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영화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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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창작자들과 손잡으면서 영화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넷플릭스가 이 거대한 질문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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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18년은 세계 영화사에 다음과 같은 구절로 기록될 것이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전 세계 영화산업의 고고한 장벽에 유의미한 균열을 낸 첫해’. 2018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의 붉은색 로고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영화의 상징이었다.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코언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오선 웰스의 <바람의 저편> 등 영화적으로 큰 관심을 받거나 다양한 논의를 끌어낸 화제의 작품 중 넷플릭스가 투자와 제작에 참여한 영화가 많았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평론가들이 참여한 베스트 영화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한편, 칸·베를린·베니스국제영화제로 대변되는 ‘세계 3대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2월 24일에 열릴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 이어 가장 권위 있는 미국 영화 시상식에서도 주요 상을 거머쥘지 관심이 뜨거운 요즘이다.

2018년은 넷플릭스에 명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을 안겨준 오리지널 영화들이 등장한 해이기도 했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전 세계 8천만 시청자가 감상했고, 연말 개봉한 샌드라 블록 주연의 <버드 박스>는공개 첫 주 만에 4천500만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3년 전 대대적인 오스카 캠페인을 펼쳤으나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후보작으로조차 지명되지 못한 <비스트 오브 노네이션>의 경우를 생각하면, 또 로튼 토마토 지수 26%를 기록하며 평론가들의 비웃음을 산 2017년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 <브라이트>를 떠올려본다면, 불과 몇 년 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영화계의 ‘인싸’가 된 넷플릭스의 행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하기야 고고한칸 영화제조차 2018년 5월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한 편도 초청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2019년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보자’는 식으로 일말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대체 몇 년 사이에 어떤 일이 영화판에서 벌어진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넷플릭스가 창작자들에게 기존의 영화 제작사보다 더 나은 조건과 많은 양의 투자금을 제시했고,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기회를 찾아 넷플릭스로 진출한 것이다.

많은 영화감독들은 거대한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앞세운 블록버스터 영화(왜 이런 영화들만 극장에 남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하려면 또 다른 페이지가 필요하다)의 틈새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37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영화산업 내에서 존재감을 확장하려 든다. 종합하면 감독들의 ‘니즈’와 넷플릭스의 ‘야심’이 맞물린 결과, 지금과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선전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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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파워 하우스가 되려는 넷플릭스의 야심은 2019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워너브러더스가 23편, 디즈니가 10편 이내의 신작 영화를 발표하는 동안 무려 82편의 신작 영화를 발표한 넷플릭스는 올해 총 90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라인업의 면면도 화려하다.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 맨>이다. 이 작품은 스코세이지가 오랜만에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작업하는 갱스터 영화인 동시에 알 파치노가출연하는 스코세이지의 첫 영화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렇다, 알 파치노는 아직까지 마틴 스코세이지의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더욱 화제다. 전미화물운송노조의 임원(로버트 드니로)이 주인공으로, 그가 같은 노조 출신인 인물의 죽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혀가는 영화라고 한다.

‘파괴의 제왕’인 마이클 베이의 신작도 개봉 대기 중이다. <식스 언더그라운드>는 <데드풀> 1, 2편의 작가진과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합류한 액션 영화로, 넷플릭스 사상 최대 제작비인 1억7천만 달러가 투입됐다. 6명의 억만장자가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팀을 꾸려 악당들에게 맞선다는 내용이다.

데뷔작 <나이트 크롤러>로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른 댄 길로이 감독과 제이크 질렌할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호러 스릴러 영화 <벨벳 버즈소>도 궁금한 작품이다. LA의 미술계를 배경으로 부유한 예술계 인사들이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게 줄거리인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맡은 <퍼스널 쇼퍼>만큼이나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영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제작 편수가 늘어나고, 점점 더 많은 자금과 스타와 감독들이 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세계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을 남긴다.

과연 넷플릭스는 영화의 미래인가? 이 질문은 TV와 모바일 등의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넷플릭스의 관람 환경이 극장으로 가는 관객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것이냐는 물음과도 같다.

아직까지는 이 질문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세상에는 손바닥만 한 모바일 화면으로는 도저히 체감할 수 없는 미덕을 가진 수많은 영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에본 영화 중 그런 미덕을 가진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의 <로마>였다. 알폰소 쿠아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65mm 흑백 필름의 질감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최적으로 구현하는 곳에서 관람해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영화다.

가만히 애정을 가지고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거나 들리는 작품이 있다는 것, 그런 연유로 TV나 모바일보다 더 깊고 풍부한 시청각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극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로마>는 영화의 경계에 서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넷플릭스는 ‘극장적 체험’을 사랑하는 영화인을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이 위태로운 파워 게임의 축이 2019년엔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장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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