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핫한 디자이너, 듀런 랜팅크 인터뷰

ALEXANDRA MARSHALL

미키마우스 의상처럼 브리프를 빵빵하게 부풀린 초현실주의와 경쾌한 유머, 약간의 과장을 담은 창조적 디자인으로 데뷔하자마자 각종 매거진의 커버 룩으로 낙점된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듀런 랜팅크. 그는 누구인가?

디자이너 듀런 랜팅크.

“듀런이 제게 말하더군요. “롤에 돌돌 말려 있는 패브릭을 볼 때면 이것들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고요!’” 파리에서 열린 듀런 랜팅크의 2024 S/S 쇼를 보기 위해 게스트로 참석한 그의 친구이자 디자이너인 킴 엘러리(Kym Ellery)의 말이다. 우려를 이겨내고, 듀런은 자신이 사랑하는 재료를 활용할 완벽한 방법을 찾아낸 듯 보인다. 런웨이 무대를 꾸민 경험은 이제 두 번째, 공식 패션위크에서는 겨우 첫 번째 런웨이를 선보였을 뿐이지만,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듀런 랜팅크는 이미 업사이클링 장인으로 입지를 굳힌 데다 여기에 한술 더해 깜짝 놀랄 만한 디자인까지 선보이고 있다. 엘러리와 랜팅크의 첫 만남은 팬데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러리는 랜팅크에게 자신의 브랜드 ‘엘러리(Ellery)’의 아카이브 속 아이템을 자유롭게 재구성해보도록 제안했다. “듀런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패션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어요. 지금의 패션계는 어느 때보다 순수한 창의성을 발휘할 인물이 필요하답니다.” 엘러리의 말이다.

랜팅크의 순수한 창의성을 입은 디자인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통통 튀는 유쾌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동시에 친숙한 느낌이 가득하고, 고유의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미키마우스 옷처럼 브리프를 빵빵하게 부풀리고, 버려진 ‘스피도’와 레그 워머를 빈티지 진의 패치워크로 활용했으며, 버블 형태의 데님 재킷과 미니스커트의 조합은 마치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투어를 빠져나온 바이올렛 뷰리가드가 쇼핑을 즐기는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이 와중에 랜팅크의 디자인은 중성적인 매력까지 풍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옷이 예술적인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데 가까우니, 성별을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몸의 굴곡을 멋지게 드러내는 아이템도 존재한다.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체형을 포용할 수 있는 패널 형태의 베이지 코르셋과 드롭 웨이스트 팬츠의 조합은 세련되고 매력적인 룩을 완성한다.

자넬 모네(Janelle Monáe)가 2018년에 발표한 <핑크 (pynk)>의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여성의 성기를 형상화한 팬츠를 제작하고, 티파니앤코 캠페인 주인공 비욘세를 위해 폐기될 예정이던 골드 톤의 PVC 볼트로 화려한 트렌치코트를 완성한 랜팅크의 전적을 기억한다면, 그의 손에서 태어난 창조물에 얌전한 성격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바람일지도 모른다. (랜팅크는 폐기물과 재활용 원단을 이용한 디자인에 진심이다. 최근 그는 2023 ANDAM 패션 어워드에서 지속 가능성 관련 부문의 후보자로 올라 특별상을 수상했다.) 랜팅크가 비욘세의 의상으로 주목받게 된 데는 2020년 그의 첫 번째 컬렉션 준비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스타일리스트 패티 윌슨의 힘이 컸다. 윌슨은 랜팅크에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디자인을 그룹화하는 방법뿐 아니라 옷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헤어와 메이크업이 중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랜팅크는 2013년에 암스테르담에 있는 헤릿 릿벨트 아카데미(Gerrit Rietveld Academie)에서 학사를, 2017년에 샌드버그 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수료하며 패션에 관한 전문 지식을 쌓았다. 졸업 직후에는 런던의 브라운스(Browns) 같은 패션 매장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에게 팔리지 않은 재고를 활용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러니까 의상 재활용을 향한 그의 사랑은 지속 가능한 패션이 지금처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랜팅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파티와 드래그퀸 친구들을 사랑했던 싱글맘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8살 때는 어머니의 옷장을 뒤져 장 폴 고티에의 진과 W&LT의 아웃핏을 몰래 가져와, 옷핀과 테이프로 자르고 붙여 자신만의 옷을 만들었다. “결국 엄청나게 혼났지만,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에 눈을 뜬 기분이었어요.” 회상에 잠긴 랜팅크가 말한다. 이후 그런 랜팅크에게 두 손 두 발을 들고 만 그의 어머니와 이모가 헌 옷을 물려주기 시작했다고.

