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기로 타임워프, 24 FW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명수진

MICHAEL KORS 2024 F/W 컬렉션

마이클 코어스는 한때 뉴욕 패션의 성지였던 바니스 뉴욕 백화점을 오래간만에 북적이게 만들었다(바니스 뉴욕 백화점은 2020년에 폐점했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노 원(No One)’이 사운드트랙으로 울려 퍼지고, 바니스 뉴욕의 상징적 장소였던 하얀 나선형 계단을 따라 모델 줄리아 노비스(Julia Nobis)가 걸어 내려왔다.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에 허벅지까지 깊게 슬릿을 넣은 펜슬스커트를 입고 미니 백과 슬링백을 매치한 줄리아 노비스는 우아한 업타운걸의 정수를 보여줬다. 오프닝은 조각 같은 테일러링과 극대화된 미니멀리즘의 예고편이었다. 마이클 코어스는 24년 FW 시즌을 위한 무드 보드에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를 비롯해 캐럴 롬바드(Carole Lombard), 진 할로우(Jean Harlow), 마를린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같은 고전적인 패션 아이콘의 사진을 붙이고 패션의 황금기를 추억했다. 컬렉션의 테마는 ‘타임리스(Timeless)’.

와이드 숄더에 허리는 잘록하게, 엉덩이는 둥글게 재단한 아워 글라스 재킷은 정교하게 재단된 자태가 누구에게라도 당당함을 안겨줄 것 같은 멋진 작품이었다. 반짝이는 시퀸과 정교한 레이스 소재로 빚어낸 세련된 원피스가 하나의 챕터를 완성했고, 한편으로는 트위드 등 남성복 소재로 만든 테일러드 코트, 오버핏 트렌치코트와 헐렁한 팬츠, 옥스퍼드 슈즈와 뿔테안경으로 90년대 뉴욕 월스트리트의 비즈니스맨 스타일을 재현했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 중성적인 컬러를 기본으로 페일 핑크 컬러, 카푸치노 브라운, 잉크 블루를 더한 컬러 팔레트가 안정적으로 펼쳐지며 업타운걸의 세련된 취향을 완성했다. 피날레에서는 더블브레스트 턱시도 재킷과 실크 슬립 드레스의 매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마이클 코어스가 1930년대 할머니의 결혼식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것. 마이클 코어스는 작년에 타계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할머니의 웨딩 사진을 발견했다. 그게 바로 이번 시즌 마이클 코어스의 시간 여행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 컬렉션에 나온 애니멀 프린트 코트를 입고 네일까지 애니멀 프린트로 정성스럽게 세팅한 블레이크 라이블리(Blake Lively)를 비롯해 케이티 홈즈(Katie Holmes), 브리 라슨(Brie Larson) 등 마이클 코어스의 ‘패밀리’를 자처하는 스타들이 프론트로를 빛냈다. 런웨이에서는 마리아칼라 보스코노(Mariacarla Boscono), 알렉 웩(Alek Wek), 기네비어 반 시누스(Guinevere Van Seenus), 앰버 발레타(Amber Valletta)까지 90년대부터 2000년대를 군림한 최고의 모델들이 마이클 코어스가 재현한 패션의 황금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영상
Courtesy of Michael K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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