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로 ‘배설물’을 뜻하는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의 옷은 무척 쿠튀르적인 가운데 기괴하고 본능적인 인간의 면모를 담고 있다
몬트리올 출신 디자이너 듀오 한나 로즈 달튼(Hannah Rose Dalton)과 스티븐 라지 바스카란(Steven Raj Bhaskaran)이 패션의 심장부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자본과 패션을 해부한 이야기. 그들의 마티에르 페칼 2026 F/W 시즌 ‘The One Percent’는 전 세계 부의 절반을 가진 상위 1%를 논한다.

몬트리올의 가장 가난한 동네와 가장 부유한 동네에서 자란 스티븐과 한나는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며 자기 정체성을 키웠다. 파트너가 된 그들은 세계의 한 면만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었고, 서로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부와 권력의 구조를 해부한다. 권력이 주는 안락함 뒤에 숨겨진 차가움, 소외감, 그리고 인간의 집착을 패션으로 표현한 마티에르 페칼의 2026 F/W 쇼는 세 가지 테마로 나뉜다. 상류층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괴물 같은 차가움과 성형 수술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부르주아 가족, 보수적인 시대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컬트적이고 마티에르 페칼의 가치관에 동의하는 강력한 지지자들, 상위 1%가 추구하는 수명 연장(브라이언 존슨)과 노화의 아름다움을 수용하는 태도(미셸 라미)를 대비하며 인간의 필멸성에 대해 얘기하는 불멸의 존재들. 이번 컬렉션은 이미 12년 전 학생 시절 졸업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의 완성으로 “지나친 권력은 인간성을 가린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임을 강조하며 마무리되었다. 현시대에 가장 필요한 화두를 던진 그들에게 깊은 호기심이 생긴 <더블유>는 서면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W Korea> 쇼가 끝난 직후 자리에 앉아 쇼 노트를 다시 정독한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쇼와 전반적인 퍼포먼스가 너무나 훌륭했고, 당신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쇼의 스토리텔링에 감명받았다. 성공적인 쇼를 축하한다. 드팝(Depop)의 판매 숍을 시작으로 DSMP(Dover Street Market Paris)의 지원을 통해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몬트리올에 살던 두 사람을 패션의 세계로 이끈 최초의 동력은 무엇이었나?
HANNAH 내게 패션은 항상 흥미로운 대상이었지만, 옷 제작의 뒷이야기와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마음이 끌렸다. 대다수 의류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쓰레기 문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나는 패션을 자기표현의 도구인 동시에, 산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수단으로 생각하며 이 길을 택했다.
STEVEN 어린 시절 스케치는 내 영혼으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내게 그림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패션 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부터 나는 이미 패션을 그리고 있었다.
쇼의 제목인 ‘The One Percent’는 매우 직관적이다. 상위 1%를 선망의 대상이 아닌 ‘기괴한 권력자’로 묘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HANNAH 나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다. 12년 동안 사립 여학교를 다녔는데, 학비가 매우 비싸고 엘리트주의로 물든 일종의 귀족 학교였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내게 특권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부와 권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었다. 권력은 모두가 갈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공허할 수 있다. 반면 스티븐은 정반대의 환경에서 자랐다. 이번 컬렉션은 서로 대조적인 성장 배경을 가졌음에도, 권력에 대해 같은 결론에 도달한 우리 두 사람의 관점을 담고 있다.
STEVEN 1%는 선망의 대상인 한편 기괴하고 파괴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중성은 럭셔리 산업과 이를 만드는 우리의 직업 자체에도 녹아 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그 세계에 존재하는 미묘한 뉘앙스를 파고들고 싶었다. 삶이 그렇듯,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
이번 쇼는 이전보다 훨씬 서사적이고 영화적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참고한 영화나 시리즈가 있는지 궁금하다.
HANNAH & STEVEN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하며, 모든 컬렉션의 시작점이다. 이번 쇼를 통해 우리 내면의 이런 측면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샷(Eyes Wide Shut)>을 좋아한다. 뉴욕 부유층의 어두운 단면과 지배력을 과시하는 사이비 종교 의식 같은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커리어 초기에는 디자이너인 동시에 퍼포머이자 엔터테이너로 활동했기 때문에, 쇼맨십은 우리에게 매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 표현 방식이다.
한국 영화 <기생충>을 보았나? 영화 속 부유층은 다소 나약하고 순진하게 묘사된다. 권력 위계와 관련해 어떤 탐구를 거쳤나?
