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리조트에서 우아하게 고립되기

권은경

몰디브에 간다는 건 몰디브에 있는 어떤 리조트로 향한다는 의미다. 그곳에서 하나의 섬은, 하나의 리조트다.

가까이 마주한 두 곳, 아난타라 벨리 몰디브 리조트와 아난타라 디구 리조트는 이렇게 초대 인사를 보낸다. ‘당신이 선택한 섬에서 당신의 리듬을 찾으세요. 세상과 떨어진 채, 그늘진 해먹에 누워 있거나 바닷속을 천천히 표류하면서 게으른 날들을 보내시고요.’

몰디브는 친숙한 이름이면서, 각자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천국 같은 이름이기도 하다. 발리나 하와이도 한국인에게 친숙한 여행지이지만, 아직 그곳에 가보지 못한 누군가에게 ‘미지의 세계’처럼 다가오는 이름은 아니다. 중국이나 스리랑카, 혹은 중동 국가를 경유하여 꽤 긴 시간 비행해야 한다는 물리적 거리감과 몰디브가 몰디브이기 때문에 생기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그곳을 더욱 ‘저 멀리, 특별한 세상’으로 만든다. 그러나 비행 일정을 잘 고른다면, 경유지에서의 시간까지 포함해도 서울에서 파리에 갈 때보다 더 짧은 시간에 다다를 수 있는 곳이 몰디브다. 구글 맵으로 몰디브의 위치를 확인하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상상 속의 그곳은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그리 멀지 않다. 적도와 가까운 인도양 북부, 한국과의 시차는 4시간. 하나의 큰 섬이 아니라 약 1,190 여 개의 작은 산호섬이 점점이 흩어진 채 무리를 이루는 지역이며, 이중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200개 정도. 몰디브에선 섬과 섬이 각자의 작은 세상으로 평화롭게 존재한다.

몰디브에 간다는 건 몰디브에 있는 어떤 리조트로 향한다는 의미다.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 콘셉트는 몰디브가 세계적으로 럭셔리한 여행지가 되는 데 기여한, 독특한 환경 조건이다. 수도인 말레의 벨레나 국제공항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30분, 아난타라 벨리 몰디브 리조트(Anantara Veli Maldives Resort)에 도착했다. 수상 빌라들이 나무 데크를 따라 쭉 도열한 모습은 여느 휴양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몰디브다운 이미지다. 침대에서도, 욕조에서도 한없이 투명한 바다를 마주할 수 있지만, 이런 수상 빌라의 매력은 슬렁슬렁 야외 데크로 걸어 나가 거기서 바로 바닷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발바닥이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모래를 부지런히 밟고 싶다면, 백사장 위에 바로 자리 잡은 객실 타입인 ‘비치 풀빌라’를 택하는 것도 좋다. 이 리조트의 빌라 중 가장 고급스러운 6개의 새로운 비치 풀빌라에서는 정원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스타일의 침실에서 몇 걸음 나가면 해변이다.

식사는 물론, 물과 땅을 기본으로 한 각종 액티비티, 웰니스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이 이 안에서 시작하고 해결되니 탐험할 것도 많다. 바로 옆에 바다가 있으며 열대나무 숲 품 안에 있는 테니스장, 탁구와 페탕크와 대형 체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테크노짐’의 온갖 기구로 채워진 피트니스센터, 바다를 향한 파빌리온에서 하는 요가나 사운드 힐링 테라피 등등. 도시가 아닌 이런 평화 속에 머무는 자연 요법사나 라이프스 타일 코치에게 ‘밸런스 웰니스 바이 아난타라(Balance Wellness by Anantara)’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휴식을 위한 정원에 웅장한 야자수가 있는 스파 시설은 이미 평화로운 이 리조트 안에서도 또 다른 치유의 오아시스처럼 숨어 있다.

