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고, 무얼 발라도 피부가 땅기는 환절기가 돌아왔다. 제아무리 값비싸고 질 좋은 크림이라도 변화무쌍한 환절기 피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계속해서 달라지는 피부를 하루, 일주일, 한 달 주기로 더욱 세심하게 가꿔 어긋난 피부 시차를 되돌리자.
DAILY
피부 리듬을 찾아라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컵 마시고, 6시에 퇴근한 뒤 간단하게 운동하고 집에 들어와 씻고 10시에 자는 드라마와 같은 일상을 산다면 모를까,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컵 마실 시간 없이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출근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야근의 슬픔을 달랜 뒤 늦은 밤에나 집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잔하고 잠드는 게 요즘 여자들 피부가 겪어내는 현실이다. 여름철 80%에 육박하던 대기 중 수분 함량이 60% 이하로 곤두박질치는 환절기 상황과 28일 주기가 아닌 제멋대로 뒤집어진 피부 리듬을 고려해 하루에 세 번, 피부를 집중 관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A.M 7:00 피부를 깨워라
올바른 아침 스킨케어는 밤사이 흐트러진 수분도와 낮아진 산소 농도를 정상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침 피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새로 출시되는 화장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자외선 차단 지수를 포함해서 낮 동안 사용하고 씻어내야 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엔 아침의 피부 상태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인도의 전통 의학법인 아유르베다에서는 아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침의 에너지를 잘 깨워야 하루 종일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피부도 마찬가지랍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부족한 피부 상태를 잘 채워줘야, 피부가 각종 유해 환경으로부터 받는 자극을 막을 수 있어요.” 아침 전용 크림을 출시한 아베다 홍보팀 오유리 대리의 설명이다. 모닝 크림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갖추는 장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쟁터 같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기 전, 피부에 방어막을 씌워 유해 요소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포 간 지질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피부 장벽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세라마이드나 세포 간 지질의 응집력을 높여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글리세린 성분을 함유한 크림, 혹은 유해 환경으로부터 받은 자극이 피부 속까지 침투되지 않도록 막는 안티폴루션 기능을 갖춘 제품을 추천한다. 부기를 제거하고 건조로 인해 들뜬 각질까지 다스리는 모닝 팩 또한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15분간 붙이고 흡수시켜야 하는 시트 팩보다 스킨 팩이나 크림 타입 팩이 적합하다. 크림 팩은 도톰하게 바르고 5분 정도 방치한 뒤 물로 씻지 말고 토너를 바른 솜으로 가볍게 닦아내면 촉촉함이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바쁜 아침 시간을 절약해 줄 프라이머 크림도 대세다. 프라이머인데 크림 타입으로 나온 거라 파운데이션이 밀리거나 얼룩질 염려가 없다. 오히려 메이크업 제품의 밀착력과 지속력을 높여주니 모닝 케어의 숨은 공신이라 하겠다.
P.M 2:00 틈새 보습이 중요해
아침에 바른 수분 크림만으로 오후까지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사무실 안에서 틈틈이 수분을 공급해야 저녁이 되어도 피부가 건조하지 않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9월, 10월에는 건조함으로 인해 따끔거리는 증상까지 생길 수 있으니 더더욱 틈새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러한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스트다. 건조함이 극심하다면 오일 성분을 함유한 미스트를 선택하고, 볼에 홍조가 있거나 따끔따끔한 느낌이 든다면 진정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선택하자. 피지와 각종 오염 물질이 뒤섞인 오후 2시의 피부에 바로 미스트를 분사하기보다는, 티슈로 피부 겉에 붙은 지저분한 요소를 제거한 뒤 뿌린다. 혹은 스펀지에 미스트를 듬뿍 적신 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듯 두드리면 밀리거나 뭉친 메이크업이 말끔하게 정돈된다. 그런 다음 쿠션이나 컨실러로 한 번 더 터치해주면 아침에 갓 화장하고 나온 듯 프레시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눈가나 입가처럼 피부 두께가 얇고 각질이 들뜨는 부위는 밤 타입이나 연고 타입의 제품을 손가락으로 녹인 뒤 피부에 톡톡 두드 리며 흡수시켜 피부를 달래줄 것. 손등이나 손가락을 이용해 제형을 녹인 뒤 피부에 덧발라야 공들인 화장을 망가트리지 않는 선에서 수분만 더할 수 있다. 안팎으로 수분을 풍부하게 채운 피부는 그 어떤 외부 자극에도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P.M 10:00 재생의 골든 타임
