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쿠튀르식 판타지가 귀환한 것인가? 디자이너들이 스트리트 웨어 대신 뛰어난 만듦새에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했다.
트렌드는 마치 청개구리와도 같아서, 무엇인가가 대세가 되면 반드시 대립하는 영역이 새롭게 조형되며 부상하기 마련이다. 만약 당신이 패션 너드라면 최근 스트리트 웨어가 초반의 팝 컬처에 반대하는, 즉 라프 시몬스의 90년대풍 ‘안티 패션’의 경향을 띠는 것을 목격해왔을 것이다. 이 추세의 영향으로 반대 지점에 있는 쿠튀르 사조의 영향력이 차츰 커지고 있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런웨이에 남발되던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그래픽 문구와 단순한 실루엣을 자제하고, 장인 정신에 집중한 듯 보인다. 20세기와 21세기의 쿠튀르 마스터 존 갈리아노는 깃털과 비즈, 자카드 패브릭으로 점철한 메종 마르지엘라를 통해 그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현재 가장 뛰어난 남성복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디올 맨의 킴 존스는 소년의 이미지를 갖춘 스마트한 비스포크 서비스로 현대 남성복의 세련된 판타지를 책임지고 있다. 테일러링의 귀재 톰 브라운은 상상의 세계에 사는 거대한 비율의 괴짜들을 창조했고, 알렉산더 매퀸을 통해 항상 우아함을 얘기해온 쿠튀리에 사라 버튼은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사진가 존 데이킨에게서 영감을 받은, 완벽에 완벽을 기한 전통적인 남성복을 선보였다. 컷과 실루엣, 불멸의 옷에 관한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헌사.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패션에 거는 기대란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는지.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아트워크
- 허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