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랑 대화하고 있는거 맞아?
무시라는 말에 뚜렷한 악의가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직접적인 비난이 없어도 나를 위축시키고,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대화가 있거든요. 겉으론 예의 바르지만, 실상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1. 내 말을 자르거나, 본인이 마무리한다

“아, 그거 나도 알아”, “결국 그거 말하려는 거지?” 남이 하던 말을 중간에 끊고, 본인이 결론을 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험한 일이나 감정을 설명하려는 순간, 본인이 선수를 치며 대화를 마무리해 버리죠. 이런 행동은 무의식적인 우월감에서 비롯합니다. 상대의 말을 ‘들어줘야 할 정보’가 아니라 빨리 넘어가야 할 이야기로 여기는 것이죠.
상대방이 반복적으로 내 말을 끊는다면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혹은 ‘맞아, 지금 그 얘기를 하는 중이야’처럼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흐름을 지켜가세요.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2. 나와 같은 말을 다른 사람이 하자 인정한다

내가 낸 아이디어엔 반응이 없었는데, 같은 얘기를 다른 사람이 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이건 단순한 타이밍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의식적으로 말한 사람이 누군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이며, 위계적인 사고방식이 녹아든 대화 방식일 수 있거든요. 이런 무시는 단발적인 일보다 반복될수록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니 유의하세요.
3. 반어적인 칭찬으로 나를 깎아내린다

‘네가 한 거 치고는 괜찮네?’ ‘웬일로 센스 있더라?’ 이런 말은 겉으로 칭찬 같지만, 실은 기대치가 낮다는 인식을 전제로 합니다. 반어법을 활용한 칭찬은 대화 분위기를 살리는 유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반복되면 자존감에 상처를 남기죠. 이런 언어적 표현은 관계 속에서 미묘한 권력의 차이를 형성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모호한 칭찬을 애매하게 웃어넘기기보다, 본인의 불편한 감정을 직접 전달하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4. 내 실수를 웃음거리로 사용한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웃으며 회고하는 일은 즐겁지만, 반복적으로 대상화될 때를 주의해야 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끄집어내고, 집단 속에서 특정 사람만 농담 삼는 태도는 관계의 서열화에 가깝거든요. 유머라는 형식을 빌려 위계를 정당화하는 과정인 것이죠. 전체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참으며 웃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나만 놀림감이 되는 구조는, 대화에서 발언권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거든요. 반복되는 농담에 불쾌함을 느꼈다면 웃어넘기지 않고,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세요.
5. ‘아 진짜?’ 같은 무성의한 리액션을 반복한다
겉으론 듣고 있는 듯하지만, 공허하게 느껴지는 반응들이 있습니다. 표정 없는 감탄사, 시선을 다른 곳에 둔 대화, 그리고 말의 맥락을 전혀 이어받지 않는 반응 등이죠. 이는 결국 내 얘기에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말하는 입장에선 ‘내 얘기가 닿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고, 결국엔 자신감을 잃어 말수가 줄어들게 되죠.
이처럼 정서적 공감 없이 형식적인 반응만 반복될 경우, 대화의 의지가 떨어지고 관계 만족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심리적 벽이 느껴진다면 그는 기분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노력을 더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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