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베이지부터 코럴, 오렌지, 레드 그리고 강렬한 블랙까지. 여자의 얼굴을 다채롭게 물들일 컬러 팔레트 안에서 과연 당신의 선택은?
맥시멀 코트와 베레모, 밀리터리 그리고 프린트된 메시지까지, F/W 런웨이는 ‘힘’의 유혹에 빠진 듯 담대하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을까? 백스테이지에는 블랙으로 치장한 파워 우먼들이 넘쳐났으며, 블랙의 강렬함은 더욱 증폭되었다. ‘모델이 아닌 오로지 얼굴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모델에게 마치 가면무도회의 블랙 마스크를 씌운 듯한 메이크업을 주문했고, 블록체로 메시지를 수놓은 모자를 씌운 베르사체나 현대 역사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던 프라다 쇼는 볼드한 블랙 아이 메이크업으로 그들의 외침에 힘을 보탰다. 마르니 쇼에서는 눈두덩과 언더라인을 굵게 가로지르는 블랙 아이라인을 통해 펑크와 모던의 양면을 엿볼 수 있었다. 모든 룩이 하나같이 언더라인을 그려 블랙이 주는 위험한 매력을 극대화한 점도 인상적이다. 물론 좀 더 부드러운 버전도 있다. 끌로에의 뮤즈들은 깨끗한 얼굴에 눈가의 점막을 꼼꼼히 메운 뒤 눈꼬리를 살짝 올린 캐츠아이만을 더하고 엘리 사브와 브랜든 맥스웰은 블랙과 짙은 그레이 섀도를 번지듯이 연출해 오히려 우아함을 강조했다. 이번 시즌 블랙은 어둡고 위험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선택이다.
서정적인 여인의 향기
대담한 블랙의 향연 반대편에서는 마치 화폭에서 튀어나온 듯 귀족적이며 낭만적인 여인의 얼굴이 펼쳐졌다. 당신이 상상하는 바로 그 얼굴로 말이다. 인위적 광이 아닌 아기처럼 보송보송하면서 은은하게 빛나는 피붓결을 시작으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눈썹과 여린 장밋빛이 감도는 두 눈과 뺨이 그것이다. 토즈의 백스테이지를 책임진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는 “시크하면서 우아한, 마치 캐롤린 베셋과 같은 얼굴이지요”라고 정리했다. 랑방과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질 샌더, J.W.앤더슨의 쇼에서 보이는 얼굴들은 이렇듯 순수해서 더 세련되고 우아해 보였다. 이런 노블 우먼의 모습을 한층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알렉산더 매퀸과 존 갈리아노와 시몬 로샤 쇼를 보자. 두상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관자놀이 근처나 그 아래에서 굽이치는 헤어스타일은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에 베리 컬러를 입술에 살짝 얹으면 현대적인 면모가 더해진다.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를 참고하자. 이때 입술선이 정교하지 않아야 예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립 컬러를 바른 뒤 면봉이나 립 브러시로 입술 라인을 블렌딩하듯 마무리하면 된다.
-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모델),박종원(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