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말을 탈까, 오토바이를 탈까? 24 FW 에르메스 컬렉션

명수진

HERMES 2024 F/W 컬렉션

파리에 비가 내린 지 약 13일째. 파리 패션위크 6일차에 열린 에르메스는 컬렉션 베뉴인 파리 4구 프랑스 국립 헌병대 내 승마장(la Garde Républicaine) 내부에 다시 한번 비를 뿌렸다. 런웨이 중앙으로 시원하게 물줄기가 쏟아졌고, 80년대 포스트 펑크 그룹인 로메오 보이드(Romeo Void)의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에르메스는 예전보다 훨씬 더 대담하고 도발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아티스틱 디렉터 나데주 반 시불스키는 ‘더 라이더(The Rider)’를 테마로 전통과 현재를 뒤섞었다. 즉, 자신의 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에 버킨백을 싣고 질주하는 새로운 세대의 에르메스 고객을 떠올리며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설명이다.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독보적인 가죽 퍼레이드로 시작했다. 버건디, 레드, 브라운, 블랙, 그레이, 올리브그린 컬러 팔레트의 가죽으로 정교한 바이커 재킷, 카 코트, 트렌치코트, 집업 보머, 피 코트, 슬림스커트, 피나포어 드레스(Pinafore Dress), 부츠컷 팬츠 등을 선보였다. 에르메스의 라이딩 부츠와 카우보이 앵클부츠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죽으로 무장하고, 지퍼와 스터드 디테일로 쿨한 바이커의 에지를 더했다. 나데주 반 시불스키가 꾸준히 강화해온 니트웨어 컬렉션을 비롯해 클래식한 코듀로이와 핀 스트라이프 울로 만든 승마 재킷과 하이 웨이스트 팬츠가 귀족적 우아함을 더했다. 크롭 캐시미어 스웨터와 터틀넥이 터프한 바이커 스타일과 전통 승마복 사이에 부드러운 가교 역할을 했다. 에르메스의 실크 원피스는 런웨이를 장식하는 물줄기처럼 잔잔한 물방울 모양의 패턴을 비롯해 클래식한 문양까지 과시하지 않는, 은은한 분위기로 선보였다. 클래식한 버킨 백이 어느 때보다 자주 등장했고, 손에 쥐듯이 든 토트와 클러치, 벨트에 장착된 미니 백이 스타일링에 방점을 찍었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나데주 반 시불스키는 에르메스의 관객뿐 아니라 처음으로 컬렉션을 찾은 다섯 살 딸에게도 흠잡을 데 없는 컬렉션을 선사했다.

영상
Courtesy of 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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