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패션위크,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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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대적으로 펼쳐진 메타버스 패션위크, 어땠을까? 

DKNY, 타미 힐피거, 파코 라반, 돌체&가바나, 에트로, 호간. 이들은 메타버스 패션위크라는 신비하고 본 적 없는 산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브랜드다. 코인 마나(Mana)를 사용하는 이더리움 기반의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서 펼쳐진 메타버스 패션위크. 어땠을까? 먼저 메타버스 패션위크는 일반 패션위크처럼 타임 테이블이 존재했다. 물론 GMT 기준으로 하니,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3, 4시. 밤잠이 많은 사람이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스케줄이다. 제공받은 아바타는 가상세계의 나다. 그 아바타를 운전해서 디센트럴랜드 패션 디스트릭트에 들어서면, 브랜드의 이름을 내건 건물이 나타난다. 그 모습은 마치 여러 상점이 입점해 있는 현실의 아웃렛 빌리지 같은 모습이다. 쇼타임에 맞춰 브랜드의 건물로 들어가 패션쇼를 참관하는 과정까지는 흡사 오프라인 쇼 같다. 런웨이로 쓰일 원형 경기장 밖에는 쇼에 참석한 사람이 서 있고, 중앙은 런웨이가 되는 것. 재미있는 건 그곳에 참석한 다른 사람(아바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 또 쇼에 가기 위해 드레스업하려면 코인으로 옷을 사서 아바타를 꾸미면 되는데 화려하게 꾸민 사람 앞에 공짜 옷을 입은 기본 아바타는 가상현실이지만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을 듯하다. 쇼는 실제 오프라인에서처럼 10~15분 정도 소요된다. 실제 쇼와 다른 건 메타버스 런웨이를 위해 특별 제작한 옷들이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선보인 옷과 액세서리를 바로 구입할 수 있으며, 실제의 나를 위한 옷이 아닌 컬렉션에 나온 아이템으로 아바타를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 패션위크를 위해 특별 제작된 옷을 감상하고 나면 현실에서처럼 애프터파티도 열린다. 파티장에서는 신발이나 복장 상태와 관계없이 일련의 동작을 사용하여 아바타를 프로그래밍해 춤을 출 수 있다. 쇼는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 순식간에.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하는 일은 물리적 시간과 돈이 현실에서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든다.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만큼 이게 가치 있는 일일지 의문은 들지만, 새로운 세상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는 된 것 같다. 우리는 멈춰 있을 수만은 없고, 앞으로 나가야 하기에. 가상현실에서는 프런트로를 차지하려는 자리싸움도 없고, 유명 셀러브리티가 늦어 쇼가 딜레이되는 법도 없으며, 누구나 볼 수 있는 민주적 채널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문제도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메타버스 세계에서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괴물 같은 사양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현실적 허들이 무척 많고, 그 장벽을 넘었다 한들 만족할 만한 이벤트로 느껴졌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패션 에디터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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