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의 변치 않는 유산

신지연

19세기 하이 주얼리 풍경에 경이로운 혁신을 가져온 프레드릭 부쉐론의 상징,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약 150년의 시간을 건너, 그 빛나는 유산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언테임드(The Untamed)’ 네크리스로 다시 태어났다.

덩굴 식물 아이비를 모티브로 한 언테임드 네크리스.
프레데릭 부쉐론.
1881년 출시한 리에르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1879년, 부쉐론의 창립자이자 프랑스의 전설적인 주얼러 프레데릭 부쉐론(Frédéric Boucheron)은 최초로 잠금장치가 없는 네크리스를 선보였다. 무거운 주얼리를 착용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기존의 네크리스와는 달리, 한 번의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목에 걸 수 있는 유기적 형태의 피스를 선보인 것이다. 그가 개발한 네크리스는 목에 자연스럽게 안착하며 비대칭 곡선을 이루었고, 그 형태가 마치 물음표를 연상시켜 ‘포앙 데테로가시옹(Point d’Interrogation)’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여성의 신체를 고려한 구조적 주얼리를 제안한 메종 부쉐론. 이는 당시 여성들에게 자유를 제공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언테임드 네크리스를 착용한 모델의 모습.

그로부터 약 150년이 지난 오늘날,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안(Claire Choisne)은 이 전설적인 유산을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2026 이스뚜아 드 스틸 ‘프레데릭 부쉐론’ 하이주얼리 컬렉션으로 말이다. 그녀는 말한다. “부쉐론은 몸을 주얼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얼리를 몸에 맞게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선보인 ‘언테임드(The Untamed)’ 네크리스는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완성한, 아이비 모티프 작품이다. 프레데릭 부쉐론이 중요시한 유연한 구조와 착용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날렵한 실루엣을 적용해 기존의 아름다움을 한층 강조했다. 클레어 슈안은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네 가지 작품으로 풀어낸 프레데릭 부쉐론의 초상’이라 말한다. 그녀가 이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 있어 아이코닉한 ‘퀘스천마크’ 모델을 제외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의 손에서 탄생한 최초의 아이콘에 경의를 표하지 않고선, 부쉐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천재적인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그녀는 1879년의 아카이브 스케치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는데, 스케치 속에는 아이비가 목선을 넘어 몸 아래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당시의 기술로는 구현하지 못했던 이 아이디어를 현대의 기술로 실현한 것이 바로 언테임드 네크리스다.

언테임드 네크리스의 영감인 1879년 아카이브 스케치.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아이비라는 모티프를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19세기 많은 주얼러가 화려한 장미 같은 고귀한 꽃을 선호했던 반면, 프레데릭 부쉐론은 보다 강인하고 좀체 길들여지지 않는 생기 있는 자연에 집중했다.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피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굽히지 않는 아이비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슈안 역시 그의 정신을 계승해 자연을 이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열매는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와 크리스털을 활용해 섬세하게 표현하고 각각의 줄기와 잎을 모두 개별적으로 세팅했으며, 완벽한 균형을 위해 밀리미터 단위까지 정교하게 작업했다. 총 2,600시간의 작업 끝에 완성된 이 네크리스는 원작의 대담함을 유지하면서도, 그녀의 표현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언테임드 네크리스는 단순히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길게 늘어진 실루엣은 엄청난 볼륨을 만들어내며, 아이비는 착용자의 몸을 따라 내려오며 더욱 우아하고 긴 실루엣을 연출한다. 또한 네크리스의 일부를 분리해 칼라, 브로치, 헤어 장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슈안은 자신의 작업을 상황에 반응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하이 주얼리는 더 이상 정적인 오브제로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일상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하죠.” 앞으로 뻗어나갈 부쉐론의 혁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Horacio Sil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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