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아름다움, 24 FW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

ISSEY MIYAKE 2024 F/W 컬렉션

플리츠 위에 회화 작품이 펼쳐졌다. 순백의 플리츠가 캔버스가 되고 그 위를 수채화처럼 맑은 컬러와 터치가 놓인 것.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의 24 FW 컬렉션은 프랑스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로난 부홀렉(Ronan Bouroullec)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컬렉션의 테마는 ‘창의성이 야생에 몰입하다(Immersed in the Wilds of Creativity)’. 이세이 미야케의 상징적인 플리츠 원단은 로난 부홀렉의 작품을 담는 멋진 캔버스가 되었다.

컬렉션이 열린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하얀 벽에 이세이 미야케와 로난 부울렉의 협업 컬렉션이 전시되고, 모델들은 그 옆의 런웨이를 따라 걸었다. 예술과 패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몸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방법은 재단을 최소화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믿었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정신에 따라 인위적인 재단은 최소화되었다. 비대칭의 밑단과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크롭트 기장이 마치 자연 그대로의 상태처럼 자연스러웠다. 섬세한 드레이핑과 자락은 자연에서 발견한 들꽃이나 반짝이는 잎사귀처럼 아름답게 표현됐다. 아노락을 변형한 지퍼 장식의 판초에는 오리엔탈적인 고깔모자를 절묘하게 매치했다. 쿠션 모양의 백이 스타일링의 재미를 더했는데, 코트는 실제로 들고나온 쿠션처럼 접을 수 있게 고안했다는 설명이다. 오렌지, 브라운, 그린을 비롯해 라일락, 라임, 보르도 와인, 연어 등 미묘한 컬러 팔레트가 더할 나위 없이 이세이 미야케의 아름다움을 설득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드레이퍼리 시리즈는 플리츠 소재가 가진 절묘함을 잘 드러냈다. 플리츠 소재로 만든 옷은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의 그것과 가장 근접한 접근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난 부홀렉은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내 작업이 의류 디자인과 공통점과 대조되는 점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한 특별한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팀은 ‘로난 부울렉의 작품과 이번 컬렉션에는 시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