아난타라 벨리 몰디브 리조트엔 처음 봤지만 이상하게 친밀감이 느껴지는, 여러 나라 출신의 직원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카약을 탄 어느 커플 투숙객이 저 멀리 버기를 몰고 가는 직원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바다 위에서 손 흔드는 장면은 이 리조트의 공기가 어떠한지 느끼게 한다. 몰디브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 중 PR 총괄 매니저가 들려준 한 대목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간혹 밤하늘의 은하수를 볼 때가 있어요. 이곳에서 매일 일상을 보내니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에요.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우리끼리 여전히 감탄하고 신기해하고 그래요(웃음).” 여기엔 바다에서의 액티비티를 위한 스포츠 파트너뿐 아니라 해양 생물학자도 상주한다. 그녀를 따라 ‘산호 플랜팅’을 체험하면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동참할 수도 있다. 양식장에서 양식을 하듯이 죽은 산호 부스러기들을 줄에 매달아 바닷속에 고정해두면 산호가 서서히 회복되고 다시 자란다. 물고기들에겐 산호가 집이라, 산호의 건강은 바닷속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다. 섬 하나가 이 럭셔리한 리조트의 터이기도 하므로, 아난타라처럼 전 세계에 45개 이상의 호텔을 보유한 규모 있는 브랜드라면 서식지를 보존하는 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몸을 다친 채 떠밀려온 대왕거북이를 치료하기 위해, 거북이를 안전한 상태로 도시에 보내는 것 또한 직원들이 기꺼이 하는 일이다.

이 ‘옆 동네’엔 아난타라 디구 몰디브 리조트(Anantara Dhigu Maldives Resort)가 있다. 마음먹고 헤엄치면 언젠가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 자제하고서 배를 타고 움직이면 1분 거리다. 두 리조트의 큰 차이라면 벨리는 성인 전용 리조트, 디구는 어린이도 투숙할 수 있어 가족 단위로 방문할 수 있는 리조트라는 점이다. 그래서 디구의 규모가 벨리보다 좀 더 크다. 110개의 스위트와 빌라에는 투숙객을 위한 자전거가 비치되어 있다. 성인 여섯 명까지 투숙 가능한 ‘투 베드룸 아난타라 풀빌라’나 성인 네 명과 아이 한 명이 머물 수 있는 ‘투 베드 룸 패밀리 비치 풀빌라’는 대가족 단위 투숙객에게 인기다. 이 리조트의 스파 시설은 물 위에 있는 여섯 개의 트리트먼트 스위트를 기본으로 스팀룸과 사우나, 냉수와 온수 풀, 심지어 키즈 스파까지 갖췄다. 겁낼 것 없이 선생님과 함께 패들보드를 타고 수평선 방향으로 나아가보거나, 아이와 함께하는 투숙객이라면 아이들도 참여 가능한 서핑 강습인 ‘라군 레슨’을 이용해도 좋겠다. 몰디브의 건기인 11월부터 4월 사이, 성수기에 해당하는 시기인 1월 어느 날에는 친구들끼리 여행 온 듯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어떤 이들은 백사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숙소 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지켜보고, 액티비티를 많이 하기보다 이 모든 환경에 둘러싸인 채 게으르게 시간 보내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전투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먹고 마실 때다. 아난타라 디구의 투숙객은 아난타라 벨리의 레스토랑도 이용할 수 있다. 오직 먹을 것을 향해 작은 배를 타고 머리카락 휘날리며 인도양 위를 떠가는 그 경건한 경험이란. 맛난 저녁 식사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빌라로 돌아가는 길이면, 자연스레 별이 깨알같이 박힌 하늘로 눈길이 갈 것이다. 폰을 손에서 놓을 새 없는 도시에서는 줄곧 고개를 숙이지만, 여기서는 해가 지면 머리가 자꾸 위를 향한다. 리조트의 사방은 드넓은 바다다. 그리고 느끼게 된다. 이런 섬에 갇히는 일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사진
ANANTARA VELI MALDIVES RESORT, ANANTARA DHIGU MALDIVES RE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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