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한 옷 입기, 24 FW 몰리 고다드 컬렉션

명수진

MOLLY GODDARD 2024 F/W 컬렉션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 몰리 고다드는 런던 레진트 파크(Regent’s Park) 근처 영국 민속 음악 및 무용 공연장인 세실 샤프 하우스(Cecil Sharp House)에서 컬렉션을 열었다. 얼마 전, 둘째 아기를 출산한 디자이너 몰리 고다드는 자신의 이베이 와치 리스트(Watch List)가 이번 컬렉션의 영감 중 하나였다며 ‘현재는 와치 리스트가 거의 아동복으로 되어 있다. 주로 카우걸 스타일이고 오일릴리(Oilily), 나프나프(Naf Naf) 같은 브랜드 제품들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몰리 고다드는 이처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한 아동복의 영감을 몰리 고다드 초창기 실험정신 가득했던 아카이브 컬렉션, 그리고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와 크리스찬 디올로 상징되는 1960년대 이브닝 웨어와 거대한 볼 가운 실루엣에 대입해 보면서 24 FW 컬렉션을 구상했다.

컬렉션의 베뉴인 세실 샤프 하우스의 메인홀에 걸린 거대한 벽화는 위트 넘치는 컬렉션의 멋진 배경이 되었다. 이는 아티스트 이본 히친스(Ivon Hitchens)가 1954년에 3년 동안 완성한 것으로, 신화 속의 숲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추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몰리 고다드는 쇼킹 핑크 컬러로 컬렉션의 문을 열었다. 브랜드 특유의 작은 러플을 수천, 수만 겹으로 만든 일명 ‘블룹(blobs)’ 드레스와 원피스는 작은 리본 끈, 저지 소재, 라운드넥 디테일 같은 요소를 통해 보다 캐주얼하고 편안한 느낌을 냈다. 신축성을 가미하고 여밈 또한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끈으로 묶는 타이(Tie Fastenings) 방식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소녀가 패션을 통해 꿈꿀 법한 판타지가 런웨이에 고스란히 구현했다. 체리 레드에 레몬, 바이올렛에 빛바랜 레드 등 사랑스러운 컬러의 빈티지 도트 프린트를 비롯해 장미꽃처럼 만든 아플리케 장식을 튤 드레스와 니트 풀오버에 아낌없이 장식했고, 사랑스러운 웨스턴 카우걸 프린트가 셔츠, 코트, 팬츠 등에 놓여 순수하고도 천진난만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이어졌다. 디자이너 몰리 고다드의 언니인 엘리스 고다드가 담당한 스타일링 역시 유머러스한 상상력이 가득했다. 로우 웨이스트의 벌키한 캐시미어 스웨터에 샤 스커트와 메리제인 슈즈를 매치한 스타일링은 전형적인 걸리시 스타일이었고,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몰라 마음대로 걸쳐 입은 옷처럼 속옷과 겉옷을 뒤집어 입은 듯 스타일링한 것도 위트 있었다. 털실을 꼼지락꼼지락 작은 루프처럼 엮어서 만든 것 같은 카디건을 여성스러운 러플 스커트와 믹스 매치해 엄마의 옷장에서 노는 어린아이를 떠오르게 한 아이디어도 사랑스러웠다. 네온 브라이트 계열의 레드, 핑크, 와인, 머스터드, 오렌지, 바이올렛 등 현란한 컬러 팔레트가 눈을 시원하게 밝혔고, 태어난 지 11주 밖에 안된 몰리 고다드의 딸이 아빠의 품에 안겨 이를 지켜봤다.

영상
Courtesy of Molly God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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