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있는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후원해온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가 제16회 SFDF 수상자로 ‘Kanghyuk(강혁)’의 최강혁, 손상락 디자이너를 선정했다. 영국 런던 RCA(Royal College of Art 영국왕립예술학교) 남성복 석사 졸업 동기인 이 둘은 2017년 함께 브랜드를 론칭해 꾸준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에어백의 특징을 활용해 제작한 그들의 의상은 데뷔 초부터 세계 유수의 편집숍으로 뻗어 나갔고, 에이셉 라키가 ‘Tony Tone’ 뮤직비디오에서 강혁의 옷을 입고 등장하면서 힙합과 스트리트 컬처 신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LVMH Prize의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며, 세계 패션계가 주시하는 실력파로 인정받았지만 들뜨거나 젠체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들의 길을 구축하는 중이다. SFDF의 든든한 후원 아래 더 눈부신 비상을 펼치며 세계 패션을 이끌어갈 이 둘을 <W Korea>가 만났다.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을 들려달라.
손상락 우리를 선정해준 심사위원 및 삼성물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기분이 매우 좋다.
후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최강혁 회사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손상락 내년 컬렉션 제품 개발 및 생산 설비 확충에 쓸 거다.
가장 기분 좋은 평가는 무엇이었나?
손상락 사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이 특히 좋았다.
최강혁 ‘Authentic’하다.
오늘 비이커 매장 내의 전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이 설치 작업물에 대해 설명해달라.
최강혁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작업물을 진공 포장하여 시즌별로 모아 전시한 거다.
손상락 우리의 작업 중 가장 정돈된 설치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이커의 분위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선함이 포인트다.
두 사람이 한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은?
손상락 나는 CEO와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다.
최강혁 나는 주로 컬렉션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디자인에 집중한다. 하지만 콘셉트를 정확히 정하고 작업한다기 보단, 각자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나누는 대화에서 방향을 찾는 편이다.
강혁이 사용하는 ‘에어백’이라는 소재 사용은 뚜렷한 차별성을 주기도 하지만, 이미지 소비가 빠르기도 하다. 돌파구가 있다면?
최강혁 지금까지는 굉장히 콤팩트하게 컬렉션을 진행해왔다. 이제는 전체적인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에어백만이 아닌 다양한 머티리얼 사용과 프린트도 보여주려고 한다.
손상락 아직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는 소비되어야 새로운 이미지가 생산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소비된 이미지는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브랜드의 기초 작업에 가깝다.
나와 2년 전 했던 인터뷰에서 재활용 원단 선택의 이유가 꼭 윤리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요즘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최강혁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브랜드의 주제가 되어버리면 금방 싫증이 날 듯하다.
손상락 그러한 큰 흐름 안에서 브랜드는 지루하지 않은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상품성이 없는 결과물을 지양하고, 재사용하는 ‘방식’에서 차별성을 둘 예정이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디자인하는 데 있어 확고한 원칙 같은 게 있나?
최강혁 디테일들의 반복으로 나오는 무게감과 머티리얼, 색의 통일성은 지키려고 한다.
손상락 타협하지 않는 것은 시간 약속과 완성도. 무엇 하나 대충 하지 않고, 발견한 문제점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리복과는 두 번의 협업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인물이 있나?
최강혁 리바이스.
손상락 전자제품과 자동차 산업. 특별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다.
에이셉 라키가 강혁의 옷을 착용했고, 힙합 음악의 가사에 ‘강혁’이 등장할 정도로 힙합과 연이 깊다. 힙합 아티스트 외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조합을 보고 싶은데, 어떤 사람이 강혁을 입으면 재미있을까?
손상락 손흥민.
최강혁 마를린 맨슨.
생각보다 길어진 팬데믹 상황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이 재앙으로 인해 달라진 게 있나?
최강혁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업량이 늘어난 것 같다.
손상락 다 같이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달라진 점은 강혁과 같은 이유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처음으로 디지털 패션위크를 겪고 있다. 당신들이 본 긍정적인 측면이 궁금하다.
손상락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 타는 걸 싫어하거든.
최강혁 장소의 선택과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다양해졌다. 경계가 더 넓어진 느낌이다.
예술은 당대의 문화적 트렌드를 대변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나?
손상락 최승현의 DOOM DADA.
최강혁 강혁의 작업들.
계획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은?
최강혁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손상락 그리고 곧 공식 온라인몰에서 강혁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SFDF 수상자 선배들처럼 언젠가 해외에서 런웨이 쇼를 볼 수 있을까?
손상락 시간과 여력이 된다면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 시작할 예정이다.
- 패션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