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D.P.'의 정해인, 구교환 화보 &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극렬하게 보낸 한철 (정해인, 구교환)

2021-08-17T20:34:03+00:002021.08.24|FEATURE, 피플, 화보|

 아시아 전역으로 넓게 인지도를 키워간 정해인, 한국 영화계에서 눈에 띄는 속도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구교환. 쉼 없이 연기에 매달렸던 두 배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 함께 누군가를 쫓는다. 

정해인이 입은 케이프형 재킷과 팬츠는 발렌티노, 워커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구교환이 입은 카키색 보머 재킷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샵 멘, 안에 입은 블랙 재킷과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 스터드 포인트 레더 팬츠는 벨앤누보 제품.

정해인과 구교환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먼저 정해인을 떠올려봤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오래전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평범한 대사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시나리오 작가 이숙연은 김고은의 입을 빌려 정해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어쩜 그렇게 웃어?” 연기도 잘해서, 그 싱그러운 웃음을 쓰다듬고 싶게 만드는 청춘 배우.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종영한 직후 만난 정해인에겐 ‘뿌리가 단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영화계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독립영화계의 스타’ 칭호를 부여받는 인물이 등장한다. 구교환은 연기를 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편집도 하는 멀티플레이어적인 영화인이다. <꿈의 제인>의 미스터리한 트랜스젠더 제인을 잊지 못하는 관객이 쌓여갈 때, 구교환은 욕망에 젖어 불안한 직진을 하는 악역으로 대작인 <반도>에 나타났다. 연이어 제작비 200억원 이상을 들인 <모가디슈>와 이미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킹덤 : 아신전>의 출연 배우가 됐고, 그것들을 관객이 채 소화하기도 전에 새 작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독립영화계의 스타’라는 흔한 수식어가 번지는 속도보다 그가 플랫폼의 종류도, 제작 사이즈도 다양한 작품에 투입되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지 않았을까? 구교환은 ‘그 정체가 궁금한 사람’이었다.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전역으로 ‘넓게’ 인지도를 키워간 정해인, 놀랄 만한 가속도로 단연 ‘뾰족하게’ 솟아오른 구교환. 자장이 다르다고 느낀 두 배우가 만난 작품은, 한국 작품이 나름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통해 태어났다. 8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D.P.>는 총 6회분의 넷플릭스 시리즈다.

라펠이 없는 재킷과 프린트 블라우스는 디올 맨 제품.

<더블유>의 ‘드로잉터뷰’라는 유튜브 촬영을 시작으로 인터뷰를 마치기까지 2시간 40분 동안, 구교환은 총 51차례에 걸쳐 가벼운 개그를 구사했다. <킹덤> 얘기를 하며 구교환에게 “그런데 좀비가 뛰는 건 반칙 아닌가요? 원래 좀비는 어기적어기적 걷는 존재인데 언젠가부터 영화에서 좀비들이 빨리 뛰기 시작해서 너무 무서워요”라고 했을 때는 ‘기자님, 어쩌라고요’ 하는 표정을 짓는 대신 이렇게 말해주는 식이다. “트렌드란 돌고 돕니다. 언젠가 걔들도 다시 침착해질 날이 오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말과 말의 사이에 위트라는 잽을 넣는 구교환식 화법이 흐르면, 경직될 수 있는 이야기도 부드러워진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라는 구분은 영화를 만들거나 투자 배급하는 분들이 시스템 안에서 하는 거지, 연기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작업에서나 똑같거든요. 노개런티로 출연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촬영할 수는 없잖아요. ‘오케이, 감독님, 일어서서 촬영하려면 3만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웃음) ‘저는 이제부터 2만원 어치 연기를 선보이겠습니다’ 같은 연기의 시가가 존재하지 않듯이, 작품 규모에 따라 몇억원짜리 연기와 몇만원짜리 연기가 따로 있지 않아요. 결국엔 그 모든 작품이 배우의 아카이빙이 되는 거죠. 연기는 셈이 없이 다가가야 해서 재밌는 작업 같아요.” 구교환은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유머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 그 마음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그런 모습에 위로받을 때가 있어요. 상황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서요. 저도 그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스포티한 빈티지 점프슈트는 벨앤누보, 흰색 셔츠는 피안 제품, 벨트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해인과 구교환은 서로가 말을 할 때면 경청했다. 표정에서 애정이 더 묻어났던 건 정해인 쪽인 것 같다. 정해인은 구교환식 화법에 진심으로 웃음을 터뜨리거나 형의 말을 다정하게 이어받아 에피소드를 끌어내며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건 그 이야기의 재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한자리에 어우러지고 경쾌하게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수록, 쉽게 짐작되지 않았던 이들의 호흡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D.P.는 헌병대에서도 탈영병을 잡는 보직인 ‘군무 이탈 체포조’를 뜻한다. 군필자들도 그 존재를 아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낯선 보직이다. 막 입대해 군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D.P.로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와 조장이자 상병인 한호열( 구교환). 아직은 소년 같은 이병과 여유롭고 능글능글한 태도의 상병은 팀을 이뤄 탈영병의 작은 흔적을 찾아 전국을 헤맨다. 이 과정에서 펼쳐질 두 인물의 콤비 플레이를 상상할 수 있다.

