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의 구세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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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 열광하게 만드는 배우 일곱 명.

요즘 미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맹렬히 뛰고 있는 심장을 느끼려면 드라마를 봐야 한다. 영화 못지않은 만듦새를 기본으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드라마들 말이다. 최근 ‘미드’에 열광하게 만드는 배우 일곱 명을 소개한다.

Natasha Lyonne 나타샤 리온

<러시아 인형처럼(Russian Doll)>

미니드레스는 마르니, 목걸이와 팔찌는 티파니앤코 제품.

나타샤 리온의 말은 100%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첫 키스에 대해 물어보면 그녀는 10대 때 촬영장에서 한 소년에게 키스한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고, 즉석에서 관찰한 내용으로 문장을 끝맺을 것이다. 이런 식이다. ‘저는 제가 만나거나 본 적이 없는 여섯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쇼비즈니스 세계에 밀어넣고 이제 누군가와 키스해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 농담을 하는 게 이 배우의 매력이고, 그녀는 건조하면서도 기민한 재치를 현실과 작품 모두에서 선보이고 있다. 최근 맡은 역할은 에미상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러시아 인형처럼>의 나디아였다. 평생을 피웠다는 담배 덕분에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허스키해졌고, <러시아 인형처럼>에서 죽음과 삶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힌 나디아는 그 목소리처럼 깊은, 인생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생을 산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요. 죽음의 문턱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묻는 상상을 하곤 했죠. 또 단절된 삶으로부터 좀 더 연결된 삶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물론 제 인생에 그런 질문과 깨달음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영화를 보다가 극 중 인물에게 반하기도 하죠. 영화 <이스턴 프로미스>를 최근에야 봤어요. 비고 모텐슨이 누드로 싸우는 장면을 캡처해서는 제 남자친구인 배우 프레드 아미슨에게 ‘연구용 이미지’라고 소개하며 보여줬습니다.”

Michelle Williams 미셸 윌리엄스

<포시/버든(Fosse/Verdon)>

체크무늬 터틀넥, 스커트, 벨트, 부츠는 모두 루이 비통 제품.

미셸 윌리엄스는 <브로크백 마운틴>, <블루 발렌타인>, <맨체스터 바이 더 선>에서처럼 극적인 역할의 배우로 잘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에 대한 이 여배우의 사랑과 재능을 깎아내리면 안 된다. 그녀는 2014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카바레> 리바이벌에서 샐리 볼즈 역으로 출연한 뒤, 올해는 FX 채널의 <포시/버든>에서 밥 포시(샘 록웰 배우)의 상대역인 그웬 버든 역으로 출연했다. 미셸의 표현에 따르면, 뮤지컬이야말로 그녀가 꿈꿔온 모든 것이다. 게다가 실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면 일주일에 6일을 고스란히 바쳐야 하지만, 뮤지컬 드라마에 임할 때는 그럴 필요도 없다. 그녀는 춤추고 노래할 때면 미셸 윌리엄스라는 인간이 자신의 연기 속으로 사라지길 원한다.

“원래 제목은 <포시/버든>이 아니고, <포시>였어요. 하지만 제작자들이 현명한 결정을 했죠. 그들은 그웬 버든과 밥 포시가 인생 끝까지 낭만적이고 창조적인 파트너로 얽힌다는 점을 깨닫고, 제목을 바꿨어요. 2019년은 그런 파트너십에 관한 작품을 만들 적기였죠. 제가 남자 출연자와 동등한 출연료를 받고, 동등한 자격으로 제 목소리를 낸 첫해거든요. 이렇게 완전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저는 더 높이 뛰어올라 더 많은 도전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어요. <포시/버든>에서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 춤이 저에게 아주 원초적인 사랑을 되돌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기, 일 또는 성별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어떤 것과 연관되기 전의 그 원초적인 사랑 말이에요… 마치 어린 소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Billy Porter 빌리 포터

<포즈(Pose)>

셔츠에 체크무늬 맥시스커트가 이어지는 드레스, 슈즈는 톰 브라운, 망사 스타킹은 월포드 제품.

빌리 포터는 3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토니상,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는 노장이다. 9월에 열린 에미상에서도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FX 채널의 <포즈>에서 프레이 텔 역할을 맡은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50대에 접어드는 이 배우에게 성공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가 항상 ‘진짜’에 대해 떠들고,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일은 흔치 않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알고, 그런 자신의 중심을 지키면서 인상적인 경력을 쌓은 배우. 바로 그 점이 빌리 포터의 핵심이다.