피부 컨디션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환절기라면 낮 동안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고 피부 재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밤 시간대의 스킨케어는 더더욱 중요하다.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고, 피부 표면에 막을 씌워 피부 속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크림은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양 크림은 유분기가 많고 피부 위에 잔여감이 많이 남는 제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 나오는 크림은 보기에는 리치해 보이지만 피부에 닿는 순간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스며드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마무리감은 가볍고 산뜻한 게 대부분이다. 질감의 경도와 보습력이 비례한다는 편견을 깨고 질감은 가볍지만 영양만큼은 충분한 크림을 출시하기 위한 브랜드의 노력이 엿보인다. 크림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재생 마스크에 마사지를 곁들여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부의 생체 리듬을 건강하게 되돌리는 방법도 있다. 엄지손가락을 미간 사이에 두고 얼굴 위쪽을 당겨 올리며 원을 그리듯 누른 뒤 눈썹 앞머리 부분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원을 그리듯 주물러라.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댄 다음 압력을 가하면서 두피 쪽으로 당겨 올리고, 광대뼈 아래에 손가락을 두고 엄지 끝의 볼록한 부분으로 눌러 풀어준다. 검지의 옆 부분을 팔자 주름 부위에 대고 귀를 향해 미끄러뜨리듯 당긴 뒤 손가락 전체를 사용해 귀 아래에서 쇄골까지 문지른 뒤 쇄골을 꾹꾹 눌러 마무리하면 피부 속 혈류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제품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WEEKLY
퐁당퐁당 집중 케어
매일 틈틈이 하는 보습 케어가 전반적인 피부 건조를 해소해주는 데 주력한다면, 일주일간의 스킨케어 스케줄은 고농축 제품을 활용한 집중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매일 바르기에는 피부가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고기능성 제품을 하루, 이틀 쉬는 기간을 두고 퐁당퐁당 레이어드하는 거다.
가장 처음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 부위는 대기가 건조해지기 시작하면서 부쩍 눈에 띄는 주름이다. 여름 동안에는 옅은 잔주름처럼 보인 것들이 피지 분비가 줄어들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부쩍 깊은 주름으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나날이 진화하는 주름에는 국소 부위를 공략하는 컨센트레이트가 도움이 된다. 이데베논이나 펩티드, 레티놀 등을 고농도로 함유해 주름을 팽팽하게 채워주는 제품으로 크림 타입은 물론 돌기가 있는 붙이는 타입 패치와 마사지를 돕는 애플리케이터가 탑재된 제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한두 가지 효능을 집약한 앰풀 또한 피부에 영양을 집중 공급하는데 효과적이다. 예전에는 앰풀 하면 아주 쪼그만 제품으로 끈적임이 심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크기와 질감으로 출시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앰풀의 효능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피부 속에 앰풀의 유효 성분이 머무르는 시간을 길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앰풀의 성분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어 활성화될 때까지 적어도 5분에서 10분이 걸리기 때문에 앰풀을 바르기 전후에는 5분 이상의 시간차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앰풀은 고농도 제품이기에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홍조와 트러블이 올라왔다면 아젤라익애시드나 베타디펜신 등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탄력이 저하되었다면 EGF나 아데노신 성분이 들어 있는 앰풀을 선택하는 식이다. 고농축 제품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피부 위에 들뜬 각질이 없어야 함은 당연지사. 떼처럼 밀어내는 고마주 타입이나 알갱이가 들어 있는 스크럽은 자칫 자극이 될 수 있으니, 마스크처럼 바르고 씻어내거나 폼 클렌저처럼 풍성한 거품과 함께 문지르고 닦아낼 수 있는 제품을 권한다. 크림을 바르기 전후에 워터 에센스와 오일을 레이어드하는 것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시도해볼 수 있는 집중 케어의 한 방법이다. 크림을 바르기 전에 워터 에센스로 피부를 적셔 피부 전체에 수분감을 더하고, 워터 에센스가 다 마르기 전에 크림을 덧바르면 두 제형이 자연스레 섞이며 흡수력이 높아진다. 크림을 바른 뒤에는 오일을 손바닥에 한두 방울만 떨어뜨려 전체적으로 두드려 발라라. 크림의 지속력이 높아짐은 물론, 크림의 유분계 에몰리언트를 피부 안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겨 피부가 오래 촉촉하게 유지된다. 다만, 평소의 스킨케어 루틴에 비해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제품별로 바르는 양을 조금씩 줄여 과도한 영양으로 인해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
1. Cnp 이데베논 컨센트레이트
이데베논 성분이 눈가와 입가 등의 미세 주름을 집중적으로관리한다. 20ml, 4만3천원.
2. Clinique 펩-스타트 더블 버블 퓨리파잉 마스크
피부 표면의 각질을 제거하고, 모공 속 노폐물을 피부 표면으로 끌어당겨주는 마스크. 일주일에 2~3회 사용하면 된다. 50ml, 4만2천원대.
