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를 ‘움켜쥐는’ 방법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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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방송, 교육, 장르를 불문하고 요즘 가장 힙한 단어인 그랩(Grab)! 패션의 범주에서도 예외는 없다. 엉덩이를 움켜쥐듯 클러치를 움켜쥐는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1.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사각 클러치는 발렉스트라 제품. 1백58만원.2. 버클 장식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악어가죽 클러치는 콜롬보 제품.7백만원대. 3. 엠보싱 처리한 양가죽 클러치는 힐리앤서스 제품. 71만원.

1.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사각 클러치는 발렉스트라 제품. 1백58만원.
2. 버클 장식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악어가죽 클러치는 콜롬보 제품.
7백만원대. 3. 엠보싱 처리한 양가죽 클러치는 힐리앤서스 제품. 71만원.

다섯손가락
클러치를 쥘 때 얹히는 손가락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무심한 맛은 사라진다. 클러치를 너무 소중히 다루는 느낌이랄까? 정확히 말해 ‘이 소중한 백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거리에서나 런웨이에서 법칙처럼 발견된 현상은 바로 다섯 손가락으로 클러치의 밑부분을 안정적으로 꽉 움켜잡는 것. 괴짜들이 넘쳐나는 패션계에서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선택했다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다섯 손가락으로 움켜쥘 경우 손가락이 많이 드러나 애써 착용한 주얼리를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팔이 떨어지는 각도가 가장 자연스러워 차려입은 옷의 핏을 망치지 않기 때문. 중요한 건 다섯 손가락을 돋보이게 해줄 장치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블링블링한 반지, 큼직하고 화려한 뱅글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옵션이다.

1. 부드러운 곡선이 포인트인 미니멀한 클러치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제품. 1백79만원. 2. 반달 모양의 실버 클러치는 그레첸 제품. 74만5천원.

1. 부드러운 곡선이 포인트인 미니멀한 클러치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제품. 1백79만원. 2. 반달 모양의 실버 클러치는 그레첸 제품. 74만5천원.

넷 혹은 둘
사실 클러치는 편한 가방은 아니다. 너무 많은 물건을 넣으면 클러치의 무게 때문에 손목에 무리가 가고, 일단 클러치를 쥐고 있는 한, 남은 한 손은 항상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네 손가락으로 클러치의 윗부분을 대충 드는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오직 비주얼적으로 자유로워 보인다는 것. 사실상 다섯 손가락으로 클러치를 쥐는 것과 손을 구속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에 있지만, 네 손가락으로 클러치를 잡는 것이 훨씬 대충 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쿨해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엄지와 집게 손가락 단 두 개만으로 클러치의 윗부분을 드는 것인데, 마치 더러운 티슈나 쓰레기를 만졌을 때처럼 헐렁하게 들어야 한다는 게 관건이다. 그 행동의 의미는 ‘가방보다 내가 더 소중해’ 내지는 ‘이런 가방 따위’ 하는 수신호 같은 것이다.

1. 두 가지 가죽을 엮은 놋트 클러치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가격 미정.2. 고풍스러운 버클 장식 클러치는 랄프 로렌 제품. 2백26만원.3. 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벨트 장식 클러치는 프로엔자 스쿨러by 분더숍 제품. 가격 미정. 4. 황금색 스팽글로 뒤덮인 화려한 클러치는돌체&가바나 제품. 1백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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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풍스러운 버클 장식 클러치는 랄프 로렌 제품. 2백26만원.
3. 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벨트 장식 클러치는 프로엔자 스쿨러
by 분더숍 제품. 가격 미정. 4. 황금색 스팽글로 뒤덮인 화려한 클러치는
돌체&가바나 제품. 1백10만원.

요조숙녀
두 손을 모두 클러치를 움켜쥐는 데 사용하는 것만큼 불편한 일도 없다. 커피도 들어야 하고, 휴대전화, 컬렉션 초대장도 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 그들에게 클러치를 드는 건 실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입은 룩에 대한 완벽한 애티튜드를 취하기 위한 일련의 방식인 것. 두 손으로 클러치를 움켜쥐는 동작은 보통 레이디라이크 룩 같은 극도로 여성스러운 차림의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조신한 여자처럼 클러치를 양손으로 들고, 하나같이 무언가를 가리려는 듯 배 위에 살포시 클러치를 얹어놓는다.

1. 올록 볼록한 장식이독특한 파란색 페이턴트가죽 클러치는 토즈 제품.가격 미정.2. 연분홍색 파이톤 스킨 스터드 클러치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1백89만원.3. 금색 스터드가 촘촘히박힌 사각 클러치는 랑방 컬렉션 제품. 62만5천원.

1. 올록 볼록한 장식이
독특한 파란색 페이턴트
가죽 클러치는 토즈 제품.
가격 미정.
2. 연분홍색 파이톤 스킨 스터드 클러치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1백89만원.
3. 금색 스터드가 촘촘히
박힌 사각 클러치는 랑방 컬렉션 제품. 62만5천원.

