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남성 헤어 트렌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현정

헤어 스타일을 바꿀 때가 됐다면 ‘T.T.T’를 잊지 말 것.

2023년 헤어 트렌드는 ‘T.T.T’로 정립할 수 있다. 내 몸에 꼭 맞는 테일러드 정장처럼 내 모질과 두상에 적합한 테일러드(TAILORED) 스타일이 올해 남자들의 제1의 관심사라는 것. 전체를 한 톤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한 올 한 올 색조를 달리 넣는 섬세한 염색(TINTED)이 더해지면 더욱 훌륭하다. 스타일링뿐 아니라 남자들의 영원한 숙적, 탈모를 해결할 미래적인 테크닉(TECHNIC)과 성분에 관한 조언까지 꾹꾹 채워 담았다.

흰색 슬리브리스 톱은 Axel Arigato, 스웨트 팬츠는 Balenciaga, 펜던트 실버 네크라스는 Portrait Report, 검정 롱 네크라스는 Dolce&Gabbana 제품.

Beauty Note
샤넬 ‘바움 에쌍씨엘 글로우 스틱(트렌스페어런트)’을 광대와 이마, 콧등에 발라 내추럴한 광을 살렸다. 투명한 젤형 브로 베네피트 ’24아워 브로우 세터’로 눈썹이 결대로 치솟듯 모양을 잡아 강하게 고정했다.

오색찬란한 맨 헤어
“젠더리스 트렌드의 강세 속에서, 다분히 중성적인 장발 스타일을 원하는 남성이 무척 많아졌죠. 과거에는 ‘컷과 펌’ 정도에 그쳤다면, 머리가 많이 길어진 만큼 그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색조와 윤기’로까지 확장되었고요. 헤어 전체에 페인트를 쏟은 것처럼 컬러링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하이라이트 기법을 보다 촘촘히 시술한 ‘베이비라이트’나 가닥가닥 컬러를 입혀 모발의 텍스처를 강조하는 ‘발레아주’ 등 섬세한 시술을 눈여겨보길 권합니다. 빛을 받으면 본연의 모발 색과 차이가 확 나면서 빛나는 느낌이 들죠. 요즘 트렌드인 셀프 염색을 할 계획이라면 더욱더 광채에 신경 써야 해요. 컬러만 완벽하게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윤기도 부여할 셀프 염색제가 유행할 예정이죠. 웰라 또한 컬러에 초점을 맞춘 기존 염색약과 달리, 광채와 영양 공급이 우선인 ‘컬러 프레시 마스크’를 출시했습니다.”

라이너 요세프 사우터(Reiner Josef Sauter)
웰라 크리에이티브 VP.
웰라의 총 책임자이자 헤어 화보나 패션 브랜드 캠페인을 지휘하며 헤어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바버숍 문화의 확대
“짧게 자른 후 앞머리를 살짝 들어올린 ‘아이비리그 컷’, 긴 기장의 윗머리를 전부 뒤로 쓸어 넘긴 ‘슬릭백’ 등 생소한 바버링 용어가 일상에서도 들려올 만큼 바버숍 문화를 향유하는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바버숍 스타일의 대표격인 두피가 보일 정도로 짧은 ‘페이드 컷’이나 ‘아이비리그 컷’을 선보이는 셀럽이 많아지면서 힙스터의 요소로 자리매김한 듯해요. 일반적인 맨즈 헤어와 클래식 장르 사이의 벽이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죠. 또한 자신의 두상과 골격에 어울리는 정확한 커트 길이나 음영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디테일한 방향을 제시하는 고객도 많아졌습니다. 주관이 뚜렷한 고객과 아주 섬세하게 소통하면서 맞춤별 스타일을 중시하는 바버숍의 가치가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슬랙 빌리캣 바버숍 대표.
헤어 브랜드 ‘레이 라이트’가 선정한 아시아 최초 세계 10대 바버.

화려한 컬러가 나를 감싸네
“야광에 가까운 네온 계열 컬러마저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는 염색약이나 기법이 발달해 남성 아이돌들의 헤어는 점점 화려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염색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그들처럼 눈에 확 띄는 네온 컬러보다는 톤다운된 레드나 오렌지가 비교적 소화하기 쉬울 거예요. 특히 빛이 바랜 듯한 오렌지 컬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Y2K 트렌드와도 잘 어울려 올해 내내 유행할 듯합니다. 셀럽들의 화보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웻 헤어도 일상에서 자주 보일 정도로 일반화되었죠. 팁을 드리자면 헤어 전용 제품도 좋지만 저는 베이비 오일을 추천합니다. 헤어 제품보다 모발에 흡수가 덜 되기 때문에 지속력이 높거든요. 일상에서도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만큼, 무대나 촬영장에서는 조금 더 실험적인 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실루엣이 강조되는 빅 헤어를 남성 헤어에도 어색함 없이 연출할 수 있길 기대 중이죠.”

박내주 빗앤붓 대표 원장.
BTS, EXO, NCT 등 내로라하는 K팝 아티스트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는 헤어 디자이너.