“열두 살 때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토니상 시상식을 봤어요. <드림걸스>가 최우수 뮤지컬 후보였고, 제니퍼 할리데이가 등장해서 노래를 불렀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TV에서 유색인종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한껏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한 흑인들이 방송에 나오더군요. 스타일, 돈, TV의 연결이 저를 이 업계로 이끌었어요. <포즈> 오디션장에서 저는 제작진에게 말했어요. 내가 바로 <포즈>가 이야기할 그런 세계를 살아왔다고. 무도회장의 세계를 묘사할 때 아버지상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포즈>에 영향을 준 작품 중 1990년대에 나온 <파리는 불타고 있다>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에이즈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소외된 집단을 담은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어쨌든 삶을 선택했어요. 저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Richard Madden 리처드 매든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보디가드(Bodyguard)>

가죽 재킷은 지방시,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 팬츠는 드리스 반 노튼, 레이스업 슈즈는 디올 맨, 팔찌는 시놀라 제품.

최근 작품 속에서 죽었던 인물 중에 리처드 매든만큼 유명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왕좌의 게임> 시즌 3의 에피소드인 ‘피의 결혼식’에 등장한 그 죽음 말이다. 롭 스타크를 연기한 매든은 새 신부, 어머니와 함께 때 이른 운명을 대면하면서, 피비린내 나고 기억에 남는 결말을 남긴다. 화살을 맞고 심장이 멎은 채, 머리까지 잘려나가는 죽음. 그렇게 퇴장한 그는 다행히 곧 BBC의 <보디가드>에서 주연으로 돌아왔다. 정치계 VIP들의 경호를 맡는 보디가드 역할로 리처드 매든은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저는 ‘좋은 죽음’을 사랑해요. <왕좌의 게임>에서의 죽음도 좋은 죽음이었죠. 지금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사실은 가짜 피와 절단된 팔 모형이 바닥에 뒹굴고 있을 뿐이었죠. 그 모든 게 재밌는 게임이에요. 예전에 연기를 공부할 때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드라마 스쿨에 다녔어요. 그때는 ‘영화에서 노래하거나 춤출 일은 없을 테니 그런 수업은 안 할 거다, 펜싱 같은 걸 배울 필요도 없지 않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는 배우 인생의 절반을 칼싸움으로 보냈습니다. 노래하고 춤출 일도 있었고요. 이게 바로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예요. 그러니 얘들아, 학교에 가라!”

Kiernan Shipka 키어넌 시프카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Chilling Adventures of Sabrina)>

드레스는 끌로에, 벨트는 이자벨 마랑, 반지는 까르띠에 제품.

키어넌 시프카는 마침내 역사상 가장 훌륭한 TV 드라마 중 하나로 알려진 <매드맨> 시리즈를 최근에야 다 봤다. 정작 방영 시기에는 너무 어려서 그 드라마를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드맨>은 4년 전에 끝났고, 키어넌 시프카는 주인공 돈 드레이퍼의 큰아이인 샐리 드레이퍼로 출연했다. 이제 그녀는 넷플릭스 드라마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에서 10대 마녀를 연기하느라 바쁘다. 사브리나는 <리버데일>의 제작진이 창조한 어두운 캐릭터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을 촬영 중인 이 드라마는 어린 세대에게 상징적인 캐릭터를 선보였고, 열아홉 살 키어넌 시프카에게는 주술의 세계를 소개했다.

“<매드맨>을 보는 동안 종종, 저는 제가 그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잊었어요. 자신의 여섯 살 시절 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건 좀 이상한 일이죠. 제가 살면서 실제로 무슨 일을 겪기 전에 <매드맨>의 샐리는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요. 저는 첫 키스를 그 드라마 안에서 했고, 생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생리하는 연기를 했답니다. 실제의 저보다 앞서간 샐리가 저에게 세상 물정을 가르쳐준 셈이에요.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을 하기 전에는 주술이 뭔지 잘 몰랐지만, 이젠 알겠어요. 남자들이 단지 여성과 여성의 힘을 두려워했을 뿐이라는 사실을요. 저는 요즘 뮤지션 숀 멘데스에게 푹 빠져 있답니다. 사브리나로서 숀 멘데스에게 사랑의 묘약 같은 걸 쓰고 싶기도 한데… 그 건 좀 속임수 같고, 차라리 그와 커피나 한 잔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Penn Badgley 펜 배즐리

<너의 모든 것(You)>

코트는 알렉산더 매퀸, 티셔츠는 보스, 팬츠는 질 샌더 제품.