최근 랜팅크는 난민과 협업해 만든 설치 예술 및 패션 작품을 선보였으며, 암스테르담과 하를렘에 지점을 두고 있는 예술과 신경다양성에 주목한 돌하이스 정신 박물관(Museum of the Mind)에서 6개월간 거주하며 다운증후군이나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의상 및 혼합매체 설치품을 선보였다. 지난 6년 동안 친한 친구인 사진가 얀 훅(Jan Hoek)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오가며 홈리스 퀴어와 트랜스젠더 성 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을 돕는 NGO 단체 스웨트(Sweat)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매거진을 위한 옷으로 새롭게 리디자인을 제작하고, 런웨이 쇼를 기획했을 뿐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 <시스타즈 오브 더 캐슬(Sistaaz of the Castle)>을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두 사람이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가벼운 술자리를 통해 시작됐다. “얀과 구글링을 하던 중이었죠.” 랜팅크가 말한다. “우연히 두 여성을 보게 되었고, 무척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은 바로 케이프타운에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 여성 코코와 롤리로, 두 사람의 대담하고 개성 강한 스타일은 색다르고 신선한 패션 영감을 선사했다. 랜팅크와 훅은 곧장 배낭을 챙겨 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두 사람이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찾아갔어요. ‘세상에, 정말로 절 보러 그 먼 길을 오신 거예요?’라고 코코가 묻더군요.” 참여자들과 스웨트가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을 랜팅크와 훅에게 동등하게 나눠 지급하기로 합의한 뒤, 첫 번째 워크숍이 시작됐다. 여성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환상을 공유하고, 그것을 에세이와 의상으로 표현하는 아이디어에 힘이 실렸다. 누군가는 종일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옷을 입고 고급 윤락업소의 수장이 된 풍경을, 다른 누군가는 마이애미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하는 빅토리아 베컴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흥미롭고 창의적인 사고는 듀런 랜팅크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찾아온 고객들은 자신만의 페이지를 생성하고, 단 하나뿐인 나만의 ‘듀런 랜팅크’ 컬렉션을 구입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템의 소유권을 원한다면 수수료 지불 후 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계약서를 받게 된다. “NFT가 화제로 떠오르자 사람들이 제게 ‘듀런, 너도 NFT를 시작해야 해’라고 하더군요.” 듀런이 말한다.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제 핏방울 위에 지문을 묻히는 게 낫겠어요. 그거야말로 대체 불가능할 테니까요.’” 쇼를 후원해줄 후원자를 찾는 일처럼, 진정한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드는 일은 숱한 고통을 수반하지만, 랜팅크는 여전히 신진 디자이너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모두 제게 친절한 편이에요.” 랜팅크는 진심 어린 호의와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답한다. “그래서 무척 즐거워요. 제겐 어린아이처럼 이 순간을 즐기는 일, 그리고 그 순간을 통해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지켜보는 일이 더 중요하거든요.”

부풀린 데님 재킷과 미니스커트는 듀런 랜팅크 제품.
포토그래퍼
JULIEN MARTINEZ LECLERC
스타일리스트
CHARLOTTE COLLET
헤어
STÉPHANE LANCIEN FOR L’ORÉAL PARIS AT CALLISTE AGENCY
메이크업
HANNAH MURRAY FOR BOBBI BROWN AT STREETERS
네일
BÉATRICE ENI FOR MANUCURIST AND BYREDO AT ASG PARIS
모델
LEON DAME AT VIVA LONDON MANAGEMENT, ELISE KOUZOU AT FORD MODELS PARIS
캐스팅
SAMUEL E. SCHEIMAN AT DM CASTING
캐스팅 어시스턴트
EVAGRIA SERGEEVA AT DM CASTING
프로듀스
MORGANE MILLOT AT MINI TITLE
포토 어시스턴트
CLEMENT DAUVENT, ADRIEN TURLAIS
디지털 테크니션
MARION DUCHAUSSOY
패션 어시스턴트
EMILIE CARLASH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AMBRE SILVESTRE
헤어 어시스턴트
JULIAN SAPIN
메이크업 어시스턴트
JOANA LAFOURC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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