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페미니즘을 조명하다, 24SS 로에베 컬렉션

정혜미

Loewe 2024 S/S 컬렉션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지난 6월에 선보인 남성복 컬렉션에 이어 여성복 컬렉션에서도 미국 예술가 린다 벵글리스(Lynda Benglis)와 콜라보 했다. 1941년생인 린다 벵글리스는 1974년 11월, <아트포럼(Artforum)>에 도발적 누드 광고를 실어 당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는 현재 미술계에서 ‘포스트 페미니즘의 탄생 순간’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다. 로에베의 런웨이는 갤러리처럼 새하얗게 꾸며졌고 여기에 린다 벵글리스의 대형 브론즈 조각 작품 6점을 놓아 모델들이 작품 사이를 워킹하도록 구성했다.

조나단 앤더슨은 이번 시즌 화두인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를 예술적으로 접근했다. 평소 추구하던 초현실주의를 살짝 덜어내는 대신 데님 팬츠, 옥스퍼드 셔츠, 블레이저, 폴로셔츠, 브이넥 스웨터 등 일상적인 아이템을 선보인 것. 물론 로에베 다운 트위스트가 있었는데 이를테면, 로에베 남성복 컬렉션처럼 팬츠는 울트라 하이 웨이스트로 선보였다. 모델들은 허리 위로 잔뜩 끌어올린 팬츠 포켓이나 혹은 트위드 블레이저의 슬래시 포켓에 손을 찔러 넣고 런웨이를 걸었다. 커다랗고 비정형적인 금색 단추를 단 태번수 니트 망토에 루스 핏 데님 팬츠를 매치했고, 보이시한 체크 셔츠와 올리브그린 점퍼에 긴 자락을 하나 늘어트린 비대칭의 러플 스커트를 입혔다. 이 밖에도 밑단을 가방으로 변형한 스웨이드 코트, 비대칭 칼라 디테일이 특징인 오버사이즈 카디건, 테슬 소재로 만든 시스루 원피스 등이 무작위적으로 등장했다. 크리스털 꽃잎을 가득 이어붙인 톱, 허리에 거대한 핀을 찔러넣은 레더 버뮤다 팬츠는 현대 미술 작품을 방불케했다. 린다 벵글리스와 콜라보한 커스텀 주얼리 – 골드, 스털링 실버, 크리스털, 알루미늄, 에나멜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만든 반지, 커프스, 브로치, 이어링 등 – 역시 로에베 컬렉션에 예술성을 더했다.

짧은 머리에 구레나룻까지 있는 모델들의 보이시한 스타일과 애티튜트가 린다 벵글리스 작가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는데, 조나단 앤더슨은 영화배우 라이자 미넬리(Liza Minnelli)을 생각하며 스타일링했다고 밝혔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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