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 24 FW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

명수진

GIORGIO ARMANI 2024 F/W 컬렉션

2월 25일 일요일, 영화감독 샘 테일러 존슨이 아쿠아 디 지오 향수의 글로벌 앰베서더이자 남편인 애런 테일러 존슨과 함께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이 열리는 보르고누오보(Via Borgonuovo 21)를 찾았다. 그녀가 만든 에이미 와인하우스 전기 영화 <백 투 블랙(Back to Black)>이 곧 개봉 예정이라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 바로 옆에는 오스카 수상자이자 누구보다 매니시한 슈트를 잘 소화하는 ‘슈트 장인’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그린 컬러의 벨벳 슈트를 입고 참석해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뽐냈다. 케이트 블란쳇은 테일러 존슨 커플과 바로 옆자리에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이처럼 게스트의 면면조차 우아한 공기 속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밤의 정원에서(In the Night Garden)’를 테마로 어둠 속에 핀 꽃을 패션으로 선보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겨울에는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겨울의 꽃을 만들었다. 어두운 겨울 소재와 밝은 꽃의 대조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꽃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바로 희망. 80년대와 90년대, 포토그래퍼 알도 팔라이(Aldo Fallai)가 촬영한 아르마니 캠페인의 얼굴이었던 지나 디 베르나르도(Gina di Bernardo)가 오프닝을 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나 디 베르나르도를 위시한 모델들은 40여 년 전 런웨이 모델들이 그랬던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런웨이를 걸었다.

플라워 패턴이 놓인 시폰과 새틴 소재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비롯해 튤 소재의 풀 스커트에는 밑단에서 허리를 향해 올라가는 야생화 아플리케를 장식하여 밤의 정원을 꾸몄다. 핑크, 버건디, 그린 컬러의 플라워 모티프는 옷뿐 아니라 모자, 구두, 벨트 등의 액세서리까지 얹어졌고, 수많은 반딧불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크리스털 장식과 잠자리 문양이 생명력 넘치는 밤의 정원을 완성했다. 주얼 컬러의 벨벳 소재, 산퉁 실크, 시폰, 시어링한 양털과 모피 등 그야말로 아낌없는 소재 사용이 화려한 밤의 꽃을 돋보이게 했다. 한편, 꽃자수를 빈틈없이 놓은 블랙 코트나 핑크 시폰 가운은 한복의 전통 활옷을 연상케해서 흥미로웠다. 만다린 칼라, 가운, 숄, 하렘팬츠, 오비벨트 등 오리엔탈적인 아이템에 아노락, 카고 팬츠, 조드퍼즈 등 스포티한 요소와 턱시도 등 매니시한 테일러링을 믹스 매치해서 아르마니 다운 개성을 만들어냈다. 피날레에 등장한 트라페즈 라인의 블랙 드레스, 에메랄드 컬러의 벨벳 드레스 등은 드레스 왕국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품위 넘치는 아이템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1975년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론칭한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스스로 탐색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 오는 7월에 90세가 되는 그는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열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Giorgio Ar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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