검정색 코트와 하네스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제가 느낀 준호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뜻대로 잘 안 돼서 결국 군대를 선택한 것 같아요. 군대로 도망을 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러다 여러 사건과 환경을 마주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해가요. 거기엔 한호열 상병이라는 존재의 영향도 커요.” 정해인이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구교환이 맡은 인물을 언급하며 끝맺자, 구교환은 뭔가 번뜩 떠오른 듯 반응했다. “어떤 점에서는 영화 <파이트 클럽> 같다고 느꼈어요. 한호열은 혹시 안준호의 상상이 만들어낸 인물이 아닐까 싶은.” 이건 실제 대본의 내용과 상관없이 함께 부대끼며 연기한 배우들이 연상한, 내밀한 화학 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맞아요, 형과 촬영장에서도 이 얘기 한 적이 있어요. 한호열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인데 안준호에게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이거나 상상 속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말을 나눴거든요.” 다시, 구교환은 자신이 맡은 인물에게 거리를 둔 분석자의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호열이가 준호를 감싸고 있는 막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참 재밌는 경험인데, 해인이와 같이 연기하면서 우리가 서로 다른 인물이지만 ‘저 캐릭터가 어쩌면 나 같다’ 할 때가 있었어요. 만약 작품에서 우리 둘의 호흡을 좋게 봐주신다면 바로 그 부분 때문일 거예요.”

베스트 재킷과 팬츠는 티/센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 제품,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 작품은 물론 군대와 군 문화를 주 배경으로 하지만, <D.P.>를 군대물이라고 하는 건 드라마의 세계를 좁히는 일이다. 탈영을 ‘결정’한 이들이 ‘왜’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에 관한 여러 갈래의 서사, 이병 안준호가 그 상황들에 직면하면서 내적, 외적으로 점차 변해가는 과정, ‘군인 잡는 군인’의 정체성, 추리와 추격의 요소까지, 이야기가 담을 것과 이야기에 묻어나는 면면은 ‘군대’보다 크기 때문이다. <D.P.>는 누적 조회수 천만 뷰를 넘긴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실제 D.P.병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고, 웹툰을 내놓을 당시 이런 소개말을 덧붙였다. ‘이것은 내가 누군가의 아들을, 형제를,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보도자료에 있는 표현에 따르면,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를 해체하고 재조립해 더욱 깊어진 6회분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각본은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이공동으로 썼다.

웹툰을 본 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는 정해인은 어느 순간 주인공 안준호의 시점에 밀착해 말을 했다. “누군가를 잡으러 가기에는 그 사람도 아직 미완성의 존재일 수 있거든요.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고, 전문가도 아닌데 다른 사람을 잡으러 갈 때… 그 공포와 두려움이 있어요.” 시리즈가 공개되면, 1회에서의 정해인과 마지막 회에서의 정해인을 특히 기억하며 보고 싶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녔을 어린 청년의 얼굴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복싱을 연습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최대한 원 테이크로 찍으려다 보니 꽤 시간을 들여 합을 맞춘 기억이 나요. 같이 복싱을 한 이준영 배우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운동하면서 가까워졌어요. 액션도 잘하고, 춤도 추고, 몸을 잘 쓰는 친구라 제가 많이 의지했죠.” 연출자는 작품의 핵심적인 정서를 배우와 나누기 위해 각자의 스타일로 전달하기 마련이다. 구교환은 감독이 한 이야기 중 한 대사에 ‘힌트’ 가 있다고 생각했다. “극 중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우리가 형사도 아니고.’ 딱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나서야 바로 이 대사가 우리 이야기를 관통하는 말 같다고 느꼈어요.” <D.P.>에는 콤비인 정해인과 구교환 외에 김성균, 손석구가 출연하며,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지금은 밝힐 수 없는 대단한 분들’ 역시 등장한다고 한다.

정해인이 입은 검은색 메시 톱과 케이프 재킷은 발렌티노, 빈티지 실버 브로치는 미크 제품. 구교환이 입은 더블버튼 코트는 보테가 베네타, 이너 셔츠는 코스, 보머 재킷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샵 맨 제품.

