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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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아름다움과 강인한 내면, 넘치는 재능으로 뭉친 여성들이 느리고도 분명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막스마라가 후원하는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드’와 함께.

LA에서 펼쳐진 2019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드.

“확실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 일에서도 그 변화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고, 저 역시 거기에 힘을 보태려고 애써요. 읽고 있는 대본의 중심 인물은 여성이고, 대부분 여성의 서사를 다루고, 여성이 제작하고 감독합니다. 진화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여성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습니다. 예술가는 특정 영역, 특정 이야기만 언급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좋은 진전입니다. 그것은 다른 진보처럼 느리게 천천히 진행되지만,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019 우먼 인 필름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를 수상한 엘리자베스 데비키의 수상 소감이다.

LA에서 펼쳐진 2019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드.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즈’는 여성 영화인의 모임인 ‘우먼 인 필름(Women In Film)’이 주최하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행사다.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의 크리에이티브한 프로젝트들을 지원하며, 모든 형태의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영역과 입지를 확장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여성이 스크린 안팎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기금도 마련한다. 1977년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불평등을 겪는 다양한 여성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고, 그 해결을 위해 사회 문화적으로 분투해왔다. 특히 영화, TV, 디지털 등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들이 모든 커리어 단계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애썼다.

LA에서 펼쳐진 2019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드.

현지 시간으로 612일, LA 버버리 힐튼 호텔에서 진행된 ‘우먼 인 필름 애뉴얼 갈라(2019 Women In Film Annual Gala)’에서 올해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안트러프러너 인 엔터테인먼트 어워드’는 에이미 폴러(Amy Poehler)가, ‘이머징 안트러프러너 어워드’는 이사 레이(Issa Rae)가, ‘크리스탈 어워드 포 애드보커시 인 엔터테인먼트 어워드’는 캐시 슐먼(Cathy Schulman)이 수상했다. 행사의 주요 어워드 중 하나인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MaxMara Face of the Future Award)’는 영화 및 TV에서의 두드러진 활동, 커리어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동시에 스타일까지 겸비한 재능 있는 여배우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올해는 호주 출신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데비키(Elizabeth Debicki)에게 돌아갔다.

한편 막스마라는 WIF 행사 설립 이래 17년간 공식 스폰서십을 맺어온 가장 오래된 파트너다. 창립자 아킬레 마라모티(Achille Maramotti)의 손녀이자 막스마라 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앰배서더 마리아 줄리아 프레치오소 마라모티(Maria Giulia Prezioso Maramotti)도 지지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녀를 만나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 동행해온 막스마라의 힘과 생기 넘치고 다재다능하고도 당당한 여성들의 태도, 변화의 물결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우먼 인 필름을 지지하는 막스마라의 경영자이자 글로벌 앰배서더 마리아 줄리아 프레치오소 마라모티와 나눈 이야기

배우 에이미 폴러.

배우 티파니 듀폰트.

한국 배우 최초로 우먼 인 필름에 초청된 배우 수현.

여성이 주인공인 날이다. 막스마라의 경영자이자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서 어워즈에 참석하는 기분이 어떠한가? 매우 보람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영화와 미디어에 종사하는 여성을 위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행운이다. 막스마라의 경영자로서 흥미로운 순간 중 하나다.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막스마라는 어떤 여성에게 잘 어울릴까? 알다시피 막스마라는 유행을 타지 않는 브랜드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옷을 입은 그 여자의 성향과 취향이 막스마라를 대변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어울릴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이란 어떤 것인가? 옷의 본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옷 (Quintessentially Constructed)이 아닐까. 어느 시대, 어느 여성의 옷장이든 항상 자리하고 있는 아이템들 말이다. 예를 들어 검은 재킷을 이야기 해보자. 20대라면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매치할 수 있겠고, 40대는 지금 내가 입은 것처럼 와이드 팬츠에 입을 수 있겠다. 60대에는 또 다른 조합으로 입지 않겠나. 나이를 초월해 모든 여성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지고 싶은 룩, 그런 아이템이 시 대를 초월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을 초월한 아이템 딱 5개만 고른다면? 어렵지 않다. 간결한 디자인의 검정과 남색 슈트 재킷, 핀 스트라이프 재킷, 검정 팬츠, 그리고 데님.

