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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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같이가 아니면 도저히 밥도 차도 술도 못 먹겠다는 사람은, 지금까지 진짜 외로움을 모르는 온실 속의 행운아였을 거다. 아니면,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도록 불편한 장소만 다닌 귀차니스트거나. 한 사람이 가도 아늑한 공간과 상냥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1인 손님의 안전지대를 소개한다.

1. 옥인동 커피작업소는드립커피를 맛보며 커피백과원두를 구입할 수 있는작은 공간. 그야말로바리스타의 작업실에놀러 가는 듯한 경험이다.3. 배화여대 정문 앞 키오스크토스트. 센스 있는 주인이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작은프렌치 토스트를 먹는시간은 혼자로도 충분하다.2, 6. 정갈한 식사 메뉴 덕분에식당에 혼자 못 가는사람들에게 구원과도 같은서교동 카페 히비.4, 5. 카페 비하인드의 커다란중앙 테이블은 누구에게나열려 있다. 푸근한 옛날 맛의도넛과 담백한 스콘이 별미.

1. 옥인동 커피작업소는
드립커피를 맛보며 커피백과
원두를 구입할 수 있는
작은 공간. 그야말로
바리스타의 작업실에
놀러 가는 듯한 경험이다.
3. 배화여대 정문 앞 키오스크
토스트. 센스 있는 주인이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작은
프렌치 토스트를 먹는
시간은 혼자로도 충분하다.
2, 6. 정갈한 식사 메뉴 덕분에
식당에 혼자 못 가는
사람들에게 구원과도 같은
서교동 카페 히비.
4, 5. 카페 비하인드의 커다란
중앙 테이블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푸근한 옛날 맛의
도넛과 담백한 스콘이 별미.

혼자 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혼자 시간을 보내기 어색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곳이라면 성균관대 앞의 술집인생의 단맛을 추천한다. 만화책이 많고, 테이블보다는 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술집이라서 바에 혼자 앉아 만화 보고 책 보며 노는 사람이 많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륜3동 동사무소’로 통할 정도로, 약속 없이 다들 어슬렁거리며 와서 혼자 놀다가 서로 만나기도 하는 분위기. – 박사(칼럼니스트)

혼자 밥집에 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프렌치라면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태원 르꽁뜨와의 런치는 혼자서도 전혀 민망(?)하지 않게 코스를 즐길 수 있는 왠지 모를 분위기가 있다. 오늘의 백반처럼 매일 메뉴가 달라지고 밥값도 부담스럽지 않다. – 이주희(카피라이터, 작가)

‘술은 싫은데 술자리 분위기가 좋아요’라는 건 사교성 멘트고 사실 갈수록 술자리는 피곤한 대신 술 자체가 좋아진다. 서교동의 어른스러운 위스키 바 라이온스덴은 도쿄 긴자에 여행온 고독한 미식가 설정 놀이를 하며 제대로 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바텐더들은 지나치게 끈적하지도,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게 포근한 목욕물 같은 온도로 서비스한다. 옥인동 커피작업소는 바리스타 혼자 드립커피를 내리고 원두와 커피백을 판매하는 작고 아늑한 공간. 고소한 향 속에 커피 맛에 집중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 – 황선우(< W Korea>피처 디렉터)

혼자 식사를 하긴 애매해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있는데 카페 히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창을 보고 앉게 배치된 좌석이 제법 넓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종종 작은 전시가 열리기도 해서 시간을 보내기에 어색하거나 무료하지 않다. 에비 카레, 토마토 고항, 크림 스튜 등 메뉴가 다 맛있다. – 조원선(뮤지션)

서교동 스프링 컴 레인 폴은 조용한 분위기에 식사 메뉴도 맛있어서 혼자 일할 때 자주 찾는 카페다. 서교동의 튀김덮밥, 소바점인 후쿠야도 혼자 가기 좋은 곳. 1인석 테이블이 절반, 마주 보고 앉는 4인석이 절반 정도 되어서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 이지나(여행 작가)

한남동 스피키지 모르타르는 가격대가 싸지 않지만 혼자 무드에 젖으면서 한잔하기 좋은 싱글몰트 바다. 아주 두꺼운 원목으로 된 거대한 바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고, 바텐더들은 훌륭한 대화 상대가 되었다가 손님이 혼자 있고 싶어 하면 한 발짝 물러나서 모른 척도 해주는 센스가 있다. 홍대 술집 악어는 혼자 온 손님을 위한 1인 세트가 아예 메뉴에 있는 유쾌한 가게. – 임익종(카투니스트)

넓고 크고 편리해야만 좋은 건 아니다. 배화여대 정문 앞 키오스크 토스트처럼 작은 가게에서 손님들과 나란히 무릎을 맞대고앉아 작은 토스트를 먹는 경험은 오히려 프랜차이즈 시대에 잃어버린 친밀함과 다정함을 다시 경험하게 해준다. 토스트도 정말 맛있지만, 소박하고 정직한 맛의 오믈렛과 샐러드, 필운동의 고즈넉함도 좋다. – 이아리(광고 아트 디렉터)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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