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한 철을 보낸 서강준과의 정적인 시간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서강준이 응시하는 곳

2019-09-30T11:15:59+00:002019.09.26|FEATURE, 피플|

홍채의 구조가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눈동자와 하얀 피부의 소유자라거나, 배우 세계에 출현한 아이돌 같은 존재라는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있다. 스물일곱 서강준이 일찍이 바라보고 향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스릴러 드라마로 역동적인 한 철을 보낸 그와 정적인 시간을 가졌다.

셔츠와 타이는 닐 바렛, 니트는 솔리드 옴므 제품.

오늘 화보 촬영을 한 동네가 강남구 자곡동이다. 이 근방에 전주 이씨 묘역이 있는 것 아나? 서강준의 본명이 이승환이고,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 16대손이라고 ‘나무위키’가 친절히 알려주더라저는 전주 이씨가 아닌데….

이럴 수가. 누가 남의 뿌리를 그렇게 아는 척한 걸까? ‘서강준은 상당히 진지한 사람’이라는 말은 사실이겠지? 그건 인터넷에서 접한 풍문이 아니라 매니지먼트 직원에게 들은 거다. 맞는 말인데, 상황에 따라 다르겠다. 질문이 가벼우면 나도 가볍게, 질문이 깊어지면 나도 깊어진다. 인터뷰할 때 내 말이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하게 다 말한다. 그러다 보면 고민이나 진지한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회사 관계자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니 나를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민트색 코트, 셔츠, 팬츠는 모두 마틴 로즈 by 10 꼬르소 꼬모, 슈즈는 유니페어 제품.

얼마 전 종영한 OCN <왓쳐>가 첫 회부터 반응이 좋았다. 경찰 내부 비리 조사팀의 반장 한석규, 욕망과 능력을 갖춘 변호사 김현주, 그리고 비리 경찰로 낙인찍힌 아버지와 어릴 적 눈앞에서 어머니가 살해당한 사연이 있는 경찰 서강준이 과거의 진실과 얽히는 스토리를 재밌게 시청했다. 특히 당신이 맡은 ‘영군’이라는 인물은 씩씩하지만 짠한 데가 있었다. 아마 진실을 회피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씩씩해 보였을 거다. 영군에게는 부모님과 관련한 미스터리가 있지만 그는 그걸 굳이 풀려고 하지 않았다. 풀고 싶어도 정확히 무엇을 풀고자 하는지 자신도 몰랐다. ‘어렸을 때 큰일을 당했지만 아무렇지 않아,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산 거다. 영군이가 망가지지 않고 산 게 나도 신기했다.

개인사로 인한 무거운 분위기에 빠져 있거나 반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인물도 아니어서 좋았다. 뭐랄까, 직업의식이 투철해 보였다. 깊은 상처가 있어서 보호받아야 할 사람 같은데, 일단 자기 할 일을 맹렬히 하며 전진하는 사람. 사람이 힘든 일을 겪었다고 계속 힘들어하기만 할 수는 없을 거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니까. 그럴 때는 고통을 자기 안에 고이 접어두고 그저 살아가는 셈이다. 영군의 경우 그러다 어떤 사건들을 맞닥뜨리면서 접혀 있던 마음과 고통이 펼쳐졌다. 겉으로는 영군의 행보가 좀 목적성이 있어 보였겠지만, 드라마 초반에는 그런 목적성 없이 사무적으로 보이길 원했다. 그러다 영군이가 스스로 깨달아가야 할 것 같아서.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물이었고 액션 연기도 많이 했다. 작품을 하면서 몸이 힘든 경우와 머리 쓰느라 골이 지끈거리는 경우, 어느 쪽이 차라리 더 나은가? 몸이 힘든 게 낫지. 몸보다 정신이 너무 예민해지는 건 좀 싫더라.

주얼 브로치 장식 톱, 하운즈투스 패턴 팬츠는 알렉산더 매퀸, 슈즈는 웰쇼드 제품.

연기하면서 모니터링은 꼼꼼히 하는 편인가? 거의 안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하는 연기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못 본다.

어째서? 내 연기를 보는 게 싫을 때가 많다. 모자라 보이고… 잘 못 보겠다.

나르시시즘 같은 게 없다고 봐야 할까? 그럴 거다. 게다가 내 연기를 보면서 ‘저기서 이렇게 저렇게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자신이 뭔가에 갇혀버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감정이 중요한 신을 모니터링하다가 ‘아, 고개 각도가 좀 달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 다음번에 그 점을 의식하게 되고, 그럼 결과가 더 이상해지더라. 마음이 우러나와야 하는 감정 신에서 그런 계산을 하면 보이기 위한 연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진심’, ‘진짜’ 같은 걸 추구하나? 그럴듯한 속임수를 쓰면서 연기하고 싶지가 않달까?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머리로 알아도 동기 부여가 안 되면, 납득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편이다. 나는 아직 더 발전해야 하는 단계에 있는 배우다. 그래서 오히려 나를 틀에 가두고 싶지가 않다. 모니터링하면서 안 좋은 걸 고치기보다는 현장에서 되도록 많이 느끼며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다.