양손에 깃든 자유
클러치를 잡는 방법을 택하는 건 룩에 대한 개인의 해석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 성향의 결과이기도 하다. 손을 쓰지 않고, 클러치를 옆구리에 끼는 방법은 그런 면에서 지극히 실용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행하는 권법으로, 오랜 시간 지속할 경우 광배근 발달과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독 거리에서 옆구리에 클러치를 끼고 전화를 받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는 건 바로 이 자유로움의 증거. 보통 매니시한 룩에서 많이 보이지만 사실 스타일에 관계없이 언제, 어떤 클러치를 들든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1. 파이톤 질감이 돋보이는 스터드 장식 클러치는 발렌티노 제품. 4백30만원. 2. 면 분할을 아름답게 표현한 주황색 클러치는랑방 컬렉션 제품. 가격 미정. 3. 손잡이가 옆으로 달린 미니멀한 검은색 클러치는 질 샌더 제품. 1백98만원.

1. 파이톤 질감이 돋보이는 스터드 장식 클러치는 발렌티노 제품. 4백30만원. 2. 면 분할을 아름답게 표현한 주황색 클러치는
랑방 컬렉션 제품. 가격 미정. 3. 손잡이가 옆으로 달린 미니멀한 검은색 클러치는 질 샌더 제품. 1백98만원.

손잡이 효과
숄더백의 끈을 무시하고까지 클러치로 이용하는 상황이 난무한 시대에도 휘둘리지 않고 가방에 달린 손잡이를 꽉 쥔 이들을 보면 왠지 귀여운 느낌이 든다. 손에 땀이 흥건할 것 같아도 가방만은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에서는 마치 핸드백을 처음 손에 넣은 대학생의 풋풋한 모습이나, 엄마의 핸드백을 몰래 들고 나온 소녀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 손잡이가 달린 작은 클러치는 여성스러움이 극대화된 룩에 매치해도 좋지만, 록 시크 스타일로 차려입고 작은 클러치의 손잡이를 꼭 쥔다면, 룩에 언밸런스한 재미를 줄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불현듯 순수함을 되찾고 싶다거나, 왠지 다소곳한 여자가 되고 싶다면 손잡이를 꽉 쥐고 거리를 나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큼직한 자물쇠가 포인트인 주름 장식 클러치는 버버리 프로섬 제품.2백만원대.2. 골드 로고 장식의 핫 핑크색 클러치는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3. 거친 가죽의 질감이 특징인 검은색 클러치는 맥큐 제품. 가격 미정.

1. 큼직한 자물쇠가 포인트인 주름 장식 클러치는 버버리 프로섬 제품.2백만원대.
2. 골드 로고 장식의 핫 핑크색 클러치는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3. 거친 가죽의 질감이 특징인 검은색 클러치는 맥큐 제품. 가격 미정.

너는 팻
이번 시즌 마르니, No.21 컬렉션에서는 클러치를 세로로 길게 세워 가슴에 품고 걸어 나오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정제된 듯한 레이디라이크 룩을 보여준 프로엔자 스쿨러 컬렉션에서도 마찬가지. 모델들은 모두 클러치를 애완견이나 갓난아기 안 듯 소중히 품고 등장했다. 물론 이 방법은 가방 안의 내용물이 뒤죽박죽 섞여 난장판이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쌀쌀한 날씨에 코트 깃을 여미며 클러치를 들어야 할 때만큼은 제격이다. 그런데 클러치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드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실험해보면 알겠지만 가로보다는 세로가 폭이 좁아 품에 쏙 들어와 감기기 때문이다. 패션은 뭐든 그냥 하는 법이 없다. 작은 것 하나에도 다 이유가 있다.

1. 금색 버클 장식 클러치는 발렌시아가 제품. 가격 미정. 2. 미니멀한 디자인의 핑크색 미니 클러치는 메종마틴 마르지엘라 제품. 1백79만원. 3. 꽃 장식 스트랩이 인상적인 베이지색 퀼팅 클러치는 레드 발렌티노 제품. 5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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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마르지엘라 제품. 1백79만원. 3. 꽃 장식 스트랩이 인상적인 베이지색 퀼팅 클러치는 레드 발렌티노 제품. 55만원.

대롱대롱
이번 시즌 새롭게 부상한 클러치 사용법은 바로 호롱불을 들 듯 클러치에 달린 끈을 길게 늘어뜨려 잡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 이유는 폭탄, 축구공같이 입체적이고 독특한 형태의 클러치가 유독 많아졌기 때문인데, 이번 시즌 펜디 컬렉션에서도 긴 끈이 달린 퍼 클러치를 투박스럽게 잡고 런웨이를 걸어 나온 모델들은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드롭형 클러치를 들 때 역시 잡는 방법은 다양하다. 주먹을 꽉 쥐고 긴 끈을 잡거나, 손등에 끈이나 체인을 칭칭 감고 팔찌 겸용으로 활용하거나, 손잡이를 손목에 끼고 길게 늘어뜨리는 등 평범한 방법이 식상하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에디터
김신(Kim Shin)
포토그래퍼
jason Lloyd-Evans, KIM KI HYUN
스탭
어시스턴트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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