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or Never

W

세상이 변했다. 지구가 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미래를 향해,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할 때다. 미학을 넘어 윤리적인 이슈에 다가간 저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주얼리. 그리고 영겁의 시간을 거쳐온 강산처럼 견고한 워치가 일깨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며.

GLACIER

소통에도 온도 차가 존재하면 그 사이에 신뢰가 사라진다. 하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급속하게 녹고 있는 빙하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북극과 남극 빙하뿐 아니라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적도 근처의 열대 빙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왼쪽부터 | 오벌형 다이얼에 에메랄드가 섬세하게 세팅되어 우아한 곡선미와 눈부신 광채를 선사하는 디아망트 컬렉션의 하이 주얼리 워치는 Chopard 제품. 매혹적인 색상의 5.81캐럿 에메랄드와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22개가 어우러진 하이 주얼리 에메랄드 링은 Tiffany & Co. 제품.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편의를 위한 반대급부일까. 지구가 자정 기능을 상실하며 여러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5개월째 이어지는 사상 최대 호주 산불의 원인 중 하나는 인도양 다이폴, 즉 이상 기후로 인한 바다의 수온 변화다. 그 결과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단기간에 배출 되는 ‘이산화탄소 홍수’가 초래되면서 탄소 중립화에 필요한 산림이 다시 자라기까지 적어도 1백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시점, 2020년의 화두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조망했다. 과연 자연이 다양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기능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움직임은 무엇일까. 여기 인류의 질문에 답하는 하이엔드 주얼 리&워치 브랜드들이 있다.

티파니는 2000년 ‘티파니 재단’을 설립한 이래 환경 및 문화 보호, 산호 보존, 책임감 있는 광산 개발을 위해 다양한 비영리 기관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티파니는 윤리 적인 채굴과 투명성에 대한 브랜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다이아몬드 산지 공개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로써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모든 스톤 구매에 있어 공정 거래 무역을 통해 생산된 원석만 취급한다. 무차별적 산호 채굴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모든 제품에 산호 사용을 중단했으며, 상아 불법 거래로 살해당하는 코끼리를 구하기 위한 ‘Tiffany Save The Wild’ 컬렉션을 통해 #KnotOnMyPlanet 캠페인을 후원한다. 한편 쇼파드는 매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통해 그린카펫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는 공정 채굴로 채취한 윤리적 골드와 그린 에메랄드만으로 생산되는 주얼리와 워치 컬렉션. 또한 소규모 광산들과의 거래를 통해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지지하며, 금 채굴에 의지하며 사는 남아메리카 공동체의 천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

불가리는 LVMH 그룹의 환경 보존 관련 계획인 ‘LIFE’를 통해 움직인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관찰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 또 분쟁의 자금원이 된 다이아몬드 불법 거래를 방지하는 다이아몬드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를 따르며, 책임감 있는 주얼리 관행 의회의 일원으로서 채광 단계에서부터 기업 윤리를 지킨다. 그 외에도 피아제, 까르띠에, 타사키 등 많은 주얼리 브랜드들이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 제도를 준수하고, 미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만을 사용한다. 이는 전쟁 자금으로 쓰기 위해 채광한 일명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인해 힘없는 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일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피아제는 태양에너지 사용부터 폐기물 처리 시스템까지, 자연에 남기는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 네바 매뉴팩처의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했으며, 생산 시설에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는 등 건물 에너지 소비 최적화 관리를 통해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우선순 위로 삼는다. 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목재만을 사용한 쇼핑백, 박스, 카탈로그, 아트북 등을 제작하고 재활용 소재를 두루 활용하기도. 최근 피아제는 ‘서니 사이드 오브 라이프’ 컬렉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고립된 지역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국제 자선 단체인 솔라 에이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연으로 부터 강렬한 영감을 얻는 또 하나의 브랜드 중 하나인 쇼메는 2014년, ‘비 마이 러브’ 컬렉션을 통해 꿀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환경 문제와 직결된 범사회적 캠페인으로 이어갔다. 전 세계 식량의 대부분이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아는지. 이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꿀벌의 개체 수 감소를 막고자 해당 제품 구매 시 일정 금액을 꿀벌 보호 단체인 떼르 다베이유에 기부했다. 한편 타사키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진주 멸종 위기를 극복하고자 독자 연구소를 설치한 뒤, 1970년에 세계 최초로 마베 진주 양식에 성공했다. 또 다이아몬드 채굴 후 나무를 심어 다시 숲으로 복원하고, 원석을 연마할 때 생기는 분진을 책임지고 처리한다.

