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없는 사람도 빠져들 책 3권

권은경

매달 마감하고 사는 잡지인들이 마음껏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했다. 듣고 싶고, 떠나고 싶고, 또 다른 걸 읽고 싶게 만드는 부작용은 주의할 것.

매달 깨끗한 문서창을 활자로 빼곡히 채우고 마감하며 사는 잡지인들이 유독 좋은 글을 남기는 순간 중 하나는 얄궂게도 ‘기자’에게 안긴 주제와 의무감을 벗어났을 때다. 그들이 에디터로서 단련한 화법과 예민함을 발휘해 자기 취향과 관련한 걸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끈기 없는 독자도 빠져들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재미와 의미가 그 안에 있다. 다음 세 책이 그렇다.

18년 동안 200여 권을 마감하고 산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 전은경은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워크룸 프레스)을 냈다. 가와쿠보 레이가 오노 세이겐에게 ‘옷이 아름답게 보이고,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주문한 끝에 태어난 <꼼 데 가르송>, 독일의 현대 음악가 막스 리히터가 신경과학자와 함께 뇌와 수면 사이클을 분석한 후 8시간 24분짜리 음악으로 만든 <수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음반 커버’를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우승 후보일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전은경이 처음 듣고 행복한 기운으로 가슴 두근거렸다는 키스 자렛의 <My Song> 등 장르도 성격도 다양한 음반이 ‘귀로 듣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준다. 책 제목만 보면 ‘노동요’로 적합한 플레이리스트 모음 같지만, 사실 전은경은 마감 전후나 고단한 밤에 이 음악들을 들으며 삶을 촉촉이 보강했다. 그녀가 소개하는 음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긴 시간 디자이너와 전문가를 취재하고, 많은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쌓은 공력과 꾸밈없는 사연 덕분이다.

<얼루어> 피처 디렉터 허윤선 역시 출장과 여행 경력으로는 으뜸가는 잡지인이다. 그 틈새에서 다량의 독서를 하는 그녀는 소설 읽어주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사각사각>의 공동 진행자, 문예지 <릿터>를 통해 여러 셀럽과 책을 둘러싼 대화를 해온 인터뷰어이기도 하다. <읽는 사람>(민음사)은 그동안 <릿터>에 실린 ‘독서 생활자’ 34명과의 인터뷰 모음이다. 숨 쉬듯 책을 읽는 문가영, 에세이로 평범치 않은 필력을 익히 드러낸 바 있는 박정민, 즐거운 대화를 앞두고 질문을 허투루 놓치고 싶지 않아서 펜과 수첩을 준비한 이설, 자기만의 독서를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는 장기하, 문학을 좋아하는 갓세븐의 진영 등. 배우가 작품을 준비하며 읽은 책부터 책과의 만남에 대한 일상적 이야기까지, 책 하나로 이렇게 은은하고도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오성윤은 예전 <론리 플래닛>에서 일했고, 익명의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며, 필름카메라로 여행지에서 사람들의 뒷모습을 잘 담는다. 여행 전에는 해외에서 맛난 걸 먹고 재밌는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나는 거라고 곧잘 착각하지만, 실은 낯선 방에서 깨어나기 위해 여행한다는 그의 말에 눈길이 간다. 내 삶이 아닌 다른 삶에서 눈뜰 때, ‘우리는 우리가 알던 스스로가 아니다’. 에세이 <짧은 휴가>(어떤책)는 이 여행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그 내밀함을 통해 어떤 도시들을 더듬어가는 독자의 경험마저 은밀한 성격으로 남을 것 같다. 사진집을 따로 내도 될 정도인 그의 사진들 역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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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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