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린 짝사랑에 대한 반성 일기 5

김소라

소중한 짝사랑을 망친 후에 쓴 5가지의 반성 일기들

집착

혼자만의 사랑이 서서히 싹터가는 시기,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 것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 자주 찾는 동네, 친한 친구들 등등. 이 모든 것을 탐색하기 좋은 창구가 있었으니, 바로 SNS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가서 상대방이 올린 스토리를 확인하고, 누가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하는 집착 증세는 좋지 않았다. 집착은 사랑을 기형적인 방식으로 키우고야 말았다. 그런 방식으로 수집한 정보가 정작 상대방과의 대화 중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기까지. 집착의 끝은 파국으로 끝맺었다.

빠른 속도감

경험상 짝사랑을 끝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속도전이었다. ‘오늘 봤지만 내일 또 보고 싶어.’, ‘주말에 봤는데 다음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등등 참을 수 없는 마음과 감정이 결국 행동으로 나타나 버렸다.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려간 그 끝엔 ‘부담’과 ‘의아함’만이 남았을 뿐.

주변 지인 총동원

설렘 가득한 초반에는 누구에게라도 나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런 말들은 언제나 사랑의 사이즈를 키웠다. 주변 사람들의 살뜰한 카운슬링과 조언은 없던 용기도 생기게 만들었으니까. 어느새 그들은 기약 없는 짝사랑이란 배에 함께 탑승해 열심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사랑을 하는 주체는 내가 되었어야 했다. 아바타처럼 지인들이 주는 미션을 수행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았다. 그 옛날 예능 방송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처럼 이어폰을 꼽고 상대방을 만날 게 아니라면, 지인들에게 당신의 사랑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묻지마 들이대기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애정은 때때로 필요 없는 용감함을 만들어냈다. 부담스럽게 티를 내고, 다짜고짜 인위적인 만남을 만들어 낸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짝사랑엔 빨간 신호가 켜져있었다. (그린 라이트가 아닌) 시뻘겋게 달아 오른 적신호는 두 사람의 관계를 민망함과 의아함으로 몰고 갔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길 없는 것이 짝사랑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나친 마음 표현은 언제나 역효과를 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첫눈에 반해 광란의 사랑을 할 수 있다. 드라마의 명언처럼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다.’ 하지만 ‘은은한 사랑은 미친 사랑보다 결과가 좋다’는 진리 역시 잊지 말 것!

망상

짝사랑은 언제나 망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사람도 혹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왜 이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지?” 등등. 작은 행동이나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상상에 상상을 더해 망상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꾸만 그 사람 생각이 나고,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와 함께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망상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치명적이었다. 평소에 듣지 않던 흘러간 발라드마저 모두 다 내 이야기 같고 구구절절 마음을 후벼 판다면 이미 망상 말기에 다다른 것. 망상을 멈출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고백 뿐이었다. 더는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고백에 따른 상대방의 반응으로 슬픈 짝사랑을 끝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기에..

프리랜스 에디터
김소라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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