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위크 핫이슈 모음집

정혜미

더블유 에디터들이 뉴욕 패션위크에서 채집한 따끈따끈한 이슈들을 소개한다.

한국 셀럽 50여 명이 대거 참석하며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한 4대 도시 패션위크.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가운데 더블유 에디터들이 패션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촘촘히 채집한 이슈들을 소개한다.

RODARTE

RODARTE

한 편의 잔혹 동화

화려하고 웅장하게 세팅된 은빛의 연회장에서 로다테의 환상적인 쇼가 펼쳐졌다. 기다란 테이블, 촛대와 샹들리에 등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진 이번 F/W 컬렉션은 디자이너인 케이트와 로라 뮬레비 자매가 요정에게서 영감 받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자리였다. 그래서일까? 실제 요정 이미지를 프린트한 드레스부터 나비 모티프의 큰 날개까지, 판타지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었다. 검게 물든 립,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고딕 요정들은 메탈릭한 프린지 장식의 드레스를 입거나 새틴 드레스, 커다랗고 까만 백합 부케를 드는 등 섬뜩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화려함의 정점을 찍은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로다테의 잔혹 동화가 완성된 순간!

PROENZA SCHOULER

스타일 아이콘의 귀환

프로엔자 스쿨러의 20주년을 기념하는 2023 F/W 컬렉션에 원조 스타일 아이콘 ‘클로에 세비니’가 등장했다. 오랜 친구이자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뉴욕의 패션을 이끌어온 프로엔자 스쿨러와 클로에 세비니의 긴 인연이 2023년에도 이어졌다. 이번 컬렉션에서 그녀는 소설가 오테사 모시페그의 글을 직접 낭독했다. 그 목소리는 컬렉션의 배경음악과 함께 은은하게 쇼장에 울려 퍼졌고, 이후 블랙 블레이저와 레더 스커트를 입은 클로에 세비니가 걸어 나왔다. 오프닝 무대를 연 그녀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어 들었고, 20주년 컬렉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DION LEE

DION LEE

부풀어 올라

옷인가, 튜브인가? 디온 리의 컬렉션에 등장한 아우터가 궁금하다고? 과장된 볼륨의 아우터를 입은 모델이 등장했을 땐 패딩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공기를 넣고 빼는 구멍을 발견하자, 단순한 옷이 아님을 확신했다. 실제 공기를 뺄 수 있는지, 착용감은 어떤지도 의문이 들었다. ‘Second Skin’을 콘셉트로 한 이번 컬렉션은 파충류에서 영감 받았는데, 네트와 파이톤 레더 등으로 만든 다양한 드레스와 매치된 튜브 아우터는 뱀의 껍질을 연상시켰다.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디온 리의 기발하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는 또 한 번 우리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ALICE+OLIVIA

LAQUAN SMITH

KIM SHUI

미국식 매운맛

돌아서면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킴슈이의 글램 룩, 록펠러센터의 화려한 연회장을 더욱 빛낸 라콴 스미스의 반짝이는 칵테일 드레스, 과거 유행했던 스타일을 연도별로 재해석한 컬렉션 그리고 그 사이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춤을 추던 앨리스앤올리비아의 댄서들. 뉴욕 컬렉션에서는 90년대 미국 문화를 연상시키는 이른바 ‘센 캐릭터’의 관능적 스타일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COLLINA STRADA

괴짜 모음집

콜리나 스트라다는 매 시즌 다양성과 환경 등 세계가 직면한 정치 사회적 문제에 진보적인 메시지를 표출한다. 이번 쇼에는 ‘내 친구를 먹지 마세요!’라는 부제로 동물권 보호 이야기를 담았는데, 개,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 가면을 쓴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는 도중 자신이 분한 동물의 행동을 따라 하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논쟁적인 주제를 유쾌하고 풀어내는 괴짜, 콜리나 스트라다만의 참신한 방식이었다.

AREA

AREA

예술의 경지

바나나 초대장, 쇼장 벽을 장식(?)한 파리 떼, 사운드트랙을 채운 왱왱 날갯짓 소리. 바나나를 모티프로 한 컬러풀 룩이 점차 검정으로 바뀌며 전개되는 쇼를 본 후에야 이 모든 것이 암시하는 바를 알아챘다. 시간에 따라 부패하는 과일과 그 썩은 내를 맡고 달려오는 파리 떼, 자연의 이치이자 일상의 혐오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예술적 터치를 엿볼 수 있던 순간.

THOM BRONWE

THOM BRONWE

사랑의 불시착

CFDA의 회장 취임 이후 뉴욕에서 첫 쇼를 선보인 톰 브라운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틴케이스에 담은 초콜릿을 선물하며 관객을 맞았다.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받아서인지 동화적인 상상력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던 쇼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톰 브라운의 커튼콜이었다. 인사하러 나온 그가 파트너에게 달려가 커다란 하트 모양의 선물을 건넨 것! 그 순간 쇼장 분위기는 달콤한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모든 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KHAITE

KHAITE

KHAITE

뉴욕의 요즘 대세

캐서린 홀스타인이 전개하는 카이트는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패션과 예술의 중심지 소호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식 오픈하기 전, 그곳에서 카이트의 2023 F/W 컬렉션을 프라이빗하게 선보였다. 사실 카이트의 매장 오픈 소식은 촉박한 뉴욕 일정에도 꼭 사수하고 싶은 스케줄이었다. 독특한 구조의 매장은 남편인 건축가 그리핀 프레이즌이 설계했는데, 곳곳에 자리한 디테일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소호의 첫 번째 매장을 시작으로, 카이트는 향후 1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도 밝혔다. 카이트의 2023 F/W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도 뜨거웠다. 깔끔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바닥까지 끌리는 맥시한 아우터와 시어링 코트, 커다란 팬츠 등 시크하고 모던한 뉴요커의 워너비 룩이 가득했다. 현재 뉴욕을 대표하는 컬렉션인 만큼 화려한 요소 없이도 ‘카이트’ 자체만으로 충분히 멋졌다.

COLLINA STRADA

COLLINA STRADA

노장은 죽지 않는다

드레스가 캣워크를 방해하자 자연스럽게 치맛자락을 들어 올려 살랑이는 깃털 장식을 더욱 아름답게 드러낸 에리어의 엘리사베타 데시, 공룡을 연상시키는 핑크색 모히칸 헤어를 위해 삭발도 마다하지 않은 콜리나 스트라다의 캐슬린린 잉그먼. 패션 신에서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는 것이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원숙한 아름다움만큼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에디터
정혜미, 장진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