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40년 동안 닫혀있던 지하 공간이 열렸다

이진수

천 평짜리 세트장 아냐? 오직 9월에만 공개되는 지하 터널

혹시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건 아닐까.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이 떠오르게 만드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긴 터널. 세트장이 아니라 40년 동안 폐쇄한 곳이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약 1000평 규모(총 면적 3182㎡)의 터널 공간이다. 서울시는 오는 9월 8일부터 23일까지, 시민들에게 이 공간을 개방한다고. 너비 9.5m, 높이 4.5m, 총 길이 335m에 달하는 이 공간은 현재 아무 것도 없는 빈 상태다. 다만 흐른 세월을 입증하듯 자라난 종유석을 구경할 수 있다.

지하 공간 탐방은 9월 한 달 동안만 가능하다. 한 회 차당 10여명 정도가 팀을 이뤄 참여하며, 역사를 설명해주는 가이드와 안내요원이 동행할 예정이다. 참여 신청은 서울시 홈페이지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9월 6일 오전 9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선착순 신청이기 때문에 데이트를 위해서라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 듯. 신청 마감이 안 된 회차에 한해서는 현장 접수(워크인)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터널을 막아뒀던 걸까? 국내 최초로 조성된 지하상가 아래, 지하철 2호선 선로 위쪽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보아 서울시 관계자들은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을 연결하려는 용도로 만들어졌으리라 짐작한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 황금 노른자 같은 땅은 어떻게 되는 것이며, 서울시가 이 공간을 이제서야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서울시의 비어있는 공간에 새로운 사업을 조성하기 위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려는 것. 도심공간조성 프로젝트다. 바로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을 진행하고 1등(대상)에게는 상금 300만원을 수여한다고.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다. 물론 현장 답사를 하지 않아도 공모전은 참여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프리랜스 에디터
이진수
이미지
서울시 제공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