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로 처음 내한한 밴드, 런 리버 노스. 지금도 좋은데 다음을 종잡을 수 없어서 더 흥미로운 그들의 음악 이야기.
하마터면 이들과 만나기 하루 전날 만남이 무산될 뻔했다. 비행기 2,000편 이상을 결항하게 만든 델타항공사 정전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여섯 멤버들의 몸이 먼저 도착하고, 모든 짐이며 악기는 하루 늦게 서울에 입성했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요란한 입국식을 치른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는 알렉스 황(리드 보컬), 존 정(드럼), 다니엘 채(일렉 기타), 제니퍼 임(바이올린), 샐리 강(보컬과 키보드), 조 전(베이스)으로 구성된 밴드다. LA에서 결성돼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은 짐작하다시피 모두 한인 2세다.
시작부터 주목받은 데뷔 앨범 <Run River North>는 이민자 가정으로 살아온 날들과 경계인의 사색을 담고 있다. 부모가 낯선 땅에서 고단한 시간을 거쳐 정착하는 동안, 자식들은 부모와 또 다른 언어를 쓰며 오히려 부모를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 멤버 모두가 음악을 하고 살기로 한 이상 정체성에 대한 감정은 한 번쯤 음악으로 풀어내야 할 일이다.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우리를 외국인의 느낌으로 받아들이죠. 데뷔 앨범은 과연 경계가 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그게 뭔지부터 알아야 헤쳐나가든지 부수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알렉스) “어쨌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에게도 한국이 외국 같은 나라인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명백히 한국인들이고, 한국어를 쓰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을 좀 더 가까이 느끼게끔 노력할 필요도 있었어요.”(존) “살면서 경계와 벽이라는 게 분명 있다고 느꼈어요. 그것을 뛰어넘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죠. 다른 설명 필요 없이 서로를 통하게 해주니까.”(조)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이 어우러진 포크 록은 절규보다 고백에 가까웠다. ‘아리랑’에서 영감을 얻은 멜로디가 감정을 흔들기도 했다.
그리고 음악은 변했다. 아마 런 리버 노스의 음악을 일부만 들은 채 누군가와 이들에 대한 얘길 한다면, 동상이몽에 빠질 수도 있다. 올해 2월 발표한 2집 <Drinking From A Salt Pond>에선 어쿠스틱 기타 대신 날카로운 전자기타 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둔탁하고 폭발한다. 전에는 담담하더니,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데뷔 앨범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사이먼 앤 가펑클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멜로디, 기존의 K-POP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라고 평했는데 말이다. 1집과 2집 사이엔 꽤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다. 투어를 하며 차차 자신들의 사운드에 갈증이 생겼고, 음악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해 지쳐갔다는 그들. 결국 투어를 중단했다니 겨우 1집 낸 신인 밴드로서 과감하다고 해야 할까? 음악적 고민과 개인적인 예민함이 얽혀 냉기가 돌았던 그 상태를 리더 알렉스는 일종의 염전 같다고 생각했다. 많이 얘기하고, 부딪치고, 원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단단해진 밴드는 더욱 정제된 세계를 향해 갔다. 그 결과 그들도 예상치 못한 색깔의 2집이 나왔다. “맑은 물이 어찌 염전에서 나오겠느냐는 성경 구절이 있어요. 그 말이 반드시 맞진 않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좋은 사람이 나쁜 일을 하고, 나쁜 사람이 좋은 일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세상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니까요. 좋고 나쁨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 노력해서 맑은 물과 같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요?”
-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조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