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에서 독보적인 신인으로 눈에 띄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래퍼 씨잼. 그는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실제로 만난 씨잼은 짐작했던 것보다 아담한 체구였다. “(키를) 밝힐 수는 없지만 도끼 형이랑 비슷할걸요?” 어쩌면 무대 위에서 발산하던 압도적인 카리스마 때문일지도 모른다. <쇼미더머니> 시즌 3에 출연해 ‘나도 알아, 난 싸가지가 Nothing’이라고 내뱉던 스물두 살 청년의 존재감은 신인답지 않게 거대하고 사나웠다. 그런데 씨잼은 카메라 앞에서 워낙 긴장이 컸던 탓에 일부러 센 척을 한 거라고 털어놓는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천진난만? ADHD? 이런 쪽에 가깝죠.” 그럼 싸가지가 없다고 했던 랩 가사 속 고백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 사실이긴 한데,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덤비진 않으니까요. 용서받을 만한 싸가지 없음이랄까요? 개그맨 장동민 씨처럼.” 같은 소속사(저스트뮤직) 식구이며 <쇼미더머니 시즌 3>의 본선 대결 상대이기도 했던 기리보이에게는 다양한 사람이 편하게 다가와 사인이나 사진을 청한다고 한다. 씨잼에게 알은체를 하는 이들은 대략 엇비슷하다. “열에 아홉은 남자, 그중에서도 군인이 많아요. 절대 싫다는 뜻은 아니고요. 그래도 제가 이성애자다 보니까….” 그가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앞으로는 귀여운 척도 좀 하고 그러려고요.”
여성 팬을 얻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디션 쇼 출연은 씨잼에게 많은 걸 남긴 경험이다. “그전까지는 기껏해야 언더그라운드에서 ‘갑툭튀한 쩌는 녀석’ 정도였겠죠. 대중에게는 아예 ‘듣보잡’이었어요. 그런데 인터뷰할 때 ‘듣보잡’ 같은 말 써도 돼요?” TV 경연에서 다른 장치 없이 랩으로만 정면 승부를 한 건 물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이라는 기회를 자신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도 했다. 결승 직전에 탈락한 것보다는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게 더 아쉬운 눈치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신감도 남다른 그는 저스트뮤직의 대표인 뮤지션 스윙스가 스카 우트 제안을 해왔을 때 세 차례나 거듭 거절을 했다. 상대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오니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겁이 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윙스는 왜 그토록 이 신인을 탐낸 걸까? “말도 안 되는 제 자신감이 좋아 보이셨대요. 그걸 뒷받침할 재능도 있는 것 같았다고 하시고요. 이제부터 그 기대에 부응해야죠.”
씨잼은 열여섯 살 무렵 처음으로 힙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왜소했던 소년이 문득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거친 음악을 다짜고짜 사들였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래퍼들이 작사를 직접 하더라고요.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곧장 랩을 시작했죠. 물론 형편없었지만 저한테는 그때부터 괜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뮤지션으로서 눈에 보이는 성장을 한 건 스스로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 스무 살부터다. 하지만 그는 근거 따위는 따지지 않는 특유의 자신감이야말로 오늘날의 씨잼을 만든 가장 큰 힘이라고 믿는다. “괜히 귀만 높아서 제 실력을 일찍 알았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죠. 열여섯 살 때부터 스무 살 때까지 내내 제자리걸음이었으니까요. 몰라서 제멋에 열심히 한 거예요.”
그는 이끌고 있는 크루에 섹시스트릿($exy$tree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섹시함이란 본능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잘생기거나 멋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가장 강력한 무기 같아요.” 스스로가 특히 섹시하다고 여겨지는 순간은 언제인지도 물어봤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 따라붙는다. “거의 매 순간 제가 섹시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은 듯한데 일단 알아버리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게 분명합니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고 다녀야 사람들이 세뇌가 돼요.” 많은 여성 힙합 팬들에게 “그다지 거칠거나 무서운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고 다가와도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는 그의 이상형은 이렇다. “진보적인, 스스로 꾸준히 발전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 좋아해요. 그리고 저보다는 안 웃겼으면 좋 겠어요. 여자가 더 웃기면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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