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You (신세경,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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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뒀던 틀을 깨고 두 연인은 사랑을 향해 완주한다. 드라마 <런 온>의 신세경, 임시완이 펼치는 달리기가 지금 막 출발선에 섰다.

신세경의 컷아웃 장식 니트 풀오버는 Chloe, 임시완의 클래식한 체크 패턴 슈트는 Berluti, 오버사이즈 후디는 Acne Studios 제품.

12월 중순 JTBC 드라마 <런 온>이 첫 방영을 한다. 둘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참 청신하고 개운한 두 사람이 만났구나 싶었다. 둘은 상대에게 각자 어떤 인상을 갖고 있었나?

임시완 참으로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 같구나(웃음). 뭐랄까 세경이에겐 얼음 마법을 쓸 것만 같은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지만.

신세경 이런 얘기 정말 많이 듣는다. 실제 나는 정말 불 같은 여자다. 가슴이 이렇게 뜨거운데 사람들은 원래 나와 정반대 이미지를 그린다.

임시완 에이, 불같진 않다. 좋게 불이라 쳐도, 요만한 작은 불씨다(웃음).

신세경 과거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서였는지 몰라도 오빠에게는 고착화된 이미지랄 게 없었다. 막연하게 맑은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처음 만날 날 얼굴에서 빛이 막 난 기억이 있다(웃음).

‘얼굴 맛집’이란 소문에 이어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까지 줄줄이 히트작을 낳은 스타 작가 김은숙의 보조 작가로 활약한 박시현의 입봉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사람들이 <런 온>을 기대작으로 꼽는 눈치더라. 두 사람이 먼저 엿본 ‘박시현 월드’는 어떠했나?

신세경 요즘 특히 느끼는데,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어쩌면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 간의 연결 고리가 느슨한데, 박시현 작가가 그린 세계에선 인물들이 서로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이고 관계를 맺는다. 혼자만 간직하던 익숙한 세계에 타인을 들이면서 소통이 일어나고, 그걸 통해 담담하게 위로를 건넨다. 일상에서 느끼는 섬세하고 작고 소중한 감정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고. 아마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들도 방금 말한 느낌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임시완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요즘 시대의 정서와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경이 말처럼 빠르게 흐르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만 해도 호흡이 짧다는 게 느껴지는데, 이번 작품의 대사도 들여다보면 기다려주는 것 없이 주고받는 호흡이 굉장히 빠르다. 재미있는 건, 무미건조하게 대사를 주고받는 사이 누군가 나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 언어를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장면이 중간중간 자리한다. 나도 그 지점에서 위로를 많이 건네는 작품이란 인상을 받았다.

임시완이 입은 브로치 장식 카디건은 Fred Perry, 흰색 셔츠는 Prada, 연한 베이지색 팬츠는 Navy by Beyond Closet 제품. 신세경이 입은 프릴 장식의 니트 풀오버는 Iro, 흰색 셔츠는 Ports1961, 코듀로이 소재 팬츠는 Isabel Marant 제품.

임시완이 입은 브로치 장식 카디건은 Fred Perry, 흰색 셔츠는 Prada, 연한 베이지색 팬츠는 Navy by Beyond Closet 제품. 신세경이 입은 프릴 장식의 니트 풀오버는 Iro, 흰색 셔츠는 Ports1961, 코듀로이 소재 팬츠는 Isabel Marant 제품.

배우들에겐 시나리오나 대본을 읽다 ‘이건 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 두 사람에게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나?

신세경 등장인물들이 뭐랄까, 겉으로 보기엔 모자랄 것 하나 없어 보인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모든 걸 갖춘 남자 주인공, 짱돌마냥 할 말은 다 하고 보는 여자 주인공. 그런데 특히 좋았던 지점은 균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누군가를 향한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서 균열이 생기고 흠집이 발견된다는 거였다. 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사소한 일에도 ‘찌질’해지지 않나. 사실 망가지는 게 아니라 하찮아지는 거지. 그런 순간들이 엿보일 때마다 이상하게 위로를 얻었다.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겪는 경험이니까.

