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그것
퇴사 충동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하지만 지금의 답답함이 곧바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신호는 아닐 수 있습니다. 회사를 떠나는 결정만큼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니까요.
회사가 문제인지, 지금 내 역할이 문제인지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건, 지금의 문제가 ‘회사’에 있는지 혹은 ‘나에게’ 있는지입니다. 상사와의 관계, 팀 분위기, 야근 문화, 불명확한 업무 구조 같은 것들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면, 이는 비교적 명확한 조직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땐 회사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죠. 내 문제라기 보단, 주변 환경과 내가 잘 맞지 않았던 거니까요.
반대로 내 역할에 대한 문제라면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 자체가 맞지 않다 느끼고, 성과가 잘 나와도 소모되는 느낌이 더 크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단순한 퇴사 충동이 아니라, 역할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직무로 이직해도 같은 피로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죠. 일의 의미와 통제감은 실제 심리적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Ryff et al., Psychological Science, 2023). ‘회사를 바꾸고 싶은 건지, 아니면 하는 업무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건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고, 다음 스텝을 고민해 보세요.
지금 필요한 게 성장인지, 회복인지

퇴사를 고민할 때, 사람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이직 준비, 커리어 확장, 더 좋은 처우처럼요. 하지만 누군가의 문제는 커리어가 아닌, 회복의 부재에 있기도 합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긴장 상태로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일이 싫은 건지, 그냥 내가 지친 건지 구분이 안 되기 시작하거든요. 따라서 ‘퇴사 후 뭘 할 건지’ 보다 앞서, 지금 내가 바로 일할 수 있는 컨디션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주말에 쉬어도 회복이 안 되고, 출근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면 단순한 권태가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의 결과’로 설명합니다. 이 상태에서 퇴사를 고민하는 건, 휴식이 필요한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퇴사 고민이 들 땐,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더 성장하고 싶어서 떠나려는 건지’ 혹은 ‘지금 잠시 멈춰야 하는 상태는 아닌지’. 해답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회사와 내가, 성장 시너지가 있는지

퇴사를 고민할 때 마지막으로 봐야 할 건, 이 회사가 앞으로도 성장할 곳인가 입니다.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기회나 처우가 달라진다는 의미기도 하거든요. 결국,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가 중요하죠. 회사가 분명한 방향으로 커지고 있고, 조직 안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면, 지금의 재직 기간은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역할의 범위도, 연봉도, 외부에서 인정받는 가치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반대로 회사가 계속 제자리걸음이고, 방향이 자주 흔들리며, 더 이상 확장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물론, 함께 버티고 씨름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버티는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가치 있을지, 의미 있는 경험 혹은 소모가 될지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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