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가 불러모은 각광받는 신진 디자이너들. 그중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누군가는 글로벌한 행보를 꿈꿨고, 또 누군가는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 이뤄갈 뿐이라고 말했다. ‘신진’이라는 꼬리표 대신 ‘젊음’이라는 기지로 다가설 수 있기에 아직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것도 많은 이들. 그저 오롯이 자신의 브랜드로서 오늘에 존재하고 내일을 준비해가는, 우리가 열띠게 불러주어야 할 이름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 새로운 꿈을 꾸다
디자이너 강성도는 2012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4>를 통해 이슈가 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최근 기아차와 협업한 광고에서 ‘젊음’과 ‘남과 다름’의 가치를 전한 그. 이제 그는 단순히 청각 장애를 극복해 디자인에 도전한 잘생긴 청년이 아니다 .이를 넘어 감각과 메시지를 두루 겸비한 여성복 브랜드 익스클루시브 서울(Exclusive Seoul)의 디자이너이자 생자딘(Saint Jardin)을 이끄는 슈즈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최근 기아차가 선보인 데님을 모티프로 한 획기적인 광고에 모델 로 등장하며 유명세를 치렀다.
재미있는 협업 작업이었다. 그런데 막상 다가오는 주말 내내 그들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협업한 데님 클러치와 청바지를 포장할 생각에 앞이 막막하다(웃음). 박스 포장의 경우 공장에 따로 맡길 수가 없어서 어시스턴트 한 명과 아르바이트생까지 세 명이 달라붙어 1만여개의 제품을 포장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의 현실이 아닐까.
2014 F/W 시즌에 첫선을 보인 생자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슈즈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신발장에 가득한 슈즈를 보며 자랐다. 개인적으로 발이 매우 민감한 편이라 신발을 고르는 데 무척 깐깐하기에 슈즈 디자인에 호기심이 생겼다. 지난가을, 모던한 여성을 위한 메탈 장식의 로퍼를 시즌 메인 아이템으로 선보였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디에서 당신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나?
익스클루시브 서울의 홈페이지 스토어를 비롯한 몇몇 온라인 스토어. 그리고 최근 생 자딘은 ‘롯데 스페이스 5.1’이라는 롯데백화점의 신진 디자이너 멀티존에 입점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서울 패션위크 현장에 모델과 배우들이 생 자딘의 아이코닉한 부츠를 신은 것을 봤다.
나도 보았다(웃음). 그 중 모델이자 배우인 이영진 누나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고 생 자딘의 슈즈를 많이 좋아해주는 이들 중 하나이다.
직접 슈즈를 디자인하고 라스트를 깎는 편인가?
생자딘 슈즈, 특 히 시그너처 로퍼의 특징은 날카로운 듯 둥근 독창적인 실루엣의 앞코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착화감과 더불어 바로 이 실 루엣이고. 그래서 직접 왁스를 깎아 그 형태를 섬세하게 작업하 곤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여러 번의 스케치를 통해 완성하고 말이다. 어머니와 누나가 조언자가 되어 슈즈 디자인에 대한 냉 철한 코멘트를 던지곤 한다(웃음).
일에 있어서도 어머니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청각 장애가 있어 말하기 힘들었지만 늘 강경하게 소리를 내는 연습을 시키셨다. 수화를 가르치는 대신 혀가 입천 장에 붙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말하는 연습을 시키셨을 정도다. 뉴욕 파슨스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것도 어머니의 권유였는데, 지금도 가장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주신다.
여성복 라인인 익스클루시브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자. 이번 2015 F/W 시즌의 콘셉트가 궁금하다.
이번 컬렉션은 세월호 사고에서 받은 충격에서 비롯된 ‘Attention’이 그 주제다. 주의 표시를 상징하는 강렬하게 채도를 높인 색감이 특징이다.
롤모델로 삼고 싶은 디자이너 멘토가 있다면?
준지의 정욱준 디자이너이다. 정말로 대단한 인물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멋진 디자인을 열정적으로, 지속적으로 힘있게 선보이고 있으니까.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그다음에 또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이렇게 하나씩 새로운 꿈이 생겨난다. 어쩌면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해나가는 것이 곧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아닐까. 요즘엔 세트 스타일링에도 욕심을 내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옷과 슈즈를 넘어 어떤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에 큰 매력이 느껴진다.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헤어 & 메이크업
- 이은혜, 조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