임시완 과거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그 느낌들이 매번 달랐다. 첫인상이 잊히지 않는 때가 있는가 하면, 도전 의식이 자극돼 작품을 선택한 적도 있다. 이번 작품은 유독 작가님의 필력에 반한 경우다. 드라마 설정상 평상시의 사고방식이나 정서와 다르게 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 대본을 읽으면서는 ‘현실감 있다’는 생각을 내내 했던 것 같다. 분명 허구임에도 작품 속 인물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이랄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생활이 만들어내는 무해하고 보드라운 거품 같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최근 신세경 배우가 인터뷰에서 유독 ‘무해하다’는 것의 가치를 힘주어 말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때도 그 무해함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나?

신세경 그런 지점이 있는지 체크하긴 했다. 인터뷰에서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답하다 무해함이란 단어가 나왔는데, 요즘엔 모든 인간관계를 책임지고 기대하기보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오늘 하루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해함이 어느덧 삶의 모토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이런 가치관이 직업인으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도 같고.

어떤 생각들이 쌓여 무해함이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됐나?

신세경 나도 정확히 알진 못한다. 너무 많은 조각이 쌓여 지금에 이른 거라. 다만 큰 욕심과 기대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란 생각을 어느 순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양의 의욕만 지니려고 했고. 물론 전혀 의욕을 불태우지 않는 태도는 아니다. 마음의 크기를 얼마큼 건강하게 조절하느냐의 문제 같다.

방금 신세경이 말한 완급 조절이 임시완에게서도 얼핏 느껴진다. 이전까지 유독 온몸을 던져 연기해야만 하는 굴곡진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많이 소화해왔는데 <런 온>을 통해선 모처럼 말랑한 로맨스 연기를 펼치게 됐다. 이번 작품이 당신에게 산뜻한 쉼표처럼 다가갈 것 같다.

임시완 로맨스 드라마기에 어때야 한다는 생각을 구태여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딘가 갇혀서 생각하다 보면 불필요하게 에너지가 소모되고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 여느 작품과 비슷하게 임하고 있다. 다만 세경이가 방금 말한 가치관엔 나도 정말 공감한다. 서로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종종 생각하는데, 이런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함께했을 때 정서적으로 편하다는 느낌이 확실히 있다.

케이프 디테일의 니트 드레스는 JW Anderson 제품.

어느덧 드라마 중반부를 촬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작품을 함께 해보니 서로는 어떤 배우 같던가?

신세경 말할 게 너무 많은데… 일단 타고나길 센스가 있는 사람 같다. 왜 같은 대사를 읊어도 더 재미있게 구사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오빠가 그렇다. 어떤 장면도 오빠가 연기하면 마치 MSG를 뿌린 것처럼 한 단계 더 재미있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임시완 나는 진짜 모르겠다.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웃기는 연기라.

신세경 아니다. 감독님도 재미있게 봐줬다(웃음). 단순히 오빠가 코믹하게 연기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캐릭터의 가닥을 뚜렷하게 잘 잡은 거다.

임시완 세경이는 우선 일차원적인 거지만 이번 작품에서 대사량이 정말 많다. 그런데 그 많은 대사를 현장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해낸다. 무리 없이 하는 거야 말로 실은 정말 대단한 거다. 현장에서 물 흐르듯 촬영이 흘러가게끔 철저하게 준비해 온다는 뜻이니까. 그런 점에서 정말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배우 같다. 또 작가님, 감독님 입장에서 굉장히 무해한 배우다. 그들의 의도를 해치거나 손상하는 것 없이 그대로 전달하려는 배려심이 있다. 상대 배우도 잘 북돋아줘서 같이 작품을 하는 배우로서 정말 큰 힘이 난다.

함께 일하다 보면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알게 되지 않나. 그러면서 발견한 상대의 모습은 어땠나?

신세경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섬세하다. 좀 귀신 같다(웃음). 상대방의 컨디션 변화를 정말 기가 막히게 감지하고 옆에서 챙긴다. 사실 작품을 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은데도 늘 섬세하게 주변을 챙긴다. 그게 실은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이란 걸 아니까 옆에서 보면 정말 신기하다.

임시완 늘 에너지를 축적하면서 살려고 한다. 나의 20대를 돌아보면 에너지가 왕성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렴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렇게 에너지를 수렴시키며 사는 게 내 젊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질문한 순간이 왔다. 그러면서 최대한 내가 어필할 수 있을 땐 어필하고 나란 사람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의 연장선에서 하는 행동을 지금 세경이가 너무 잘 포장해 말해준 것 같다.

어느 순간 왜 에너지를 발산해야만 했나?

