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과 샤넬의 향기로운 여정

메이 로즈가 싱그럽게 피어나는 5월의 그라스. 꽃에서 향수로 이어지는 샤넬의 향기로운 여정을 고윤정과 함께 떠났다.

Beauty Note
그라스의 드넓은 샤넬 메이 로즈 필드 앞에 선 고윤정. 풍부한 스킨케어 성분이 함유돼 우아한 광채를 선사하는 ‘수블리마지 쿠션’으로 피부를 화사하게 정리했다. ‘레 베쥬 아이섀도우 팔레트(웜)’의 따뜻한 베이지, 코랄 컬러로 눈매에 부드러운 음영을 더하고, 볼에는 ‘쥬 꽁뜨라스뜨 블러셔(330 로즈 뻬띠양)’로 은은한 장밋빛 생기를 연출했다. 입술은 한 번의 터치로 선명한 컬러를 표현해주는 ‘루쥬 코코 플래쉬(90 쥬르, 825 비쥬)’를 믹스해 발라 고혹적으로 마무리했다. 모두 Chanel 제품.

Beauty Note
베일처럼 피부를 매끄럽게 감싸주는 ‘수블리마지 쿠션’으로 피부를 고르게 정돈한 뒤, 은은한 뮤트 컬러가 아름다운 ‘레 베쥬 아이섀도우 팔레트(소프트)’로 눈매에 부드러운 깊이를 더했다. 사랑스러운 핑크빛 ‘쥬 꽁뜨라스뜨 블러셔(44 나르시스)’로 홍조를 더하고, 선명한 발색을 자랑하는 ‘루쥬 코코 플래쉬(118 프리즈)’를 매끄럽게 발라 화사한 핑크 립을 완성했다. 모두 Chanel 제품.
CHANEL N°5 엑스트레 드 빠르펭 30ml, 65만4천원.
5월의 장미, 그라스의 메이 로즈