막스마라는 17년째 영화와 미디어 업계 여성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창립된 ‘우먼 인 필름’을 후원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여성을 서포트해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먼 인 필름은 영화와 미디어 쪽에 종사하는 여성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자리다. 막스마라는 행사를 지원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그 여성들과 더 가까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그녀들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데 더 시간을 할애한다. 막스마라는 60~70년 전부터 여성의 권리에 관심을 가져왔고 그 노력을 지속해왔다. 우먼 인 필름 재단이 하는 일을 믿고 지지하기 때문에 17년이나 지속된 이 파트너십이 자랑스럽다.

2019 우먼 인 필름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 수상자로 엘르자베스 데비키가 선정됐다. 기준은 무엇인가? 두 달 전에 그녀를 만났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역량은 물론 순수한 열정이 넘쳐흐르는 배우였다. 여배우라는 직업을 예술의 한 형식으로 이해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두 번째로는 멋진 스타일 감각을 지녔다는 것.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수현이 초대됐다. 어떤 점에 이끌렸나? 그녀의 스타일이 굉장히 강렬했고 인상 깊었다. 한국 영화 산업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고 그 중심에 그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분야에서 그녀가 거둔 성공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몇 달 뒤(9월에) 진행될 한국에서의 미팅 역시 매우 기대된다.

롤모델이 있는가? 스타일 아이콘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스타일 아이콘은 한 여성을 지칭하거나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다. 어떤 여성이든 자신이 표현하는 스타일에 일관성과 개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막스마라의 경영자 이지만 패션 중독자는 아니다. 내가 입는 모든 옷이 항상 완벽할 수 없고, 그것이 제일 중요한 사안도 아니다.

그렇다면 존경하는 여성이 있는가? 우리 어머니. 내게 사업가로서의 삶과 인생의 조화를 알려준 분이다. 좋은 모범을 보여주었고 늘 가까이서 조언해 주었다. 물론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가 그렇듯 갈등도 있다. 하지만 늘 존경하는 변함없는 멘토다.

좋아하는 작가나 영감 받는 여성 아티스트가 있다면? 루이즈 부르주아, 조지아 오키프, 아그네스 마틴 등이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선구적이고 혁신적인 커리어 자체가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녀를 매우 존경한다. 또 나의 친구이자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탤리언 아티스트, 루이사 라비아(Luisa Rabbia)에게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배우 수현과 막스마라의 경영자이자 글로벌 앰배서더 마리아 줄리아 프레치오소 마라모티, 배우 제이미 킹.

2019 우먼 인 필름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를 수상한 엘르자베스 데비키.

칵테일 파티 현장.

성 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이 있나? 어느 한 사건이나 한 순간은 아닐 거다. 변화하는 매일매일이 그 순간이지 않을까. 여성끼리 뭉쳐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 자체가, 그 매 순간이 성 평등 의식의 진보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여성만을 위한 시상식은 존재하지 않아도 될 거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 평등이란 어떤 모습인가? 나에게 이상적인 현실은 내 지금의 현실이다. 그 사람의 성(젠더)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것. 실력과 능력으로 승부를 보고 일하는 현실 말이다. 다시 말해 성 평등에 대해서 전혀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는 그 자체가 성 평등이라고 생각 한다.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막스마라가 여자들을 위한 브랜드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우먼 인 필름이 여성 미디어인을 지원하듯, 패션 브랜드로서 여성과의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지키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여자를 위한 것을 잘 만들고 싶다. 우리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나아가 어린 세대에게도 그 진심이 전해진다면 좋겠다.

당당해지고 싶은 이 시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감은 자신 안에서 자라난다. 자신을 사랑하면 그게 표현된다. 그다음은 자신보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중심적이 아닌 더 큰 목표, 남을 위한 무언가를 생각하며 산다면 어느샌가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패션 에디터
김민지
인터뷰
김한슬(LA 컨트리뷰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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