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의 향기, 24 FW 셀린느 컬렉션

명수진

CELINE 2024 F/W 컬렉션

셀린느의 창립자 셀린느 비피아나(Céline Vipiana)는 1971년, 파리 에투알 광장(Place de l’Etoile) 앞을 지나가던 중 가벼운 접촉 사고로 차에서 내렸다가 개선문에 있는 사슬 고리 패턴을 우연히 발견했다. 비피아나는 이를 셀린느의 시그니처 엠블럼으로 만들었다.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은 2018년에 셀린느에 온 첫날 엠블럼을 현재적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트리옹프’라고 이름 붙였다. 트리옹프는 에디 슬리먼의 셀린 컬렉션에 매 시즌마다 등장하고 있다.

에디 슬리먼은 파리 패션위크가 일주일 정도 지난 3월 12일, 패션필름 형식으로 24 FW 시즌, ‘아크 드 트리옹프 컬렉션(La Collection de L’arc de Triomphe)’ 컬렉션을 공개했다.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친애하는 친구이자 멘토’인 포토그래퍼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에게 영상을 헌정한다고 밝혔다. 촬영은 작년 12월에 파리 곳곳의 역사적인 건축물에서 이루어졌다. 런웨이 형식의 대부분은 개선문 근처에 있는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콘서트홀 살 플레옐(Salle Pleyel)의 거울방에서 촬영했고, 이외에도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의 기념비적 조각상이 있는 부르델 미술관(Musée Bourdelle), 에디 슬리먼이 1997년 이브 생 로랑의 첫 쇼를 열었던 메종 드 라 쉬미(Maison de la Chimie) 등에서 18세기 파리의 아르데코 양식을 담았다.

에디 슬리먼은 60년대가 ‘셀린느의 황금기’였다고 설명하며 ‘스윙잉 식스티(Swinging Sixties)’ 테마를 해석했다. 60년대의 아이코닉한 모델 트위기(Twiggy)처럼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로 커다란 눈을 강조한 모델의 얼굴을 감각적으로 클로즈업했고, 미니멀한 리틀 블랙 드레스가 런웨이의 오프닝을 장식했다. 에디 슬리먼은 60년대 ‘스페이스 에이지(Space Age)’ 테마를 떠오르게 하는 미니멀한 A 라인 원피스, 쇼트 재킷과 미니스커트 투피스에 집중했다. 미니 원피스는 시프트 드레스, 피나포어 드레스 등으로 형태를 조금씩 달리했고, 울, 가죽, 페이턴트, 메탈, 모피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하며 한차례 더 변화를 줬다. 커다란 라인스톤과 깃털 모양의 메탈 시퀸 등 오트 쿠튀르를 방불케하는 정교한 소재와 디테일을 더했다. 우아한 꽃송이 같은 오벌 쉐입의 원피스와 누에고치 같은 극단적인 코쿤 쉐입의 양털 코트가 후반부에 등장하며 60년대 내러티브를 흥미롭게 이끌어갔다. 에디 슬리먼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스키니 팬츠는 단 한 벌도 등장하지 않은 점도 새로웠다.

액세서리는 60년대 무드를 고조시켰다. 재클린 케네디가 쓸 것 같은 클래식한 필박스 모자에 셀린느의 클래식한 베이스볼 캡을 결합한 펠트 캡을 비롯해 여러 겹의 진주 비드 목걸이와 귀고리, 골드 액세서리와 단추가 클래식한 분위기를 불어 넣었고, 한편으로는 모든 모델들이 사각형의 선글라스를 쓰고 나와 포스를 뽐냈다. 가방은 핸들이 달린 미니 사이즈의 니노(Nino), 숄더백 스타일의 테렌스(Terence), 크로스 보디 형태의 가랑스(Garance)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였고 모든 백에는 트리옹프 엠블럼을 넣었다.

24 FW 시즌 컬렉션 공개와 동시에 셀린느 메종 역사상 첫 코스메틱 라인인 셀린느 보떼(Celine Beauté) 론칭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2019년에 론칭한 오뜨 퍼퓨머리 컬렉션(Haute Parfumerie Collection)의 성공을 바탕으로 코스메틱까지 확장한 것! 올 가을에 선보일 15가지 컬러의 ‘르 루즈 셀린느(Le Rouge Celine)’ 컬렉션 중 라뽀뉘(La Peau Nue) 컬러는 런웨이에 오른 모델들의 립을 통해 미리 공개됐다. 셀린느 보떼 제품은 에디 슬리만이 케이스 디자인부터 포뮬러까지 직접 관여하며 향후 립밤,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및 아이펜슬, 루즈 파우더, 블러쉬 케이스, 네일 폴리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첫번째 에디션인 ‘르 루즈 셀린느’는 18세기 후반 프랑스식 고전주의에 영감을 받아 각면 처리하고 트리옹프 로고를 넣은 클래식한 골드 메탈 케이스가 소장욕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및 영상
Courtesy of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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