그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몬트리올에 살 때 영화관에서 세 번이나 봤을 정도다. 현대사회의 사회 경제적 구조를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성장 과정이나 관계와 닮은 점이 많았다. 스티븐은 영화 속 노동자 계층과 비슷한 환경에서, 나는 부유한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섞일 때 엄청난 긴장이 발생한다는 점에 동의하며, 이번 쇼는 서로의 반대 세상을 항해해온 우리의 실제 경험을 반영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결국 인물들을 움직이는 힘은 사랑이다.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 알렉시스 스톤(Alexis Stone) 같은 인물들이 쇼의 미학을 증폭시켜주었다.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알렉시스 스톤(세계적인 드랙&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유명인 분장으로 널리 알려짐)과는 10년 넘게 온라인으로 알고 지낸 친구 사이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해서 오랫동안 협업을 원해왔다. 알렉시스 스톤의 본체인 엘리엇 조지프 렌츠(Elliot Joseph Rentz)는 진정한 쿠튀리에이며, 보형물을 마치 원단처럼 다룬다. 이번 쇼는 상위 1% 여성이 완벽을 위해 감수하는 극단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완벽한 사진이 아니라, 선글라스와 스포츠카 유리창 너머로 숨겨진 취약한 치유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다. 브라이언 존슨(미국의 억만장자, 자신의 신체를 18세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로 유명하다)과의 작업은 운명 같았다. 2014년 패션 스쿨 졸업 작품 당시, 우리는 2025년의 부유층이 새로운 럭셔리로서 ‘불멸’에 집착할 것이라는 설계를 했다. 브라이언은 이러한 집착을 몸소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매우 섬세한 사람이며 우리처럼 자신의 미적 비전에 헌신적이다.
진주 목걸이를 문 모델부터 붉은 오페라 장갑, 창백한 메이크업까지, 이 ‘불편한 아름다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죄책감, 집착, 탐욕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거대한 권력에 따르는 부정적인 상징들을 반영한다.
아찔한 힐을 신은 다프네 기네스(기네스 가문의 상속녀로 알렉산더 맥퀸, 칼 라거펠트 같은 거장들의 뮤즈)가 런웨이에서 넘어졌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생각했다. 곧이어 우리 역시 살면서 가끔 넘어지곤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극단적인 정체성에 헌신하다 보면 때로는 넘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그 경험에 감사한다. 상위 1%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쇼의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데뷔에 도움을 준 DSMP이 이번에도 지원했나? 쇼 규모가 커지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
아니다. 이번 쇼는 전액 자비로 제작했다. 외부의 개입이나 후원이 없었기에 우리의 비전을 가장 정직하고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원하는 바를 원하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물론 DSMP는 기성복 제작의 큰 조력자이자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만의 자원으로 움직이는 독립적인 창작 집단이다. 많은 신진 디자이너가 그렇듯 사업 초기에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수년간 리스크를 감수해왔고, 이제 그 보상을 받고 있다.

나는 릭 오웬스 뒷자리에 앉아 쇼를 관람했다. 미셸 라미가 지나갈 때 그가 옅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가 어떤 피드백을 주었나?
릭은 우리에게 가족 같은 존재다. 그의 의견을 매우 존중한다. 백스테이지에 와서 우리를 가장 먼저 안아주며 축하해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독립적인 비즈니스의 기틀을 마련해 우리 같은 디자이너들이 갈 길을 닦아준 인물이다. 미셸과 릭이 서로를 지지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신발은 크리스찬 루부탱과 협업했다. 왜 루부탱이어야 했나?
첫 컬렉션부터 루부탱과 협업해왔다. 신발은 룩을 완성하거나 망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루부탱은 엄격하고 헌신적이며 타협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치가 우리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클래식한 커브 펌프스에 라인스톤과 커다란 실크 새틴 리본을 더했고, 시그너처인 사이하이 부츠는 부드러운 그레이 가죽으로 만들었다. 또한 힐리스 모델과 실크 새틴 키튼힐도 새롭게 선보였다.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성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당신의 데뷔 이야기는 진정으로 영감을 준다. 이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패션계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우리의 조언은 언제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비전을 따르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타협이나 두려움 없이, 머릿속에 그린 그대로를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패션 산업에 대한 좌절감에서 브랜드가 탄생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패션계는 때때로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다.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구매 전 고민하거나 성찰하지 않게끔 쉬운 제품만을 만든다. 지갑을 열고 결제하는 과정이 최대한 매끄럽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과소비와 쉽게 버려지는 제품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에게는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에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다. 브랜드 이름을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로고가 박힌 옷을 입으려면 정말로 그 가치를 사랑해야만 한다. 우리의 쇼가 정치적, 감정적 메시지로 가득 찬 이유도 마찬가지다. 구매 전에 그 메시지에 동의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품이 쉽게 버려지지 않고 옷장 속에 오래 남는 소중한 물건이 된다. 또한 우리는 쇼와 광고, 모든 시각 자료에서 다양한 미적 기준과 체형, 연령, 성적 표현을 적절하게 대변하는 것을 매우 가치 있게 여긴다. 과거 하이패션계의 단일한 쇼 안에서는 이러한 다양성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브랜드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는 더 의식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며, 변화를 위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하고자 애쓴다. 더 나아질 여지는 언제나 존재한다. 감사하다.
- PHOTOS
- COURTESY OF MATIÈRES FÉCAL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