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팅,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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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가 상상한 가상의 NFT 거래소. 그곳으로 동시대 미술 · 디자인 작가 5명이 NFT 아트 작품의 프로토타입을 보내왔다. 바람이 빠진 형태의 풍선 조형물, 건축물로 재탄생한 웹사이트, 고양이 밈, 자취방에 굴러다니는 물건을 재료 삼은 디지털 조각, 3D 모듈형 오브제까지. 기기묘묘한 상상력으로 완성된 NFT 작품의 청사진이 펼쳐졌다.

작가_ 강재원
작품_ ‘DEFLATED SCULPTURE’ 

작가 노트 | 평소 인플레이터블(Inflatable) 조각들을 선보여왔다. 인플레이터블은 원단을 봉제해 만든 공기 주입식 매체로, 쉽게 말해 풍선 조형물이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조각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3D 소프트웨어로 대리석, 흙 등의 물성을 만들고 원단 위에 이를 프린트하여 조각의 표면을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금속처럼 보이는 물성의 착시를 이용한 인플레이터블 조각을 선보이고 있다. 인플레이터블 조각은 원하는 패턴에 따라 봉제한 원단에 송풍기를 통해 바람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전시장에서는 항상 빵빵하게 부풀린, 완결된 상태로 보이지만 평상시에는 바람을 뺀 원단 더미 상태로 보관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각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쩌면 전체 수명에서 바람이 빠진 상태로 어딘가에 보관되어 살아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작품 구상 초기 원하는 형태를 목표로 패턴을 구성해 작업하기 때문에 늘 바람이 차 있는 상태를 ‘디폴트’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NFT 아트 작품에서는 반대로 생각해 바람이 빠져 있는 상태를 디폴트로 바라보고자 했다. 3D 소프트웨어를 통해 3D 파일에 원단의 물성을 부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바람이 빠지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봤다. 풍량, 풍향, 풍압, 중력, 원단의 속성 등 다양한 설정값을 조절하여 ‘조형성을 지닌 바람 빠진 상태’를 디지털 조각으로 만들어 NFT로 판매해보고자 한다.

강재원
3D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디지털 조각을 전개하는 조각가. ‘디지털 조각 방식에 의해 조형되는 감각’에 주목하며 작가는 3D 프로그램상 구, 원기둥, 육면체와 같은 기본 입체 도형을 불러온 후 이에 왜곡(Skew), 뒤틀기(Twist), 중력(Gravity) 등의 기능을 적용하며 조각을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한 디지털 조각을 기반으로 풍선 조형물 형태의 ‘인플레이터블’ 조각 등을 제작하기도 한다. 작년 뮤지엄헤드 <인저리 타임>, 밀라노 디자인 위크 <Archetypes>, DDP <디지털 웰니스 스파> 등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더블유>가 주최하는 제16회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작품 ‘Exo2_crop’으로 참여했다.

작가_ 김수린
작품_ ‘SNACK TIME’ 

작가 노트 | 추상적 형태를 3D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이 내 작업을 통해 ‘형태’에 대한 재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구사하는 형태에 대한 언어는 정말 다양하지만, 어느 정도 일관된 문법이 존재한다. 작업의 아이디어와 가치관은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했던 것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언어학 개념인 랑그와 파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토대로 오브제들을 기호로 이용한다. ‘Snack Time’은 다음과 같은 상상을 발휘해 제작한 프로토타입이다. ‘내가 모듈형 오브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이들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자신만의 오브제 자화상을 만들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나는 인간이 가진 상상력과 추상이 가진 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오브제들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조합하여 자신만의 문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떠올렸다. 커스텀 디자인, 비스포크 등 자신의 소유물에 나만의 개성을 입히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인 트렌드다. 또한 소유 욕구를 증폭시킨다. ‘Snack Time’을 통해선 자화상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 과정이 철저히 가볍고 즐거운 행위였으면 좋겠다. 마치 간식거리를 먹듯, 놀며 조작하는 이 프로토타입의 제목은 그래서 ‘Snack Time’이다.

김수린
3D 그래픽 디자이너. 언어학, 기호학에서 영감을 얻어 추상적 형태를 3D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펼친다. 오메가 사피엔의 앨범 <Chromeheartsring> 아트워크, 라디오피어의 EP <Dataspace> 티저 영상 등 그간 작가가 선보여온 작업을 살피면 ‘비현실적’이라는 의미의 Trippy’란 단어가 불현듯 떠오른다. 세상에 없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그 속에 실제 조각을 하듯 기계적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오브제를 배치하는 작가는 패션 브랜드 컨버스, 크리틱, 다양한 패션 매거진과 협업한 바 있다. 

작가_ 고요손
작품_ ‘BIRTHPLACE 2022’ 

