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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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세대가 아네모이아(경험하지 않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겪고 있는 Y2K 시대의 패션은 온갖 상상력과 놀랍도록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은 일종의 패션 해방구였다. 전염병에 맞서는 올해, 밀레니얼과 젠지 세대는 다시금 너티스(Noughties) 트렌드에 주목한다. 끝나지 않는 팬데믹 상황이 유발한 존재론적 불안 속에 Y2K 트렌드의 뜨거운 소환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주머니의 미덕 

골반에 헐렁하게 걸치고 주렁주렁 주머니가 달린 바지, 바로 카고 팬츠다. 이 바지가 새로운 시즌에 너나없이 입을 핫한 트렌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캐리 브래드쇼가 맨해튼의 독신 건물을 떠남과 동시에 카고 팬츠는 패션계의 주요 관심사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자크뮈스, 샤넬, 이자벨 마랑 같은 브랜드가 카고 팬츠를 재창조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탱크톱, 플립플롭과 매치한 건설 인부들의 룩 대신 카고 팬츠의보이시한 매력을 강조한 것이 특징. 에스닉한 줄무늬 팬츠에 주머니를 두른 이자벨 마랑, 한껏 드레시함을입힌 톰 포드와 요정같은 스타일의 블루 마린 등 다채로운 스타일의 카고 팬츠가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다리의 과시

지난해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낸 미니스커트는 돌체 앤 가바나, 프라다, 미우미우의 런웨이를 통해의기양양하게 귀환했다. 심지어 위아래를 줄인 로라이즈 마이크로 스커트까지 등장했다. 미니스커트는 1960~70년대 엄격한 사회 분위기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반항적인 옷으로 인기를 끌었다. 2021년 미니스커트와 마이크로 스커트의 등장 역시 유행병으로 인한 사회적 제한에 대한 대응이다. 얼굴은 마스크로 가렸지만, 배와 허벅지는 드러낼 것! 클래식한 트위드 소재의 샤넬, 로라이즈 실루엣의 미우미우, 테일이 드라마틱한 프라다, 활기찬 색상의 블루마린 등이 선보인 미니스커트는 다리를 한껏 드러낸 채 세상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요구한다.

밀레니엄 버그

유행에 따라 말하자면, 지금 나비는 어디에나 있다. 구찌는 나비를 계속해서 탐험하고, 블루마린도 나비 모티프를 런웨이에 올렸으며, 틱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포바 로웨나의 나비 초커나 어린 시절의 클래식한 플라스틱 나비 헤어클립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00년 머라이어 캐리가 입었던 엠마누엘 웅가로의 나비 톱은 많은 이들이 재현하는 청사진이 되었다. 두아 리파가 VMA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입은 2000년 그래미상 베르사체의 나비 드레스에 경의를 표한 것은 또 어떻고. Y2K 시대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한 존재론적 위협을 가했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두 시기에 나비 모티프가 동시에 두드러진 것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낮게 더 낮게

허리는 낮고 가랑이가 좁은 로라이즈 팬츠의 부활은 전염병 시대의 봉쇄와 감금에서 벗어나 세상과 적극적으로 만나려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사람들은 옷을 입고, 밖에 나가 살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2000년대 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브리트니 머피 같은 가수들은 엉덩이와 배꼽이 드러나는 로라이즈 팬츠를 입고 세상을 사로잡았다. Y2K 패션의 화신이 된 블루마린, 에스닉한 히피 스타일을 강조한 미소니, 다운타운식 쿨한 룩을 강조한 마리암 나시르 자데와 모던한 로우 라이즈 룩을 선보인 미우미우의 도발을 참고하자. 로라이즈는 미드리프 톱, 배꼽 피어싱, 등 아래 타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신감이 필수다.

물결은 굽이굽이

2000년대 황금빛 피부의 제니퍼 로페즈가 입었을 법한 그리스풍 드레이핑 드레스의 대거 등장. 시어한 소재와 화려한 프린트 드레스가 물결처럼 휘날리는 장면을 보면 2000년대 디바들의 명곡이 머릿속에서 저절로 재생된다. 지지와 벨라 하디드 자매는 락다운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위해 디미트라 페스타의 젖은 드레이핑 드레스를 입었고, 로베르토 카발리, 에트로, 노울즈는 그리스 여신이 입을 법한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스풍 드레이핑의 드레시함이 부담스럽다면 로라이즈 팬츠와의 조합을 고려해보라. 이는 미드리프 트렌드의 노골적인 섹시함에 반하는, 여성의 은근한 우아함을 강조하는 미묘한 방법이 될 것이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아트워크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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