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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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있는 듯한 기분과 여름의 맛을 한껏 북돋아줄 영화 및 다큐들

<녹색 광선>
#노르망디 #비아리츠 #에릭 로메르 #누벨바그

네이버에서 이 영화를 검색하면 긴 줄거리가 소개되는데, 이렇게 시작한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멋진 로맨스를 찾아 나선 한 아가씨의 여정을 통해 젊은 날의 소망과 그 성취를…’ 다른 말로 하면, 긴 바캉스를 홀로 보내게 된 주인공이 어디 한군데 정착을 못하고 방황하는 이야기다. 분명 외로움을 느끼지만 다가오는 손길은 거부하고, 혼자가 싫다면 단체 여행을 알아보라는 친구에게 ‘미쳤냐’고 하는 여자. 여정이 흐를수록 ‘참 별난 사람이네’ 싶은 마음과 ‘외로운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데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한몫한다’는 진실이 오버랩된 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는 ‘내 영화들은 날씨의 노예’라고 한 감독이다. 날씨 변화에 맞춰 프랑스 노르망디와 비아리츠 해변 등을 오가는 이 영화는 좋은 화질로 풍경을 선명 하게 담아내는 21세기 영화들과는 다르지만, 은근한데 몰입하게 만드는 놀라움이 있다. IPTV로도 감상 가능한 80년대 작품.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건축 #플렉스

건축물에 대한 여느 다큐멘터리와 다르다. 건축 여행기이자 세계 여행기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사람이 실제 살고 있는 집과 집주인을 함께 다룬다. 침실 옆에 공중 부양하는 수영장이 있는 스페인의 집, 지붕에 수영장이 있는 포르투갈의 집, 스위스의 대자연 속에 자리한 샬레,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 근방에 숨어 있는 빛과 그림자의 집, 거대한 자연을 방패 삼은 인도의 호화 주택… 스펙터클한 자연과 환상적인 뷰가 비중 있게 등장하면서도, 집이라는 실내를 다루기 때문에 집 안에서 호사스러운 시간을 갖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집들에서라면 ‘방구석 여행’이야말로 최고의 여행일 텐데.

<이파네마 소년>
#해변 #써핑 #로맨스 #전주국제영화제

바다, 소년과 소녀의 조금 특이한 로맨스, 그리고 자주 물에 젖어 있는 이수혁을 볼 수 있다. 첫사랑과 이별한 소년이 상상 속의 유령 해파리와 교류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당황스럽기 보다 귀엽게 작용한다. 언젠가 시외버스를 타고 가본 적 있는 듯한 지방의 바닷가 마을과 흐린 날씨는 영화를 보는 내가 그 마을에서 민박하고 있는 것처럼 푹 젖어 있게 한다. 물기, 습도,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여운에 이바지하는 건 이수혁이라는 몽환성.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무비꼴라쥬상과 관객평론가상을 받았다.

<기쿠지로의 여름>
#시골 #시즈오카현 #아이치현 #로드무비 #힐링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중에 가장 귀여운 것에 속한다. 아홉 살 소년 마사오의 할머니는 일 하느라 바쁘고,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버렸다. 외톨이가 된 마사오는 어느 날 먼 곳에 돈을 벌러 갔다는 엄마의 소식을 듣고 배낭 하나 멘 채 길을 나서려 한다. 이를 걱정한 이웃집 아주머니가 보호자로 투입시킨 인물이 백수로 놀고 있는 건달 역의 기타노 다케시다. 엄마 찾으러 가는 여정에 놀고 즐기는 둘의 에피소드, 막상 엄마를 찾았 을 때의 충격 등 아이의 여행 이야기인 것만 같았던 영화는 후반에 이르러서야 다른 관점으로 다시 읽히기도 한다. 줄곧 녹음 짙은 시골 정경이 펼쳐져 청량한 힐링감을 안겨주고, 조금 쓸쓸하지만 행복한 기운이 넘실대는 영화. 두 사람의 로드무비를 더욱 경쾌하게 만드는 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다. 참고로 ‘기쿠지로’는 사연 있는 가정사를 지닌 기타노 다케시의 아버지 이름이기도 하다.

<미드나잇 선>
#한여름 밤 #열대야 #로맨스 #희귀병

희귀병으로 태양을 피해야 하는 케이티가 오랜 세월 짝사랑하던 찰리와 드디어 사랑을 키워간다. 그들의 데이트는 물론 밤에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여름밤 중의 설레는 감정이, 열대야와 짜증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내 감정을 아름답게 전환시켜줄 수도 있는 것. 예상대로 흐르는 뻔한 이야기라 해도 낭만적인 여름밤 하나는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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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에디터
권은경
사진
COURTESY OF IMDB(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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