지중해 특유의 코발트빛 바다와 손으로 살짝 쥐었다 놓은 천처럼 주름 잡힌 산맥들, 그리고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눈부신, 눈부신 햇빛.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에 다가갈수록 펼쳐지는 남프랑스의 풍경은 그라스의 메이 로즈가 무엇으로 자라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다. 차가운 북풍은 막아주고 지중해의 온기는 전달해주는 지형적 특성과 연중 풍부한 일조량은 메이 로즈가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본연의 풍부한 향을 머금고 피어나게 한다.
샤넬은 이곳 그라스 농장에서 1987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샤넬 향수의 주요 원료가 되는 메이 로즈를 비롯해 재스민, 아이리스, 튜베로즈, 로즈 제라늄 등을 재배하고 있다. 그중 메이 로즈는 ‘백 장의 꽃잎을 가진 장미’라는 뜻의 로사 센티폴리아(Rosa Centifolia)라는 학명으로도 불린다. 농장주 죠세프 뮬(Joseph Mul)은 막 피어나기 시작한 장미 꽃잎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꽃 수확이 일 년 내내 이어지는 이 농장에서 메이 로즈는 수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설명한다. “메이 로즈는 그 이름처럼 일 년에 단 한 번, 5월 3주 동안만 꽃을 피우는 장미예요. 서늘한 이른 아침 꽃봉오리가 열릴 때 수확해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에 장미가 향을 가장 짙고 풍부하게 머금고 있기 때문이죠.” 동이 막 트기 시작한 이른 아침, 농장에 도착한 윤정이 활짝 핀 메이 로즈의 향기를 맡고 탄성을 내질렀다. “와 너무 좋아요!” 초롱초롱한 눈을 더욱 반짝이며 말했다. “장미니까 당연히 관능적이고 섹시한 향일 줄 알았는데, 메이 로즈는 뭐랄까, 좀 더 수줍은 것 같기도 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네요.” 그녀의 표현대로, 여러 겹으로 촘촘하게 피어나는 꽃잎은 놀랄 만큼 신선하고 화사한 향기를 품고 있었다. 향수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다마스크 로즈가 화려하고 스파이시한 붉은 장미의 향기라면, 메이 로즈는 이슬을 머금은 맑고 푸릇한 생동감과 함께 수채화같이 투명한 핑크 장미의 향이다. 뮬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윤정에게 평생에 걸친 익숙한 손길로 꽃을 수확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이렇게 가볍게 감싸 잡고, 살짝 돌리듯이 꽃송이를 톡 따는 거예요.” 수확자들은 그가 한 것처럼 손으로 하나하나 꽃송이를 따서 앞치마 주머니에 채워가며, 커다란 포대에 꽃을 모아 담았다.
“메이 로즈는 그라스의 산업가들이 이미 17세기에 냉침법, ‘앙플뢰라쥬(enfleurage)’라고 불리는 향기 추출법을 위해 선택한, 매우 오래된 장미 품종이죠. 그라스는 사실 가죽 가공으로 유명했던 도시였습니다. 무두질한 가죽은 냄새가 고약했는데, 그 불쾌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을 입힌 가죽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방법은 간단해요. 유리판 위에 돼지기름과 소기름을 섞은 혼합물을 바른 뒤, 매일 아침 신선한 꽃들을 그 기름 위에 담가두는 것이었죠. 일주일 정도 지나면 기름은 꽃향기를 가득 머금게 되고, 그 혼합물을 밀폐된 알루미늄 상자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역한 가죽 냄새를 제거하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 후로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용매가 등장하면서, 향수 제작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향기 분자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추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결과 그라스 지역은 전 세계 조향사들이 향수 제조를 위한 에센스를 구입하러 모여드는 중심지가 되었죠. 그리고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가 그라스를 방문하게 되었고, 바로 이 메이 로즈의 에센스를 선택해 향수를 만들었죠.”
N°5의 향기가 그대로인 이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샤넬 최초의 향수 N°5다. 샤넬 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는 장미는 향수 제조업에 있어 재스민과 함께 가장 중요한 원료라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메이 로즈는 향이 정말 풍부하고 관능적이죠. 우리가 메이 로즈에서 각별히 좋아하는 부분은 따뜻하고 깊이 있는 향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메이 로즈의 바로 그런 특성이 N°5에 풍부한 여성성을 더해주죠. 메이 로즈의 노트는 향을 입는 순간부터 잔향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피어나며 N°5 향을 아주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그 향수의 근원이 바로 이곳이었기에, 샤넬은 지금도 이곳을 수호한다. “메이 로즈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다는, 바로 이곳에서 자라는 메이 로즈의 향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는 그라스만의 ‘테루아(Terroirs)’ 덕분이죠. 토양과 미세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메이 로즈라도 북아프리카 같은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지금 여기에서 맡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식물이 생성하는 분자들이 달라지면서 결국 상이한 향이 나게 되거든요. 샤넬 하우스는 향수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N°5 본래의 향을 느끼지 못하게 될까 염려해, 이 본질을 일관되게 지켜오고자 했죠.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예요. 오리지널 향수 품질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 말이죠.” 뮬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의 가문은 무려 5대째 이 자리를 지키며 꽃을 재배해오고 있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수확자들의 손은 점점 더 바빠졌다. 매일 아침 이슬이 맺힌 신선한 장미를 따는 삶이란 어떤 걸까? 농장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목가적이고 아름답지만, 메이 로즈는 빛과 온도에 시시각각 그 향의 농도가 변화하기에 수확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메이 로즈는 매우 섬세하고 연약한 꽃이기도 하죠. 우리는 향이 가장 좋은 최고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농장 한가운데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메이 로즈를 수확하자마자 바로 필요한 공정에 돌입하기 위해서죠. 덕분에 방치되거나 기다리는 동안 손실될 수 있는 휘발성 분자들을 최대한으로 포집할 수 있어요.”

뮬과 오랜 친구처럼 인사를 나눈 뽈쥬는 밭을 둘러보며 말했다. “올해는 기상 이변으로 4월부터 개화를 시작했어요. 자연이란 참, 예측하기가 어렵죠.” 이들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날씨뿐이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샤넬은 꽃의 수확부터 당신의 손에 보틀이 쥐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완전히 추적하고 통제한다. 점심때가 되기 전에 그날 수확한 꽃은 바로 옆 공장에 배송됐다. 업계에서 재배지와 이토록 가까운 곳에 제조 시설을 갖춘 곳은 샤넬이 유일하다. 꽃잎들은 거대한 탱크에 담겨, 향기 분자가 증발하기 전에 용매를 통해 온전히 추출된다. 지체되는 시간이나 산화 스트레스가 없어 그 어떤 미묘한 향기도 사라지지 않는다. 덕분에 이미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신이 맡는 N°5의 후각적 노트는 1921년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뮬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과잉 생산을 하려고 욕심내지 않으면서, 해마다 늘 한결같이 똑같은 품질을 유지해야 해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라 나야 자신이 가진 최고의 향기를 온전히 내어줄 수 있습니다.”