자신의 휴대폰에 촬영 스케줄을 착실히 기입해놓은 정해인은 잠시 휴대폰을 꺼내 마지막 촬영일을 확인했다. 그는 작년 7월부터 복싱 연습을 시작했고, 가을과 겨울 동안 <D.P.>를 촬영했으며, 드라마 <설강화> 촬영을 얼마 전에 마쳤다. 우리의 인터뷰 다음 날에는 단편영화 촬영이 잡혀 있었다. 그는 ‘이제 좀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1년 이상 쉼 없이 작품에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에 비하면 작품의 공백이 좀 더 생긴 게 마음에 걸렸는지 ‘기다려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고도 했다. “해인이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명확히 성취한 부분이 있어요. 저는 정해인이 하나의 스타일리스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자기의 인장이 있어요, 해인이는.” 연출자이자 작가의 눈으로 자신과 타인의 연기를 바라보기도 할 구교환이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말했다. 작품으로 처음 만나 어느새 꽤 가까워진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에게선 서로를 향한 애정과 존중이 묻어났다. “제가 뭘 잘 잃어버리는데 그런 걸 해인이가 옆에서 챙겨주기도 해요. 모니터링도 잘해줍니다. 두 테이크 정도 지나고 나면 저에게 스윽 와서 귓속말을 남기고 가요. 촬영 중에 ‘형, 다치면 안 돼’라고 잔소리를 하도 해서 제가 정말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 날 것 같았죠(웃음).” 구교환이 이옥섭 감독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X9 HD] 구교환X이옥섭>에는 단편영화를 비롯한 그들의 여러 작업물이 충실히 업데이트된다. 물건 하나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다가 나를 어찌할 수 없이 이것저것 담듯이, 이 채널에 입장하는 순간 영상 한 편만 보고 빠져나가기는 힘들다. 독특한 형질을 가진 구교환의 연기와 두 영화인의 감각은 영화 작업이 기괴하게 재밌고, 괴로워도 행복할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정해인은 구교환이 ‘연기에 마냥 미친 사람’일 것으로 짐작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보다 더 확장된 사람이에요. 형은 다분히 이성적이고, 그런 채로 연기를 아주 즐기고 재밌어해요. 친해지면서 열려 있는 여러 모습을 알게 되어 놀랐어요. 배우한테 유연함은 아주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딱딱하면 부러지거나 다칠 수도 있잖아요. 다치면 안 되지….”

해군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재킷과 프린트 실크 블라우스, 검은색 팬츠는 모두 디올 맨, 앵클부츠는 발렌티노 가라바니 제품.

<더블유> 화보 촬영일은 <모가디슈>가 개봉한 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다. <모가디슈>를 본 정해인은 구교환 쪽으로 몸을 돌려 자신이 ‘울컥’했던 장면에 대해 말하다가, 다시 구교환의 연기에 집중해 말을 이어갔다. “놀랐어요. 형은 저런 액션도 소화하는구나 하고요. 너무 잘했어요. 한편으로는 촬영하다 형이 좀 다쳤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몸이 여기로 던져지고, 저기로 던져지고.” 구교환에게 <킹덤 : 아신전>과 <모가디슈>와 <D.P.> 촬영으로 겪은 ‘육체적 고난’의 정도를 비교해달라고 청하자, 그는 체력을 요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인 난이도는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일단 <킹덤 : 아신전>에서는 제가 직접 몸을 쓴다기보다 주로 ‘출동!’ ‘가라!’ ‘달리자!’라고 하는 식이었죠(웃음). 〈모가디슈>에서는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면, <D.P.>에서는 먼저 뛰어가는 사람이 있고 저는 뒤따라 뛴다는 성질의 차이는 있네요. 생각해보면 <모가디슈>에서 쓴 액션의 기질이 <D.P.>의 한호열에게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하네스, 검은색 팬츠, 슈즈, 이어커프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 실버 링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정해인과 구교환은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을 보면서 ‘와,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고 느꼈던 경험을 공통적으로 털어놨다. 좋은 작품과 훌륭한 연출을 봤을 때 배우라면 움직일 법한 그 마음에 대해서. 배우가 존중받는 기분을 받게끔 해준다는 감독과 팀을 이룬 이들은 이제 하나의 여정을 마쳤고, 정해인은 ‘그다음’ 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우리 작품이 시즌제로 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게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시즌 1에서의 이병이 시즌 2에서는 일병이 되고, 병장까지 갈 수도 있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구교환은 연기하는 것과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즐거움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 공통분모에는 ‘이야기’가 있다. “없었던 무엇을 만들어내서 그게 세상에 나오는 거잖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D.P.>는 없었는데, 이제는 서버에 파일로 존재한다는 것. 하나를 마칠 때마다 그 사실이 매번 신기해요. 이번 작품은 저한테도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저부터 신기했어요. 반응이 궁금합니다.” 두 계절을 함께 보낸 두 남자에게 그들의 시작이었던 계절이 돌아왔다.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한 대화를 이어가던 눈앞의 콤비가 숨 가쁘게 맞춘 지난날의 호흡을, 화면 속에서 목격할 날도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