임시완 지금보다 어릴 땐 타인에게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조심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수렴시켰던 것 같다. 실수를 덜 해서 좋은 성격이긴 했지만 점점 나란 사람이 희미해지더라. 그래서 실수하더라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되지, 일단 해보자, 차라리 표출하자는 식으로 생각을 바꿨다. 젊을 때만큼은 주워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잘못과 실수는 어느 정도 용납이 되니까.

신세경이 임시완에게 섬세함을 발견했다면, 반대로 임시완은 신세경에게 어떤 모습을 찾았나?

임시완 세경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어우, 야무져’라고(웃음). 내가 유독 사람의 야무진 모습에 매력을 많이 느껴서인지 세경이에게서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포착한 것 같다. 세경이가 평상시 뭘 하는 걸 보면 참 야무지다. 그게 연기에서도 잘 묻어나는 것 같고.

신세경이 야무진 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확실히 알았다. 엄청난 살림꾼에 쉬는 날에도 사부작거리며 반드시 무언가를 하는 타입이더라.

신세경 맞다. 쉴 때 더 바쁜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질 못하는 성격이라. 주로 오전엔 강아지들 산책시키고 오후엔 통으로 6시간 정도 베이킹을 하는 식이다.

임시완 이런 점에서 나랑 되게 비슷하다. 나도 쉬는 날엔 마라톤을 뛰거나 요리를 배우고 영어 수업을 받고…. 사실 이렇게 일을 벌여놓으면 후회도 하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렇다고 또 멈추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나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웃음).

임시완이 입은 클래식한 체크 패턴 슈트는 Berluti, 큼직한 후디는 Acne Studios 제품.

이번 드라마는 기선겸, 오미주란 두 캐릭터가 사랑을 향해 ‘런 온’ 하는 내용을 그린다. 상대방 캐릭터가 실제 연인이라면 어떨 것 같나?

신세경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임시완 나 아직 멋있는 장면 찍지도 않았다(웃음). 침착하자.

신세경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일반적이지만은 않다.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게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굉장히 답답한 구석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이 향했을 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사랑을 퍼붓는 인간이다. 기선겸 같은 남자라면 너무 감사하지.

임시완 옜다, 말하는 느낌이다(웃음). 나는 오미주 같은 사람이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본인이 가진 소신이 뚜렷하고 뭐든 정말 똑 부러지게 하는 ‘똑쟁이’라.

신세경 실제로도 야무진 여자를 좋아하나 보다.

임시완 실제로! 세경이가 하는 걸 보고 더 확실해졌다.

극을 떠나 어떤 상대에게서 매력을 느끼나?

임시완 인생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이랑 놀 때도 마음 맞아서 같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때 쾌감을 느낀다. 한 예로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할 때면 보통 누군가 한 명은 끌려오고 다른 누구는 전체를 세팅하는 입장이지 않나. 내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을 때가 함께 폭풍 검색하고 후다닥 정해서 어느 순간 ‘콜!’ 하며 여행을 떠났을 때다.

신세경 나는 바라는 게 없다. 어느 순간 정말 바라는 게 없어진 것 같다. 그저 시간이 많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게 전부다.

서로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나?

임시완 영화 <푸른소금>. 작품을 함께하며 신세경이란 사람을 느끼면서 이 친구가 했던 과거의 작품을 찾아보게 됐는데 <푸른소금>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지금보다 어렸고 어떤 차가움도 풍겼고. 섀기컷을 하고선 오토바이도 타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모습 자체가 되게 색달랐다.

신세경 나는 진짜 많다. 당연히 영화 <변호인>도 봤고, 특히 <불한당>은 오빠의 영상 화보집이라 말할 정도로 멋있었다. <불한당>만 보면 마음이 그렇게 먹먹해진다. 마치 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여러 작품 중 가장 좋게 본 것 하나만 고르자면 드라마 <미생>이다. 내가 좀 위로를 주는 작품을 좋아한다.

손목의 스트랩이 멋스러운 트렌치코트와 하늘색 셔츠는 모두 Dior Men, 흰색 톱은 Ami 제품, 검정 팬츠와 레터링 프린트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생>에서 극 중 임시완이 유독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요령껏 해.’ 이 때문인지 몰라도 좋은 의미로 임시완은 요령이 없는 배우라는 인상이 있었다. 요령을 부릴 줄도 모르고 구태여 부리고 싶어 하지 않고.