넷플릭스가 어떻게 폭풍을 일으켰는지 이해하기 위해 꼭 봐야 할 드라마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너의 모든 것>이다. 동명의 책 시리즈에 바탕을 둔 이 심리 스릴러물은 작년 가을 라이프타임 채널에서 첫 시즌이 방영됐는데, 이후 넷플릭스에 풀리면서 시청자들을 ‘강타’했다. 드라마가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나면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티 플레저를 제공한 것이다. 그 열풍은 작은 서점에서 일하는 매니저이자 스토커이면서 살인자이기도 한 주인공, 조 역할을 맡은 펜 배즐리 덕분이다. 그는 시청자들이 <가십걸>의 댄 험프리보다 <너의 모든 것>의 조 골드버그를 더 좋아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저는 여덟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어요. 어머니와 함께 LA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건 열두 살 무렵이고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연기한 사람은 섹슈얼한 경험을 하기 전부터 늘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며 살아야 하는 법이죠. <너의 모든 것>을 위해서는 살면서 처음으로 밧줄에 묶여 있는 경험을 했어요. 보세요, 아직도 손목에 밧줄 자국이 남아 있다니까요? 게다가 그 생애 첫 경험을 카메라가 고스란히 찍었답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조의 캐릭터에 끌리지 않았어요. 그저 ‘어우, 나도 몰라’ 비슷하게 반응했죠.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이 남자에게 끌린다는 건 매혹적인 일입니다. 조는 안티 히어로예요. 유혹적이지만, 살인자죠. 물론 저는 그를 결코 살인자로 여기지 않아요. 자기 스스로를 ‘나는 살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에게 살인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Jameela Jamil 자밀라 자밀

<굿 플레이스(Good Place)>

롱 코트는 사카이, 부츠는 프라다 제품.

자밀라 자밀이 LA로 이사한 이유가 영화배우로 성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한마디로 ‘행복을 찾아서’, 그리고 코미디 작가로 일하기 위해 LA에 왔다. 이사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자밀라 자밀은 올가을에 최종 시즌을 공개한 시트콤 <굿 플레이스>에 출연하는 스타 중 한 명이 됐다. <굿 플레이스>는 사후 세계가 배경인 판타지 드라마다. 생전에 착하게 산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굿 플레이스’에 사실은 ‘배드 플레이스’로 배정받아야 할 누군가가 유입되고, 이제 지옥 같은 곳으로 쫓겨나지 않기 위한 소동극이 펼쳐진다. 자밀은 굿 플레이스에 사는 상류층 아가씨 ‘타하니’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인물이 그냥 동네 주민 같은, 그러나 매우 복잡한 뉘앙스가 있는 여성이라고 설명한다.

“<굿 플레이스>는 종교적인 주제와 도덕, 철학이 있어요. 코미디를 가장해 사람들에게 도덕을 가르치는 거죠. 유명 철학자들이 우리 작품을 진지하게 시청한다고 들었어요. 대학 수업에서 교수가 <굿 플레이스>를 소개하며 가르치는 사례도 있고요. 이 점을 생각하면 우쭐해지죠. 제가 런던에서 LA로 이주한 뒤 처음 치른 오디션이 바로 이 작품이에요. 저의 영웅이었던 테드 댄슨은 현재 제 상대역입니다. 그는 정말 섹시해요. LA로 이사한 건 살면서 제일 용감한 결심이었어요. 이곳에 아무 연고도 없었고, 심지어 제가 너무 늙고 뚱뚱하다는 말을 듣고도 감행한 일이었거든요.”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JACKIE NICKERSON
LYNN HIRSCHBERG
스타일리스트
Elin Svahn
헤어
Akki Shirakawa @ Art Partner
메이크업
Diane Kendal @ Julian Watson Agency
네일
Megumi Yamamoto(Chanel le Vernis) @ Susan Prince 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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