줄무늬 재킷, 셔츠, 타이, 팬츠는 모두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연기의 쾌감은 어느 때 느끼나? 소리가 나올 때. 그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가 그 장면을 어떻게 해냈는지 나도 대강 판단할 수 있다. 웬만큼 충족되는 연기를 했다 싶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한순간에 스르르 누그러진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사실 서강준을 ‘꽃미남 캐릭터’ 정도로 여긴 적이 있다. 어느 순간 그게 속단이었음을 인정했다. 당신의 연기를 보고 가장 놀랐던 작품은 로봇과 인간, 12역을 해낸 KBS <너도 인간이니?>보다 표민수 감독이 연출한 JTBC <제3의 매력>이다. 초반에 뻐드렁니 장치를 끼고 강박적인 학생으로 등장했을 때, 당신이 배우로서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 했다. <제3의 매력> 때는 현장에서의 느낌에 따라 솔직하게 반응하며 연기하려고 했다. 마음 가는 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은 늘 크다. 내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들을 볼 때 자주 느낀다. 보면서 내가 안다, 내 원동력은 열등감이라는 걸. 에디 레드메인, 제이크 질렌할 같은 배우의 연기와 남의 작품들이 너무 좋아서 감탄하다가도 나 자신이 처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고통이라면 고통이지만 또 나아갈 힘이 되는 듯하다.

더블브레스트 재킷, 셔츠, 팬츠는 모두 지방시 제품.

특별히 아끼는 영화가 있나? 지금 떠오르는 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너무 아픈 첫사랑 이야기고, 색감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 거기서 엘리오의 아버지가 한 긴 대사가 있는데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해도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자신은 젊을 적 그러지 못했지만 아들 너는 사랑의 아름다운 감정을 잊지 말고 간직하라고. <사울의 아들>도 좋아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 시체 처리 일을 맡은 사울이 어느 날 아들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아이의 장례만은 제대로 치러주기 위해 모든 걸 던진다. 자기가 죽든 어떻게 되든, 아이의 장례를 치르는 게 그의 지상 목표가 된다. 내가 좀 힘들 때 이 영화를 봤다. ‘왜, 뭘 위해 살고 있지?’ 같은 생각을 할 무렵… 내 상황과 해석이 맞물리다 보니 더욱 <사울의 아들>을 좋아하게 됐다.

그 참혹한 <사울의 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금 내 앞에 놓인 생수 한 병이 내 인생의 이유이자 목표인 것 같다면, 그냥 그게 나에게 제일 중요한 거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와 목표는 각자가 설정하고 부여하기 나름이다. 설사 그게 남들이 보기엔 하찮더라도.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강준에게 그 가치가 뭔지 좀 들여다봤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연기에 목매며 살고는 있지만 그게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겠더라. 만약 연기를 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살 중요한 이유도 사라지는 걸까? 그건 아니니까. 그렇게 좋아하는 연기가 아니어도 태어난 이상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가정’ 같다. 앞으로 내가 꾸릴 가정 말이다. 어쨌든 현재 생각은 그렇다. 연기는 삶의 목표라기보다 젊은 날의 꿈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당신이 자란 가정은 어땠나? 화목했고, 여전히 화목한 집안이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신다. 그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인생의 소중한 가치가 될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있어야 하는데, 서강준이 끌리는 여자는 어떤 여잔가? 이상형 같은 게 딱히 없다. 끌리는 게 중요한데 그 끌림에 기준이 있지도 않다. 모든 경우가 다 달랐다.

럼 연애해본 상대나 가까운 여성에게 자주 들은 말이 있나? 다들 나보고 솔직하다고 한다. 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더라. 자신은 솔직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솔직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뭐가 힘든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자신을 정말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같아서.

검은색 슈트, 스카프는 디올 제품.

솔직하게, 데뷔 이후 당신이 배우고 얻은 하나의 결론이 있다면 뭔가? ‘내 생각이 옳다’는 것. 그 생각이 틀렸을지라도, 그게 훗날 후회를 부를지라도, 내 뜻대로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이냐면 후회도 만족도 내 결정으로 인한 결과여야 남을 탓할 일이 없다는 거다. 누군가의 조언을 따랐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사람을 원망하게 되겠지. 결정은 알 수 없는 미래를 감수하며 결국 내가 내려야 하는 것이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진심은 통한다’. 매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통하는 게 진심 같다. 이 두 가지를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

배우는 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매니지먼트부터 스태프까지 함께 안고 가는 존재인데. 혹시 당신의 결정이 틀렸다면 그들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나?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로 맺어진 동료지, 그들이 내 피붙이 식솔은 아니다. 물론 그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제반 사항을 다 고려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다만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때, 어쨌든 칭찬을 받는 것도, 욕을 먹는 것도 나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게 맞다.

돌아보면 비교적 당신의 결정과 의지대로 흘러왔나? 처음부터 그러지는 못했지만,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강준을 향한 사랑을 가장 체감하기 좋은 무대는 유튜브 같다. 당신에 관한 무수한 반응을 봤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서강준과 차은우만 있으면 세계 통일 가능하다’, 그리고 당신의 신비한 갈색 눈동자에 대한 언급이다. 해외 팬들이 많아서 한 번, 부정적인 이야기가 없어서 두 번 놀랐다. 지금까지 해외 팬 미팅은 해봤는데 정작 국내에서 해본 적이 없다. 규모가 크든 작든 한국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드디어 10월에 첫 국내 팬 미팅을 한다.

그 정도면 현재까지는 성공한 인생인가? 누군가는 내게 ‘너 이미 성공했잖아’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라고 말한다. 성공이란 건 참 상대적이다. 성공의 기준 같은 건 모르겠지만, 나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될까? 받을 만큼 받고 있는 사랑에 만족하고, 하지만 연기에 관해서는 여전히 목말라하며 사는 것. 이게 내가 지향하는 배우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