작가 노트 | 2020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Birthplace’는 자취방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물건을 재료 삼아 작은 조각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매년 새롭게 쌓이는 물건을 이용해 완성한 조각을 웹을 통해 공개해왔다. 2022년 버전의 ‘Birthplace 2022’는 NFT로 발행해 이를 판매하고 구매자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프로젝트의 주 배경은 ‘미셸(Michel)’의 방. 실제 나의 방이 아닌, 미셸이라는 가상인물의 방으로 설정된다. 방의 구조는 실제 내 방과 동일하지만 3D 모델링을 통해 벽지, 천장 등의 요소를 비현실적으로 뒤틀어 하나의 이상 세계 모습을 완성했다. 이 방에 놓일 조각 또한 실제 조각을 촬영한 후 모델링을 통해 실제와 닮았지만 일정 부분 디지털로 바뀐 모습을 띠며 무너진, 혹은 새로 생성된 모습의 이미지로 출력된다. 이러한 요상한 생명체와 같은 조각들은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방 곳곳에 새롭게 배치된다. NFT 조각 작품을 구입한 구매자는 가상의 방이 존재하는 사이트에 들어와 원하는 위치에 조각을 놓을 수 있다. 구매자들이 방에 최대 수량(예를 들어 10개)의 조각을 놓으면 새로운 테마의 다음 방이 열리며 완성된 방의 이미지는 구매자 전원에게 공유된다.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끝이 아닌, 구매자끼리 커뮤니티를 조성해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실제 조각과 사진 원본 이미지, 모델링된 그래픽 이미지 총 3가지로 존재하며, 이것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NFT를 이용해 진행될 ‘Birthplace 2022’ 프로젝트는 실재와 허구,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현시대의 모습을 담는다.

고요손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 스티로폼, 패브릭 등을 소재로 직접 손으로 깎은 불규칙적이고 비정형적인 조각을 전개하고 있다. 조각을 통해 하나의 ‘극’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자주 눈에 띄는데, 이는 테이블을 조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의 전시 <食劇 식극>, 미셸 공드리의 영화 속 무대미술 장치에서 영감을 얻어 진행한 개인전 <고요손: Michel>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뮤지션 샤이 아시안, 무대 디자이너 임승택과 함께 결성한 ‘밴드 바우어’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작가_ 송예환
작품_ ‘WEB VILLAGE’ 

작가 노트 | 나는 웹이라는 가상공간이 물리적 공간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으며, 그 사이에서 사용자 및 도구는 어떠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또한 가상공간의 ‘대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웹 브라우저가 어떤 디자인과 형태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서 NFT 아트로 구상한 ‘Web Village’는 ‘웹사이트를 건축물로 재건축한다’는 상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웹사이트를 상징하는 저마다의 건축물이 모여 있는 ‘Web Village’는 다음과 같은 상상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웹사이트가 평면 스크린에서 벗어나 가상 건축물로 재건축된다면 그 건축물은 인터넷 공간 내 어디에 위치할 수 있을까? 이 건축물은 공공 공간인가, 사유지인가? 이 공간은 오래 지속되기 위한 공간인가, 아니면 팝업 스토어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공간일까?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공간일까? 의도적으로 철거해야 할 공간일까? ‘Web Village’에는 그간 디자인했던 다양한 웹사이트, 아니 건축물이 존재한다. CCA 허벨스트리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서 선보인 웹사이트 ‘Very Responsive’도 만날 수 있다. 스크린의 가로세로 폭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줄어들도록 디자인한 웹사이트는 마치 병풍과도 같이 여러 겹 접힌 형태의 건축물로 재탄생했다. 이 밖에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2021’에서 선보인 웹사이트 ‘미래학교 가상 투어’, 2021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공개한 웹사이트 ‘The Views’ 등에서 착안한 건축물도 자리한다.

송예환
타이포그래피와 코딩을 접목한 디자인을 통해 기존에 없던 낯선 웹·모바일 환경을 구축하는 웹 디자이너. 천편일률적인 웹·모바일 사이트 디자인에서 벗어나 인터랙티브 요소를 디자인에 과감히 활용하는 작가는 그간 스크린의 특정 위치에 손가락을 올려야만 숨겨진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모바일 사이트 Anti User Friendly’, 박수 소리에 따라 스크린상 타이포그래피가 움직이며 반응하는 포스터 aAa Sound Interactive Poster’ 등을 제작했다. 지난해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작가_ 안태원
작품_ ‘MY PUNCH IS SO SPICY’, ‘I EAT EVERY MOMENT’, ‘MY EVERY DAY’ 

작가 노트 | 온라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고양이 밈을 수집하고 즐기며 지난 1년 가까이 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 ‘히로’를 인터넷 세상의 ‘밈 스타’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밈의 형식을 빌려 히로를 주제로 한 GIF 형태의 작품을 떠올렸다. 히로와의 일상에서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밈으로 희화화하는 데 있어 관건은 적절한 텍스트를 생각해 이미지에 삽입하는 것이었다. 마치 유머 게시글과 그에 달린 베스트 댓글에서 오는 ‘케미’처럼 이미지와 텍스트가 한 몸이 되어 전달하려는 유머 코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향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엄청난 스피드로 ‘냥펀치’를 날리는 순간을 이미지화한 작품엔 ‘My Punch is So Spicy(내 주먹은 아주 맵지)’, 비대하게 몸집을 불린 ‘뚱냥이’ 이미지엔 ‘I Eat Every Moment(나는 끊임없이 먹지)’의 텍스트를 넣는 식으로. 원본은 오로지 단 하나지만 온라인 세상에 던져진 히로의 이미지가 어떠한 경로로 변이, 복제되어 퍼져 나갈지 기대된다.

안태원
화가이자 설치미술가 안태원은 어쩌면 가장 동시대적인 시각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 ‘밈’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회화, 설치 작업을 펼친다.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의 재구성, 생산, 공유의 과정에 주목하는 그는 비정형으로 커스텀한 캔버스 위에 에어브러시로 잉크를 분사해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는데, 이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회화적 경험을 안긴다.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에서 열린 <그림자꿰매기>, 올해 얼터사이드에서 열린 2인전 <Picren>에 참여했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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