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 책을 읽읍시다! 3월 추천 신간 도서 3권

전여울

가족을 잃은 후의 세계, 외딴 오두막에서의 세계, 사랑으로부터 출발한 세계. 지금 우리 곁에 도착한 세 권의 책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세계에 관하여.

<달력 뒤에 쓴 유서> 민병훈, 민음사
2020년 <재구성>, 2022년 <겨울에 대한 감각>을 출간한 소설가 민병훈의 새로운 장편 <달력 뒤에 쓴 유서>는 ‘나’와 삶이 함께 쓴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을 거다. 이번 신간에서는 지난 소설들에 빠짐없이 등장한 ‘죽음’의 그림자가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구체적 사건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의 반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 전반에 죽음이 있되, 이는 소설의 핵심에서 멀리 존재한다.

대신 작가는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는 우리 인생의 치열하고도 우아한 순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 상실 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자, 한 시기의 자신을 찾아 나선 여행 소설,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메타 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를 두고 작가는 말한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센디어리스> 권오경, 김지현 옮김, 문학과지성사
영화 <애프터 양>, 드라마 <파친코>를 연출한 감독 코고나다가 드라마화를 결정한 소설 <인센디어리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컬트 종교, 테러라는 민감한 소재를 거침없는 문장으로 그려내며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권오경의 첫 장편소설로, 극단주의 기독교에 연루된 여성과 그를 사랑한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방화나 폭탄, ‘선동적인’이란 의미의 영단어 ‘인센디어리(Incendiary)’의 복수형을 제목에 사용한 만큼, 소설은 열정적인 사랑의 균열과 극단주의자의 심리에 섬세한 시선을 둔다. 컬트 종교를 소재로 하되 극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겪는 상실감과 결핍,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몰이해와 통제욕,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에 관해 다뤘다.

<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문학동네
2015년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에서 소설가이자 번역가 배수아가 몽골 알타이를 여행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면, 신간 산문집 <작별들 순간들>에서는 15년 가까이 베를린 인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생활한 배수아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외부와 단절된 정원 딸린 오두막, 그곳의 배수아에게는 오롯이 읽고 쓰는 삶만이 있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산문집은 특정 ‘장소’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내가 어떤 장소에 있었음으로 인해 쓸 수밖에 없는 글’의 모음이다.

자신의 몸에 한 권의 책이 통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확장시키는지, 어떤 자유가 그곳에 있는지, 작가는 <작별들 순간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책은 분명 작가로서 존재하기에 관해 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골 생활을 묘사한 촘촘한 문장들에선 이국적 정취가 묻어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도 완벽한 고립의 장소에 갈 때, 이 책을 쥐어볼 것을 권한다.

마음의 양식을 쌓아 줄 9월 신간 도서 3

피처 에디터
전여울
사진
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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