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나이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거울 속 얼굴이 왠지 모르게 못생겨 보인다. 푹 꺼진 눈가와 얼룩덜룩한 피부 톤 등 지금 직면한 피부 고민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클리닉과 화장품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다.
내 이름은 다크 팬더
다크서클은 그 원인에 따라 시술 방법이 달라진다. 얼굴 곳곳에는 피부 조직을 탱탱하게 지탱해 주는 유지인대가 있는데, 눈 밑의 주요 유지인대인 눈물 고랑 인대(Tear Trough Ligament)가 느슨해지면 눈 앞머리를 기점으로 아래로 곡선을 그리며 눈가가 깊게 파인다. 지방 재배치 전의 박명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술이 아닌 시술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필러를 이용해 푹 꺼진 부분을 채우는 게 최선이다. 시술로도 치료가 어려운 케이스는 눈 밑 피부가 너무 얇아 혈관이 훤히 비치는 눈가다. 이런 경우 혈관 레이저와 눈 주위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초음파 시술을 병행해야 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과다한 혈관으로 인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색소를 줄이고, 초음파로 안구 밑에 있는 3개의 지방 주머니를 지지하는 콜라겐 막을 튼튼하게 하면서 지방을 줄이는 원리다. 이 시술은 1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고, 마취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술을 받았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 하루에 3분 정도 아이 마사지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눈가 혈액순환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엄지를 눈썹뼈와 코뼈 사이에 밀착시킨 뒤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호흡을 내뱉어라. 그 상태로 엄지를 이용해 눈 앞머리에서 관자놀이 방향으로 꾹꾹 눌러주고 눈 아래도 반복한다. 검지와 중지로 관자놀이에 3번 원을 그리며 지그시 누르고,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귀 뒤 움푹 들어간 부분을 지나 목 뒤쪽을 거쳐 쇄골까지 쭈욱 쓸어내리면 눈가에 쌓인 노폐물까지 배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숨은 다크 스폿 찾기
우선 다크 스폿의 종류와 그것이 피부의 어느 층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잡티는 피부 표피에 위치하지만, 표피의 기저층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너지면 기미가 진피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멜라파지(Melaphage)라고 한다. 검버섯과 흔히 헷갈리는 일광흑색점(Solar Lentigo)은 햇볕이나 자외선에 오랜 기간 노출된 부위에 흑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검버섯이 피부 표피보다 높게 올라온 구진 형태라면, 일광흑색점은 피부 높이와 같은 선상에 위치한다. 동양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오타모반(혹은 오타양모반, ADM) 또한 진피층에 위치한 색소로, 진피층에 있어야 할 멜라닌 세포가 광대뼈 부위의 진피 세포에 자리 잡았을 때 발생한다. 자외선이나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기미는 좌우대칭으로 생기지만, 오타모반은 한쪽 광대 주변에만 생기는 게 대부분이다. 약 10% 비율로 얼굴 양쪽에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오타양모반), 이 경우 기미와 구별이 더욱 어려워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하다. 단순히 표피에 생긴 색소 침착은 IPL이나 레이저 토닝 등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멜라파지나 오타모반과 같은 진피층의 색소 병변은 듀얼이나 트리플 레이저처럼 다양한 레이저를 복합적으로 이용하고, 먹는 약과 바르는 연고를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의사는 색소의 종류에 따라 레이저의 파장을 선택하는데, 육안으로 볼 때 어떤 색소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레이저는 조사와 직경, 파장, 레이저 지속 기간, 쿨링, 출력, 환자 피부색까지 고려해 매개변수(Parameter)를 잡아야 하기에, 충분한 경험에 따른 신속한 판단 능력이 관건이지요.” 윤지수클리닉 윤지영 원장은 말한다. 여기에 멜라닌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길을 차단하는 먹는 약과 기저층에서 멜라닌 세포가 색소를 만드는 경로를 막아주는 바르는 약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미백 시술을 받았다면 일주일 정도는 각질 제거를 피하고, 재생과 보습, 화이트닝에 초점을 맞출 것. 피부 속에서 멜라닌 색소의 생성 혹은 전달을 억제하는 트리넥사민이나 비타민 C, 나이아신아마이드, 알부틴 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추천한다.