3. Fresh 크렘 앙씨엔느 수프림 아이 세럼
자귀나무 껍질 추출물이 눈가 피부의 탄력을 높이고, 깊게 파인 눈가 주름을 완화한다. 눈가가 유독 퀭해 보이는 날, 평소 바르는 아이크림 전 단계에 추가해서 바르면 좋다. 15ml, 26만원대.
4. RMK 스무드 밀크 에센스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 촉촉함을 더해주는 에센스. 크림을 전체적으로 바른 뒤 건조함이 느껴지는 부위에 덧바르면 촉촉함이 훨씬 오래 지속된다. 50ml, 6만5천원.
5. Hera 셀 에센스
세안 후 제일 처음 바르는 워터 에센스. 피부에 물길을 터 다음 단계에 바르는 제품의 흡수력을 높인다. 150ml, 5만7천원대.
6. Estee Lauder 리바이탈라이징 수프림 플러스 글로벌 안티에이징 플래쉬 페이셜
세안 후 물기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얇게 펴 바른 뒤 원을 그리듯 천천히 마사지하고 물로 헹구면 피부 표면에 들떠 있던 각질이 제거되면서 부가 매끈해진다. 75ml, 7만5천원대.
7. Tomaru 아쿠아 캡쳐 제로 에센스
밀싹 수분 시럽과 맥아 추출물이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주는 수분 에센스. 평소보다 얼굴이 땅기는 느낌이 드는 날 세안 후 첫 단계에 추가하길 권한다. 150ml, 1만9천원.
8. The Face Shop 더테라피 리페어 부스터
평소 사용하는 로션이나 크림에 섞어서 바르는 제품. 뻑뻑한 질감의 크림에 한두 방울 섞으면 보습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림성과 밀착력이 높아진다. 15ml, 1만8천원대.
9. Sulwhasoo 자음생 아이크림
눈가의 주름을 개선하기보다는 눈가의 형태를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25ml, 18만원대.
10. Cle de peau Beaute 크렘므 꽁뜨르 드 이으
시호와 덴차, 양지꽃 추출물이 진피 속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주름을 완화한다. 15ml, 32만원대.
MONTHLY
호르몬의 흐름을 기억할 것
생리가 다가오면 턱에 뾰루지가 나고, 손발이 부으며, 생리가 끝난 뒤에는 유독 피부가 지쳐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러한 피부 변화는 모두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에 기인한다. 여성 호르몬은 크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두 가지로 나뉜다. 난포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에스트로겐은 임신에 대비해 자궁 내막을 두껍게 만들며 자율신경과 감정 변화, 피부, 점막, 뼈, 관절, 뇌 운동에 관여한다. 황체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프로게스테론은 임신이 잘되도록 자궁 내막을 부드럽게 하며, 임신이 되지 않으면 자궁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에스트로겐은 여성스러움을 만드는 호르몬이고, 프로게스테론은 임신을 돕는 호르몬이다. 이 두 여성 호르몬의 분비량에 따라 피부가 유독 까칠해 보이고, 칙칙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한달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고, 그 시기에 흘러나오는 여성 호르몬의 흐름에 따라 그에 맞는 스킨케어 스케줄을 정비하라.
*10월 31일이 생리라고 가정했을 때
10월 1일 ~ 8일 난포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량이 가장 적은 시기로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지고 피부 회복력이 낮아지는 때다. 피부 면역 기능이 저하돼 작은자극에도 피부가 손상받기 쉬우므로, 최대한 자극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보습과 진정 관리에 집중한다. 마사지나 각질 제거처럼 피부에 부담이 되는 행동이나 새로운 화장품을 시도해보는 등의 행동은 금물!
10월 9일 ~ 16일 배란기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최대에 달하는 시기로 한 달 중 피부 상태가 가장 좋을 때다. 피지 분비량이 줄어 여드름과 같은 뾰루지가 생길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평소보다 영양분을 잘 흡수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 피부 관리를 받고자 한다면이때가 제격이다. 이 시기에 각질 제거를 미리 해두면 생리 직전에 나타날 수 있는 각종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다.
10월 17일 ~ 24일 황체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서서히 떨어지는 시기로 피부 컨디션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각질층이 두꺼워지면서 피부톤이 칙칙해지고, 기미와 주근깨 같은 색소 침착도 도드라진다. 피부톤을 밝혀주는 제품을 사용하되, 기본적인 수분 공급을 놓치지 말 것.
10월25일 ~ 30일 생리 직전 일주일
피지 분비를 활발하게 하는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량이 최고조에 이르며, 피부 불균형이 가장 극심해지는 때다. 피지 분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뾰루지가 생기기 쉽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붓는 현상 또한 잦아진다. 이때는 유분기가 들어간 제품을 배제하고 수분 위주로 가볍게 관리하길 권한다.
-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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