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스키웨어 각축전

김현지

새하얀 슬로프 위에서 펼쳐진 스키웨어 각축전

우주로, 미래로

달의 궤도에 진입한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스키웨어의 출범.

이런 스키룩 어떤데

상상하는 즐거움이야말로 패션계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그러므로 과장을 조금 더 보태 스키웨어의 범주 안에 들법한 기상천외한 스키복을 꼽아봤다. 레이싱 슈트가 연상되는 안드레아 아다모의 원초적인 보디슈트, 과장된 보디라인이 아방가르드한 톰 브라운의 퀼팅 소재 점프슈트, 이끼가 묻은 거대한 눈덩이처럼 보이는 릭 오웬스의 푸퍼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실용성과는 몇만 광년 멀지만, 패션 판타지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튀어야 산다

오랜 역사를 지닌 스포츠인 만큼 스키복 세계에는 분명한 원형이 존재한다. 명시성이 높은 패턴과 선명한 컬러, 방한에 최적화된 기능성 소재까지,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는 이 삼박자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스키웨어가 대거 출시됐다. 강렬한 색감의 이너에 서스펜더 스키 팬츠를 더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대표적인 예.

폭신해 폭신해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을 때의 포근함, 보이는 모든 것을 하얗게 덮은 설산의 풍경을 닮은 백색 아이템.

공기 저항 제로

설원 위 스키어에게 필요한 것은 ‘장비 빨’이다. 올겨울, 전문적인 스키용품 브랜드를 찾지 않아도 날렵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완성해줄 패션 브랜드의 스키 기어를 소개한다.

본격 고프 코어

꺾일 줄 모르는 고프 코어의 기세가 슬로프 위를 순탄히 오르는 중이다.

코티지 걸

진정한 스키어라면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법. 나무 오두막집에서 맞는 아침, 상쾌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핫초코 한 잔을 즐길 때 필요한 것은 부한 스키복이 아니라 헐렁한 풀오버에 니트 브리프 차림이다. 자크뮈스의 홀리데이 캠페인 속 모델 켄들 제너처럼 말이다. 속옷이나 슬립 위에 쓱 걸치기 좋은 니트 드레스를 제안한 루이비통, 니트 소재 삭스 부츠를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 부츠에 레그 워머를 레이어드한 팔로마 울의 스타일링도 주목할 만하다.

노르웨이 숲

쿠튀르와 기술의 만남은 때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랑의 형태로 발현된 이 낭만적인 스키 캡슐 컬렉션은 스노보딩의 즐거움,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함께 나누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스키를 사랑하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티스트 피터 도이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세 명의 파트너 AK SKI, POC, 데상트를 떠올렸고 동행에 대한 답으로 디올 하우스의 DNA와 테크니컬 전문성을 결합한 컬렉션을 내놓았다.

시티 라이프

매일 입고 싶은 스키웨어가 있을까? 도심을 강타한 인정사정없는 추위에 일상과 산악 지대를 오가도 손색없는, 패브릭의 기술적 가능성을 탐구한 브랜드가 여럿 눈에 띈다. 디자인 측면에서 스키웨어와 겨울 옷차림의 경계가 흐려졌지만 보온은 물론 자외선 차단, 방수, 통기성, 미끄럼 방지 등 기능성을 고루 갖췄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핑크 크러시

지난 봄/여름 시즌을 강타한 바비 코어의 여파일까? 스키웨어에도 잔잔한 핑크빛 물결이 일고 있다. 그 파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시종일관 사랑스러운 무드로 이어진다.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내주고 싶은 버버리의 시어링 이어머프, 글리터를 흩뿌린 문부츠의 스노부츠, 폼폼이 달린 GCDS의 헬로키티 비니는 핑크 컬러가 추위에 맞서는 최고의 방한법임을 입증한다.

어시스턴트
박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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