이처럼 환경과 공존하려는 움직임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봉착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움의 진실이 아닐까. 미학과 윤리가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닌 브랜드들의 면면을 통해 아직은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ATMOSPHERE

세계보건기구는 대기 오염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인류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기 오염을 되돌이킬 수 있을까를 논하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미세먼지 농도 나쁨’을 알려주는어 플과 마스크만은 아닐 것이다.

왼쪽부터 | 곤충 모티프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다채로운 색상의 컬러 스톤을 세팅해 쇼메가 사랑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유쾌하게 표현한 아트랩무아 컬렉션. 로즈 골드에 아쿠아마린, 다이아몬드, 만다린 가닛을
세팅한 거미 모티프의 아트랩무아 하이 주얼리 링은 Chaumet 제품. 화려한 컬러로 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공작을 모티프로 탄생한 디바스 드림 피콕 워치는 Bvlgari 제품.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로즈 골드 케이스에 천연 공작 깃털로 제작한 다이얼이 돋보인다. 자연적으로 공작새의 몸에서 떨어진 깃털만을 채집해 윤리적으로 완성한 주얼 워치다.

FOREST

지나친 방목과 경작, 삼림 벌채 등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반된 광범위한 개발은 삼림을 벌거숭이 땅으로 만들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환경 운동가 왕가리 마타이가 40여 년간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그린벨트 운동을 이끌었다면, 우리는 일 년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 18K 옐로 골드에 센터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까멜리아 모티프의 페탈 드 까멜리아 링과 곡선미가 돋보이는 페탈 드 까멜리아 커브 링은 둘 다 Chanel Fine Jewelry 제품. 무슈 디올이 가장 사랑한 꽃인 장미에서 영감을 받은 로즈 디올 프리 카텔란 링은 Dior Fine Jewelry 제품. 핑크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으며, 장미 꽃잎과 꿀벌로 양쪽이 다르게 디자인되었다.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를 세팅해 카리스마 넘치는 검정 장미를 연출한 로즈 디올 프리 카텔란 링은 Dior Fine Jewelry 제품. 옐로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타이거아이, 로돌라이트 가닛 등을 더해 정원의 잠자리와 나비, 달팽이 등을 원예 도구와 함께 해학적으로 연출한 레 제스피에글르리 드 쇼메 컬렉션의 소나트 도톤느 클립은 Chaumet 제품. 수국, 밀 이삭, 나뭇잎이 장식된 부츠를 비롯해 독립적으로 연출 가능한 작은 달팽이, 나비, 잠자리 클립이 세트로 구성된 컬렉션이다.

DESERT

몽골 전역을 덮친 이상 한파는 유목민을 수많은 환경 난민으로 만들었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두 배로 확대됐다. 지난 30년 동안 1천여 개의 호수와 8백여 개의 강이 사라졌으며, 가축에게 먹일 풀과 물이 크게 감소했다.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삼각형 모티프가 18K 핑크 골드 펜던트의 중앙에 위치한 신비로운 원형의 화이트 오팔 주변을 화사한 빛으로 섬세하게 감싼 피아제 선라이트 오팔 펜던트 네크리스는 Piaget 제품.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동물인 표범에서 영감을 받아 그 야생적인 이미지를 이어오고 있는 팬더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는 Cartier 제품. 18K 화이트 골드에 초록빛 눈을 형상화한 에메랄드, 코 부분의 오닉스, 그리고 전체적으로 눈부신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세팅했다. 옐로 골드에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프리볼 컬렉션 반지는 Van Cleef & Arpels 제품. 산들바람에 춤추는 꽃처럼 입체적인 디자인이 특징으로, 미러 폴리싱 기법으로 완성된 골드는 하트 모양의 꽃잎에 눈부신 광채를 더한다. 화이트와 옐로 골드 소재에 55개의 마르키즈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페어 셰이프 에메랄드, 그리고 파베 세팅된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세르펜티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는 Bvlgari 제품. 뱀이 지닌 파워와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뱀의 비늘 모양에서 착안한 유연성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OCEAN

미세 플라스틱처럼 해양 환경에 영향을 주는 합성 섬유의 작은 조각들이 매일모 이는 곳. 생명의 원천, 바다. 공장과 가정의 폐수와 오일이 흘러 들어간 검은 바다엔 인류가 쉽게 쓰고 무심코 버린 쓰레기에 신음하는 해양 동물들이 있다.

18K 옐로 골드에 남양 흑진주를 더한 밸런스 시그니처 흑진주 네크리스는 Tasaki 제품. 둥근 진주가 바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나란히 놓여, 마치 물 위에서 부유하는 듯한 우아함을 연출한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모티프로 한 대담하고도 우아한 형태와 정교한 다이아몬드 세팅이 돋보이는 선셋 블러바드 컬렉션 이어링은 Damiani 제품.

패션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정용선
아트워크
MAY KIM
세트
유혜원
디지털 리터칭
박종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