모공 겉과 안을 다스리는 법
노화가 시작되면 모공 주변을 단단하게 받쳐 주던 피부 조직이 힘을 잃으면서 모양이 느슨해지고 움푹 파인다. 일반적으로 모공이 넓으면 프락셀 레이저부터 쏘곤 하는데, 이는 피지샘을 자극해 악순환을 일으키니 주의한다. 모공 케어는 안팎으로 다른 시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우선 강한 자극의 제트 분사 노즐을 이용해 모공 속에 켜켜이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고 탄산수와 AHA 성분을 섞은 용액을 침투, 일시적인 염증 반응을 유도해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아피니트’나 ‘수소 토닝’을 이용해 모공 안을 깨끗하게 한다. 그렇게 2주 정도가 지났다면, 진피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리파인’ 시술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꾀할 것.
둔탁한 턱선 타파
턱은 림프의 순환이 잘 안 돼 노폐물과 지방이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거기에 나이가 들면 피부 진피층의 탄력 섬유와 피하 지방이 감소하면서 피부 탄력이 저하되고, 턱 밑으로 지방이 뭉치면서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처진 턱 라인은 지방형과 근육형으로 나뉘어요. 종류에 따라 시술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시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닥터 손유나클리닉 손유나 원장은 말한다. 지방형이라면 주사 요법과 롱펄스 레이저를 함께 시술하면 효과적이다. 닥터 손유나 클리닉에서 시행하는 ‘브이캣’은 나노 사이즈의 바늘로 피하 지방층에 특수 약물을 주사해 과도하게 형성된 섬유 조직을 제거하고 림프샘을 통해 지방을 배출하는 요법으로 마취할 필요가 없고 시술 시간도 5분 내외여서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파장이 긴 롱펄스 레이저를 조사하면 지방을 보다 확실하게 녹일 수 있고, 지방 손실로 인해 처질 수 있는 피부 탄력까지 케어할 수 있어 추천하는 방법이다. 근육형이라면 진피층과 근막층에 고강도 초음파(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를 쏴 피부 근막층을 수축시키고 콜라겐 재생을 촉진하는 ‘슈링크 리프팅’이 도움이 된다. 이 시술 후 2~4주가 지나면 피부가 점차 당겨 올라가고, 3~6개월이 지나면 피부 탄력에 관여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이 촉진되면서 주름 개선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초음파를 이용하는 또 다른 레이저 시술인 울세라에 비해 통증이 현저히 적으며, 시술 시간은 20분 내외다. 고강도의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면 손상된 피부 각질층을 다독여주고 재생에 도움을 주는 보습제를 최소 2주간은 도톰히 펴 바르고 잘 것. 판테놀과 아연 등 염증을 가라앉히는 성분이 함유되었다면 안성맞춤이다.
팔자가 너무해
작년까지만 해도 옅은 실선이었는데, 올해 거울을 보니 그 깊이가 가늠될 정도로 깊어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순응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얼굴 중앙에서 급격히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드는 터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윤지수클리닉 윤지영 원장은 “팔자 주름의 원인은 노화와 골격, 두 가지로 나뉘어요. 골격이 꺼지면서 주름이 파였다면 필러나 녹는 실을 이용해 꺼진 골격을 채우면 됩니다. 여기에 피부까지 처졌다면 초음파 레이저 시술인 ‘제니시프 리프팅’이나 ‘코어히팅 리프팅’으로 바탕을 먼저 펴준 뒤 필러 등을 통해 골격을 채워야 해요.”라고 설명한다. 6세대 실 리프팅이라 불리는 ‘실루엣 소프트’는 강력한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PLA(Polylactic Acid) 성분으로 제작된 실을 활용한 리프팅 시술이다. 원뿔 모양의 돌기가 피부를 강력하게 고정시켜 깊게 파인 주름을 즉각적으로 끌어 올리고, 시술 후 콜라겐이 재생되면서 푹 꺼진 팔자가 팽팽하게 차오른다. 다른 실 리프팅 시술에 비해 시술 유지 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로 긴 편이다.
- 뷰티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엄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