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파트2 예언서

우영현

연진아, <더 글로리> 파트2에 대해 매일 생각했어. 이렇게.

   

‘나이스한 개XX’는 누구 편에 설까?

딱 보기에는 젠틀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고 입을 여는 순간 거리감이 확 느껴지는 하도영은 김은숙 작가의 표현처럼 “차가울 땐 차갑고 웃을 때는 나이스”한 인물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1은 그런 도영이 연진의 추악한 얼굴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캐릭터의 위치와 비중을 고려하면 도영의 선택에 따라 파트2의 판이 좌지우지될 것은 분명하다. 그도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인지라 동은의 편에 설 것이다, 바둑처럼 자신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들어오는 동은으로부터 지위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키지 않지만 연진을 선택할 수 있다, 또는 ‘나이스한 개XX’답게 벌어지는 사건을 관망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드러낼 것이라는 등 도영의 행보에 대한 그럴듯한 추측과 분석이 다양하다.

도영이 동은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첫 번째 가설은 밸런스 붕괴로 손쉬운 복수극이 되고 시청자 입장에선 김이 빠질 수 있어 패스. 그럼 연진의 편에 선다는 가설과 중립설을 결합한 시나리오는 어떨까? 처음에는 사회적 지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연진의 과거를 눈 감아 주고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퍼즐처럼 흩어진 동은의 계획이 하나둘 맞춰질수록 미친 본색을 드러내는 연진에 질릴 대로 질려 발을 쓱 빼고 자신의 체면을 지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동은을 구해주거나 연진을 무너뜨릴 결정타를 건넬 수도 있고. 파트1에서 우산을 잠시 들어 달라고 요청한 운전 기사를 해고한 냉혈한이자 ‘나이스한 개XX’에게는 이게 더 어울리는 그림 같다.

초록색 구두를 신은 범인은 누구일까?

동은과의 거래로 또 다른 학폭 피해자인 윤소희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된 손명오는 자신의 몫을 크게 챙겨 한국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피습을 당하는 장면을 끝으로 명오는 자취를 감췄다. 이때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초록색 구두가 보란듯이 떡밥처럼 등장했다. 연진이 남편 도영에게 선물 받은 한정판 구두로, 동은과 혜정도 이를 갖고 있으며, 사라는 정신이 나간 상태로 초록색 구두를 그렸다. 모두 의심되지만 유력한 용의자는 연진이다. 발등의 상처, 과산화수소로 구두를 몰래 닦는 행동, 점집에서 소금을 맞는 장면은 연진을 범인으로 몰고 간다.

뻔한 전개다, 그러니 범인에 대한 반전이 있을 거다,라는 의견도 상당한데 글쎄. 김은숙 작가가 시청자들의 그런 심리를 한 번 더 꼬았을 거란 생각이 크다. 동은은 처음부터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복수를 다짐했으니, 제외. 게다가 모종의 세력과 연결된 연진을 제외한 다른 인물이 명오가 피를 흘리고 쓰러진 현장을 말끔하게 뒷처리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아니면, 이런 예상이 무색하게 명오가 아직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도리어 그게 더 뻔하게 느껴지려나.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할까?

파트1을 보고 나면 공통적으로 김경란이란 인물이 파트2에서 뾰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예측하게 된다. 괴롭힘을 당하던 학창 시절에 이어 성인이 된 뒤에도 가해자 무리의 굴레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 경란은 비중이 많지 않지만 침묵 속의 수수께끼 같은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재준이 운영하는 편집숍에서 일하며 가해자들의 근황과 정보를 누구보다 가까이 취할 수 있는 게 의도적인 장치처럼 보인다.

동은이 공들여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연진의 딸이 다니는 학교 정보나 가해자들의 스케줄과 동선을 무슨 수로 알게 됐을까? 경란이 동은의 오랜 조력자라고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다. 또는 출발 위치만 다를 뿐 경란 역시 동은과 동일하게 나름의 복수를 곱씹어 왔을지도. 만약 그렇다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동은과 힘을 합치는 그림이 펼쳐질 거다. 절친한 사이였던 동은의 학폭 피해를 방관하며 우물쭈물 등을 돌린 경란도 복수의 대상이라는 추측도 들리는데, 사실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게 맞다면 모든 일을 홀로 감당해야 했을 동은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새드 엔딩? 해피 엔딩?

“생각해 보면 정말 끔찍하지 않니? 내 세상이 온통 너라는 게. 내 세상이 온통 너인 이유로 앞으로 네 딸이 살아갈 세상은 온통 나겠지. 그 끔찍한 원망은 내가 감당할게. 복수의 대가로.” 파트1에선 동은의 독백과 함께 연진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이 반복해 등장한다. 여기에 대해 동은이 나중에 감옥에서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 연진에게 그 편지를 보낼 거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그렇다면 동은의 “아름답고 처절한 복수”가 완성된다는 것일 텐데,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아름답기보단 처절하고 치열하게 그려질 거다. 연진은 과거보다 더한 악행으로 동은에게 반격하고, 재준은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어떤 짓도 불사하며, 이에 맞서 동은의 복수극에 ‘칼춤을 추는 망나니’ 역할을 자처한 여정은 동은을 위해 방패막이가 될 테니까. 따라서 동은이 맞이하게 될 글로리한 엔딩은 상처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을 거고, 이를 잘 보듬고 매듭 지어야 <더 글로리>는 완벽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설마, 뜬금없이 연진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는 식의 결말은 아니겠지… 그간의 모든 사건이 연진이 꾼 악몽이었고, 이를 계기로 개과천선해 동은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엔딩 말이다. 또는 동은이 연진에게 편지를 쓰면서 상상한 이야기였다거나. 억측이라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소란스러웠던 결말도 그렇고, 오래 전 김은숙 작가가 쓴 <파리의 연인>의 엔딩을 떠올리면 괜히 그런 생각까지 뻗친다.

요즘 글로리한 정성일

2023 챙겨봐야 할 OTT 기대작 12편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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