임시완 과거까진 그랬다. 지금은 요령도 부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느 순간 가치관이 바뀐 게,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그 노력을 알아봐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요령도 좀 부릴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어떤 요령이 나에게 득이 되고 해가 될지 내 필모그래피를 걸고 시험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노력만 하는 노력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력만 하든 요령만 부리든 결과적으로 좋은 연기가 나오면 그만이지만 실제 해보지 않고는 잘 모르겠으니까. 여태 노력만 해본 사람으로서 요령을 적절히 섞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지 지금 부딪쳐보는 중이다.

신세경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신입사관 구해령>이다. 당신이 연기한 구해령은 조선 최초의 여성 사관으로 ‘주체적 여성’의 상징처럼 다가왔는데, 돌이키면 과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고려의 민초를 상징하는 인물 분이를 연기하며 능동적이고 당찬 여성상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쯤 당신의 작품들 간 교집합을 찾자면 그중 하나가 주체적 여성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신세경 20대 초반엔 자의대로만 작품을 고르진 못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의사 표현을 똑바로 할 수 있게된 이후론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게 된 것 같다.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느꼈고, 그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졌을 때 굉장한 카타르시스로 다가왔다. 지금은 콘텐츠의 홍수 시대이지 않나. 당연히 그 다양성은 유지되어야 하지만 콘텐츠가 한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시나브로 쌓인다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나라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고착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 하면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케이프 장식을 더한 니트 소재 미니드레스는 JW Anderson 제품.

모헤어 소재의 주황색 카디건은 Solid Homme, 베이식한 흰색 셔츠는 Navy by Beyond Closet 제품, 가죽 서스펜더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재를 밟고 있는 지점에서 직업인으로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있나?

신세경 20대 초중반이 진짜 힘들었는데 그땐 자의라기보다 스케줄에 끌려다니다시피 일했다. 한창 시간을 보내고 돌이켰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면 내가 동그란 판 위에 서 있고 바닥이 조금씩 가지치기 당하다 나중엔 내가 설 자리마저 잃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를 호되게 겪고 나니 항상 나 자신을 체크하게 되었다. 지금 얼마나, 몇 퍼센트 힘든지 점검하고 아무리 연달아 어떤 작품에 들어가고 싶어도 내게 연료가 얼마 남아 있지 않다면 깊게 고민한다. 두 번 다시 과거 힘들었던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꼭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됐다. 말하자면 자가 진단 같은 거다.

임시완 요즘엔 나의 확장성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던지며 산다. 확장성이 한정되고 있진 않은지 노파심을 가지며 계속해서 자문자답하는 거다. 나란 사람의 확장성이 정해지는 순간 기대감이 들기보단 뻔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일상을 계속 바쁘게 꾸려가려고 하는 것 같다. 뭐 하나라도 채우기 위해서.

그럼 순전히 자연인으로서 품고 사는 질문도 있나?

임시완 그런 건 되게 단순하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쭉 행복하기 위해 일도 하는 거고. 행복의 큰 범주 안에 연기가 있는 것 같다.

신세경 욕심을 덜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건 한 인간으로서도 직업인으로서도 고민하는 지점인 것 같다.

신세경의 케이프형 니트 톱은 Ports 1961, 미색의 넓은 팬츠는 Max Mara, 흰색 운동화는 Givenchy 제품. 임시완이 입은 스리버튼 재킷, 가죽 팬츠, 검정 앵클부츠는 모두 Dunhill 제품, 검정 톱과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세경의 케이프형 니트 톱은 Ports 1961, 미색의 넓은 팬츠는 Max Mara, 흰색 운동화는 Givenchy 제품. 임시완이 입은 스리버튼 재킷, 가죽 팬츠, 검정 앵클부츠는 모두 Dunhill 제품, 검정 톱과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올 한 해를 닫고 있는 때다. <런 온>이 방영되고 시간이 흐를 즈음엔 어느덧 새해가 찾아와 있을 거다. 새해 첫날 하고 싶은 게 있나?

신세경 그날은 맘 편히 주변 사람과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임시완 그럼 나도 회식. 배우들과 사전에 같이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좀 느슨한 상태에서 얘기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맘 편히 안전하게 한 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송선민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김현성(신세경), 최윤걸(임시완)
헤어
정영(신세경), 이재선(임시완)
메이크업
이소예(신세경), 이지선(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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