갈색 트위드 재킷과 톱, 스커트는 모두 Chanel 제품.

CHANEL N°5 엑스트레 드 빠르펭 30ml, 65만4천원.


Beauty Note
메이 로즈처럼 화사하게 빛나는 윤정의 피부는 스킨케어 효능과 파운데이션의 기능을 결합한 ‘수블리마지 쿠션’을 바른 것. 눈매는 ‘레 베쥬 아이섀도우 팔레트(웜)’로 자연스러운 깊이를 더하고, ‘쥬 꽁뜨라스뜨 블러셔(330 로즈 뻬띠양)’를 앞 볼에 발라 화사하게 연출했다. 입술엔 녹아들 듯 크리미한 질감의 ‘루쥬 코코 플래쉬(90 쥬르, 825 비쥬)’를 매끄럽게 풀립으로 발랐다. 모두 Chanel 제품.
레 젝스트레 드 샤넬, 장인 정신의 정수

이런 모든 공정을 거쳐 완성된 샤넬의 최상급 럭셔리 향수 라인이 바로 ‘레 젝스트레 드 샤넬(Les Extraits de Chanel)’이다. 향수의 세계에서 ‘엑스트레(Extrait)’는 하우스의 노하우와 원료가 가장 밀도 높게 응축된 최상위 등급을 의미한다. 작가이자 화학자이기도 했던 프리모 레비는 저서 <주기율표>에서 증류의 과정이 느리며, 철학적인 침묵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증류가 아름다움 건 변신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학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훌쩍 넘어 먼 곳에 이르는 것이다.” 증류든 다른 추출법이든 간에, 이 문장은 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우리에게 뭔가를 알려준다. 속도와 효율, 그리고 빠른 변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레 젝스트레 드 샤넬’은 그 흐름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거슬러, 아주 멀고 매혹적인 곳에 이르른다.
오직 자연의 힘에 의해 한정적으로 생산되는 꽃들은 사람의 손으로 직접 수확되고 한 치의 향도 손실되지 않도록, 1시간 내에 가공이 시작된다. 추출된 에센스는 샤넬의 향수 연구소로 옮겨져 정교한 조합 끝에 샤넬의 독보적인 포뮬러로 완성되고, 빛나는 액체는 엄격하게 정제된 디자인의 투명한 사각 보틀에 담긴다. 순수한 다이아몬드처럼 커팅된 보틀과 미니멀한 화이트 라벨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보드뤼샤쥬(baudruchage)’기법으로 밀봉된 보틀을 여는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소수의 숙련된 여성들만이 보유한 이 기술은, 샤넬이 지켜온 위대한 전통의 일부로, 향기를 당신의 손에 닿을 때까지 완벽하게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병 입구에 ‘보드뤼슈(baudruche)’라는 천연 소재의 얇은 막을 씌우고, 래커 칠한 검은 면사 두 줄로 단단히 둘러 고정한 다음, 샤넬의 더블 C 로고가 새겨진 밀랍 스탬프를 찍어 입구를 봉인해 향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다. 로봇이 춤도 추는 요즘 같은 초기계화 시대에서 이런 수작업은 매우 비효율적인 과정이지만, 샤넬은 어떤 것들은 결코 산업화될 수 없으며 전수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믿는다. 그리고 우아한 스레드 커터로 이 실을 툭 끊어내는 순간, 봉인이 해제되면서 폭발하는 향기는 우리에게 럭셔리가 무엇인지 단숨에 설득해낸다. 허공에 분사하는 대신, 귓불 뒤, 데콜테, 손목 안쪽과 같이 맥박이 뛰는 따스한 부위에 스토퍼로 한 방울씩 정교하게 바르는, 이 사치스럽고 아름다운 제스처! 향은 피부에 스며들어 체온과 함께 고유한 정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우리의 호흡, 움직임 그리고 우리가 가장 친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샤넬 하우스의 장인 정신이 집약된 진귀한 ‘정수’는 ‘레 젝스트레 드 샤넬’의 11가지 향에 모두 담겨 있다.



