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셀린, 맨즈웨어로 돌아오다, 27 SS 셀린느 남성복 컬렉션

명수진

CELINE HOMME 2027 SS 컬렉션

파리 맨즈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인 6월 28일 일요일 정오. 패션계의 이목이 파리 테니스 클럽(Tennis Club de Paris)으로 향했다. 앞선 두 시즌의 남녀 통합 컬렉션을 선보인 마이클 라이더의 첫 단독 남성복 컬렉션이 공개되는 순간. 이미 쇼 하루 전 공식 채널을 통해 예고됐듯, 이번 컬렉션은 레모 페르난데스(Remo Fernandes)의 아트워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도 고아(Goa) 지역 출신인 그의 그림은 셀린느가 가진 프랑스식 우아함 위에 자유로운 보헤미안 터치를 더하는 이상적인 모티프가 되었다.

44도에 육박하는 파리의 폭염 속에서 스태프들이 게스트들에게 부채를 나눠주는 진풍경 속에 쇼가 시작됐다. 우선 루스한 실루엣의 트렌치코트와 수트에 부드러운 니트 풀오버, 카디건과 스포티한 스웨트셔츠를 겹쳐 입은 캐주얼한 레이어링이 시선을 끌었다. 검은 반팔 티셔츠 위에 그린 혹은 그레이 컬러의 긴팔 티셔츠를 무심히 대어 입는, 오늘날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레이어링을 런웨이 위로 세련되게 끌어올린 위트가 돋보였다. 팬츠 실루엣의 변주 역시 흥미로웠다. 자유로운 보헤미안 여행자를 연상시키는 여유로운 슬라우치 핏이 주를 이루는 와중에도, 전임자 에디 슬리먼의 유산인 날렵한 스키니 팬츠를 버리지 않고 영리하게 계승했으며 남성용 카프리 팬츠도 시선을 끌었다. 이를 부츠 대신 스니커즈나 버클 플랫 슈즈와 매치해 한결 편안하고 쿨한 무드로 탈바꿈시켰다. 짧은 기장의 피코트, 반팔 소매를 둘둘 말아 올린 화이트 셔츠, 목에 쿨하게 감아 연출한 브이넥 니트 풀오버까지, 곳곳에서 마이클 라이더가 폴로 랄프 로렌 시절 다져온 아메리칸 클래식 스포츠웨어의 건강한 감각이 느껴졌다.

일상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실용적 아웃핏에 액세서리를 다채롭게 매치한 스타일링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네크라인과 웨이스트라인에 테슬이 가득한 비즈 장식 벨트를 장식하거나, 비비드한 컬러로 캐주얼하게 재해석한 커머밴드를 매치했다. 셔츠를 터번처럼 두른 헤드기어는 한여름 거리에서 셔츠를 머리에 둘러 햇빛을 피하는 즉흥적인 스타일링을 재해석한 듯했다. 머리 위를 장식한 화관은 레모 페르난데스의 고향인 고아의 전통 축제와 보헤미안 히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자칫 엄숙해질 수 있는 테일러링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낭만적인 여행자의 분위기를 한층 강조했다.

가방 라인업은 마이클 라이더가 9년간 함께 했던 피비 파일로의 ‘올드 셀린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부드러운 풀라드(Foulard, 실크 스카프류 직물) 패턴의 천을 꼬고 묶어 형태를 완성한 백과 모델들이 베개처럼 소중히 끌어안고 등장한 빅 사이즈의 클러치 등 과거 하우스를 풍미한 필로우 형태의 디자인 아카이브를 현대적인 맨즈 백으로 영리하게 되살렸다. 가방과 주얼리의 경계를 허문 네크리스 백에서는 마이클 라이더 특유의 위트가 느껴졌다. 한편, 클래식한 로퍼 위 셀린느의 상징인 트리옹프(Triomphe) 로고는 최근의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를 반영하듯 아주 작고 섬세한 브라스 핀 형태로 축소되었으나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하우스 역사상 최초의 외부 브랜드 협업 소식 역시 화제였다. 1980년대 피트니스 붐을 이끌었던 ‘리복 프리스타일’을 재해석, 프리미엄 양가죽을 적용하고 마치 오래 신어 자연스럽게 때가 탄 듯한 낡은 질감 처리를 가미하여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무드를 완성했다. 이처럼 마이클 라이더는 ‘어떤 특정한 내러티브를 강요하기보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옷을 가지고 실험하듯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 자체를 탐구하고 싶었다’며 ‘인위적인 코스튬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옷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요약한 것은 프런트로의 아이콘들이었다. 쇼가 끝난 후, 강렬한 레드 셔츠에 와인빛 버건디 재킷을 입은 방탄소년단의 뷔(V)가 셀린느 측에서 폭염을 위해 준비한 빨간색 팝시클을 손에 든 채 등장했다. 정교하게 재단된 수트 차림에 세상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처럼 팝시클을 입에 문 그의 모습은 하우스가 이번 컬렉션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반전 매력의 결정체였다. 또한 자메이카 레게 문화와 파리 하이패션을 융합한 원조 스타일 아이콘이자 독보적인 디바,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가 쇼장에 도착해 의상들을 보며 ‘이거 완전 라스타(Rasta, ) 스타일 같다!’라며 감탄을 외쳤다는 후문도 흥미롭다. 보헤미안 무드와 레게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스타일 코드를 잘 짚어낸, 패션 아이콘다운 코멘트였다.

Courtesy of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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