이어졌다. 1947년에 디올 하우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레오퍼드 프린트를 활용해 트렌치코트, 스커트 슈트, 니트, 더블 버튼 재킷 등을 선보였다. 데님 소재로 만든 재킷과 스커트, 팬츠 시리즈도 시선을 끌었다. 둘다 모두 캐주얼한 의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날레는 메탈릭한 플래퍼 스타일의 프린지와 니트 소재의 이브닝 룩으로 마무리했다. 캐주얼한 이번 시즌, 비즈를 빼곡히 장식한 칼럼 드레스(column dresses)는 유독 더 눈에 띄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디올에서 마크 보양의 작업은 어떤 면에서는 과소평가되었지만, 나는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당시 여성들이 그들의 삶의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하는 순간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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