Beauty Note
전체적으로 ‘수블리마지 쿠션’을 얇게 발라 피부를 매끄럽게 정돈한 뒤, 실키하게 표현되는 ‘쥬 꽁뜨라스뜨 블러셔(44 나르시스)’로 발그레한 생기를 더했다. 입술은 촉촉하게 스며들 듯 발리는 ‘루쥬 코코 플래쉬(118 프리즈)’를 발라 화사하게 마무리했다. 모두 Chanel 제품.
꽃에서 향수에 이르기까지

‘레 젝스트레 드 샤넬’의 정점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될 수 없는 ‘N°5 엑스트레 드 빠르펭’이 자리한다. 뽈쥬는 N°5가 향수를 생각하고 정의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고 말한다. “이 향수는 제게 진정한 궁극의 향수입니다. 찾아낼 수 있는 최고의 원료들을 조합해, 단순한 향수 이상의 무언가를 표현하기 때문이죠. N°5는 하나의 정신과 스타일을 구현합니다. 샤넬 향수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부분은 바로 스타일이에요. 저는 이 점을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샤넬은 꾸뛰리에가 만든 브랜드로, 그녀는 향수로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는 놀라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죠. 우리는 향수를 구상하고 창조하는 모든 과정에서 향수 고유의 정체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독창적인 미학을 추구해왔습니다. 시간과 함께 진정한 전문성을 발전시켜왔죠. 이는 샤넬이 단지 향수를 창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조까지 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각각의 원료와 특성, 향수 라인업 등 모든 과정에 관해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꽃에서 향수에 이르기까지, 직접 구상하고 제작해낼 수 있는 능력, 뽈쥬는 바로 이러한 힘이 조향사를 자유롭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그가 조향한 ‘레 젝스트레 드 샤넬’의 향 중 하나이자, 고윤정이 가장 좋아하는 향수로 손에 꼽은 ‘1957 엑스트레 드 빠르펭’ 역시 이런 바탕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와 함께 그라스의 꽃 수확에서 공장 견학까지 다녀온 윤정은 향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달라져버렸다고 고백했다. “오늘 메이 로즈의 향기를 직접 맡고 나니, 이제까지 알고 있던 N°5의 향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새벽에 이슬 어린 꽃잎을 그대로 압축기에 넣는 과정을 봐서일까요? 예전에는 N°5가 파우더리하고 우아하다고 느꼈는데, 오늘 다시 맡으니 촉촉하고 신선한 장미의 향기가 더욱 다가오더라고요. 향수는 제게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그리고 취향에 따라 사용하는 화장품이었는데, 이 모든 과정을 보니 향수를 뿌리는 것 자체가 더없이 낭만적인 행위 같아요. 이 한 병에 들어가는 메이 로즈며 재스민이며 이런 원료들을 사람이 직접 심고 키워서, 꽃을 피우면 하나하나 따고, 여러 가지 공정을 거쳐 앱솔루트로 만들고… 그 정성이 제가 매일 쓰던 향수를 다르게 보이게 해요.”
그리고 지금 내 책상 위에도 ‘N°5 엑스트레 드 빠르펭’ 한 병이 놓여 있다. 30ml 이 작은 한 병에 수백, 수천 송이 꽃들의 정수가 담겨 있는 것을 알지만, 나는 아직 이 병을 열지 못한다. 보드뤼샤쥬로 단단하게 봉인된 그 고고한 자태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과감하게 저 투명하게 빛나는 방돔 모양의 캡을 열고 나면 향기의 비밀이 발산될 것이다. 거기에 바로 그라스의 온화한 햇빛과 서늘한 바람, 5월의 파란 하늘 아래 그 순결한 핑크빛으로 생애의 모든 에너지를 다해 피어오른 메이 로즈가 담겨 있겠지. 지난 한 세기 동안 세상의 모든 여성이 사랑해왔고, 욕망을 투영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삼아온 이 향수의 미래 역시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내가 만난 그 탁월한 장인들이 꽃에서 이 보틀에 이르기까지의 그 여정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지키고 보존할 것이므로.

Beauty Note
빛을 머금은 우아한 피부는 스킨케어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한 ‘수블리마지 쿠션’을 바른 것. 눈매는 ‘레 베쥬 아이섀도우 팔레트(웜)’로 햇살을 머금은 듯 빛나는 베이지 톤으로 밝히고, ‘쥬 꽁뜨라스뜨 블러셔(330 로즈 뻬띠양)’로 광대를 감싸듯 넓게 발라 피어나는 장미처럼 싱그럽게 연출했다. 로즈 우드 컬러로 부드럽게 빛나는 입술은 ‘루쥬 코코 플래쉬(90 쥬르, 825 비쥬)’ 두 가지 컬러를 믹스해 발라 완성했다. 모두 Chanel 제품.
CHANEL N°5 엑스트레 드 빠르펭 30ml, 65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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