탈모도 AI가 관리
“2030세대 가운데 탈모인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탈모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병원 상담 때 원하는 디자인을 제시하기도 하며 빈 부분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모발 이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살리는 개념까지 더해지고 있죠. 부드러운 인상을 원하는 경우 이마 경계를 동그랗게 디자인하기도 하고, 너무 빈 부위는 메우되 M자 형태를 약하게 살려 남성적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탈모 해결을 위한 시술이나 성분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술이 이뤄지고 있죠. ‘모낭 줄기세포 탈모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재생력이 탁월한 모낭 줄기세포를 모낭에 직접 주입해 두피 조직의 재생을 도와 모발의 밀도와 두께를 증진시키는 수술입니다. 치료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탈모 분야에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 기업과 함께 탈모 관리 앱 서비스, 탈모 진단 인공지능 모델 등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어요.”

김인성 모제림성형외과의원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공의 수료 후 모제림성형외과의원 남성 센터 전담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클래식과 내추럴의 만남
“2022년에는 짧고 강한 페이드와 투블럭, 포마드로 대표되는 일명 ‘바버숍 스타일’이 지배적이었죠. 인위적으로 머리를 누른 ‘다운 펌’이나 깔끔한 ‘아이비리그 컷’처럼 심플한 디자인이 바로 ‘바버숍 스타일’에 속합니다. 2023년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겠지만, 작년과 상반되는 내추럴한 스타일이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짝 깎은 두피와 모발의 경계가 모호한 ‘소프트 투블럭’이나 ‘커넥팅 컷’이 일상에서 연출하기 자연스럽죠. 부스스한 컬의 ‘소프트 스핀스왈로 펌’으로 거친 스트리트 감성을 표현해도 좋습니다.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는 올해 트렌드에 맞게, 저 또한 클리퍼를 사용하지 않고 가위만을 이용한 스타일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조서연 트루핏앤힐 헤드 바버.
1805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국 왕실을 전담하는 바버숍의 한국 지점 헤드 바버.

건강하고 완벽한 왁스를 향해
“셀프 스타일링에 도전하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딱딱하고 뻣뻣한 왁스나 스타일링 제품 사용으로 인한 손상모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강한 고정력의 제품을 사용한 후, 제대로 세정하지 않아 손상을 더욱 야기하기도 하고요. 머리 길이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금방 회복될 거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죠. 올해는 남성들도 손상모에 확실하게 집중할 시기입니다. 올라플렉스만의 독자적인 기술력, ‘본드 빌딩’은 모발 안쪽 구조를 지지하는 ‘디설피드 본드(Disulfide bond)’의 회복과 강화를 도와 모발 손상을 근본적으로 케어하죠. 이 기술처럼 모발 손상을 최소화하는 효과의 헤어 왁스 및 크림이 주목받을 거예요.”

할리 브리스커(Halley Brisker)
올라플렉스 글로벌 헤어 스타일리스트.
자레드 레토, 마고 로비, 칼리 클로스 등 스타들의 레드카펫 헤어 스타일링을 책임지고 있다.

탈모도 각질 제거가 필요해
“요즘 남성 70%는 탈모 문제를 겪고, 이를 심각하게 여깁니다. 그러니 남성의 가늘고 약해진 헤어 섬유를 회복하고 두피에서 모발이 도망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해야죠. 남성들의 헤어케어는 그저 샴푸를 이용한 세정에만 국한되었습니다. 두피를 가볍게 긁기만 해도 남아 있던 모발이 떨어질 것 같겠지만, 올해부터는 두피 스크럽까지 신경 쓸 줄 알아야 탈모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어요. 두피의 각질층이 두꺼워지면 모공을 막아 모발은 더욱 힘을 잃게 되니까요. 모발의 힘은 유지하되, 자극이 덜한 탈모 전용 스칼프 스크럽이야말로 남성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죠. 알갱이가 커 두피에 미세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제품보다는 부드럽고 촉촉한 앰풀이나 워터형 제품이 떠오를 예정입니다.”

에딘 아비치(Edine Ahbich)
케라스타즈 랩 헤드 엔지니어.
남성 탈모 전용 ‘제네시스 옴므’ 라인, 비듬 완화용 ‘안티 댄드러프’ 라인 등의 과학적 연구를 담당하는 케라스타즈 랩의 책임자.

Wella

엘리먼츠 카밍 세럼

화이트티 추출물이 민감한 두피를 진정시키고 비타민 B5와 판테놀 성분이 두피와 모발에 충분한수분을 공급한다. 마른 머리에 적당량을 덜어 발라주면 윤기 넘치는 머릿결은 덤. 100ml, 6만3천원.

Kerastase

방 크로마 압솔뤼 샴푸

자주 세정해도 컬러가 빠질 우려가 덜한 손상된 염색모 전용 샴푸. 히알루론산과 글리세린을 함유한 조밀한 거품이 엉킴 없이 부드러운 세정을 돕는다. 250ml, 4만2천원.

Olaplex

No.3 헤어 퍼펙터

모발 깊숙한 곳에 끊어진 결합을 이어주는 비스-아미노 성분이 모발 내부의 구조를 근원적으로 복구하고 강화한다. 젖은 머리에 도포한 후 10분 정도 방치해 사용할 것. 100ml, 4만3천원.

뷰티 에디터
이현정, 천나리, 김가람
포토그래퍼
김신애
모델
정하준
스타일리스트
박정웅
헤어
이현우
메이크업
오가영
네일
임미성
어시스턴트
박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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