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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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혼술, 혼잠? 오롯이 자신만의 세계가 트렌드가 된 지금. 취향 좋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패션계 사람들, 그들이 사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계한희
패션 디자이너· 강남구 역삼동
언뜻 보기에 ‘쎈 언니’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비주얼과는 달리 차분하고 늘 조곤조곤 말하는 초식동물 같은 반전 매력의 소유자. KYE의 디자이너 계한희는 해외에서 유학 생활로 20대 초반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해왔다. 얼마 전까진 이태원에서 살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해 1년 전 지금의 역삼동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워낙 개성이 강한 디자이너이기에 아파트에서 사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않았다. 혹시 성격처럼 차분한 집이지 않을까, 라는 예상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기 좋게 깨졌다. 그라피티로 뒤덮인 소파, 검은색 벽, 곳곳의 해골 오브제는 KYE의 쇼룸을 연상케 했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사실 아파트를 선호하진 않는다. 변형이 어려우니까. 집이 원래 가진 구조를 변화시킬 수 없는 관계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내 스타일로 꾸며볼 수 밖에 없었다. KYE를 하며 생긴 오브제나, 그간 모아온 다양한 아이템으로 내 취향을 표현하려고 노력 했다.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KYE의 그래픽으로 제작한 소파와 러그다. 그 뒤에 직접 칠한 무광의 검은색 벽도 맘에 든다. 그나마 이런 부분이 아파트의 답답함을 조금은 완화해주는 것 같다.

자신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어디인가?
침실이다. 좋아하는 잡동사니가 제일 많은 곳이기도 하고. 고전적인 자개장, 전구 장식, 귀여운 토끼 인형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러 가지 물건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나의 취향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공간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프리랜서가 아니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못생겼지만 귀여운 휘남이라는 퍼그를 키우고 있어서 강아지랑 노는 것이 대부분이다. 취미인 퍼즐 맞추기도 종종 한다. 침실에서는 잠만 자는 것 같다. 불도 잘 안 켜는 편이다. 특히 침실은 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꾸고 싶은 공간도 있나?
사실 완벽히 마음에 들려면 집을 처음부터 지어야 하기에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아직 공간 활용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지금 옷이 너무 많아서 방 두 개가 옷방이다. 다시 이사를 간다면 하나로 몰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사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굳이 하나 꼽으라면 테이블. 아직 공간에 어울리는 걸 못 찾았다. 예쁜 테이블 있으면 알려달라.


김성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용산구 용산동(해방촌)
중학생 때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아온 김성현이 해방촌에 새 보금자리를 얻은 때는 작년 3월이다. 20대 초반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는 지금 방탄소년단의 비주얼 디렉터가 되어 있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워낙 자신의 주관과 취향이 뚜렷하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록스타의 삶을 추구하는 중이다. 집 역시 그런 김성현을 닮았다. 거실은 기타와 앰프로 가득했고, 여기저기 라이터가 돌아다녔다. 실내는 흡연이 가능했으며, 밝은 대낮에도 빛은 모두 차단시켰다. 캘리포니아와 야자수 사진, 스케이트보드 데크도 곳곳에 자리해 있었다. 생로랑 매장인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신발과옷 대부분이 생로랑이었다. 어둠의 기운이 맴돌지만 매력적인 공간, 한번 들어오면 게으른 록스타가 될 것만 같은 그런 집이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그냥 술 먹기 좋은 공간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친구들이 자주 오다 보니 거실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취미로 기타나 베이스 같은 현악기를 많이 다루는 편이라 연습용 기타 앰프나 헤드폰에는 신경을 좀 썼다. 딱히 무엇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인테리어 소품은 취향에 맞는 것을 하나둘 사다 보니 어느새 꽤 모였다.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거실에 커다란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어서 술 마실 때 좋다. 친구들이 대부분 음악을 하는데 모이면 각자 작곡한 노래를 모니터링하면서 술을 마시곤한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음악 들으면서 술을 마시는 편이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자신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어디인가?
거실과 침실. 침실은 아무것도 없지만 휴양지를 좋아해서 휴양지 느낌으로 꾸며봤다. 비트라라는 특이하게 생긴 발을 선물 받아서 설치했는데 이렇게 보여도 꽤 비싼 거다. 블레스의 이불 커버도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다.

이 공간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침실에서는 잠만 잔다. 침실에는 누구도 못 들어온다. 그냥 내가 정한 법칙이다. 거실에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위닝’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혼자 있을 때는 거의 일만 한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마샬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워번, 스톡웰, 액톤 크기별로 다 샀다. 기타 사운드가 잘 표현되는 스피커다. 같이 사용하는 마스터앤다이나믹의 헤드폰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파트다 보니 기타 연습할 때 소음 걱정이 있는데, 이 헤드폰이 있으면 연습하기 좋다.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듀얼의 빈티지 턴테이블을 사고 싶다. 소장하고 있는 LP를 틀어놓고 술을 마시고 싶다.


김원선
엘리펀트 디자인 아트 디렉터 · 용산구 한남동
한남동의 조용한 골목 주택가에 있는 2층집은 원래 엘리펀트 디자인 컴퍼니의 사무실이었다. 9년 정도 사무실로 사용하다가 완전히 집으로 쓰기 시작한 지는 1년쯤 됐다. 이태원에 매장을 내면서 사무실과 매장을 합치기로 했고, 오랜 시간 그곳에서 지낸 애착 때문에 집으로 계속 사용하게 됐다. 2층집엔 여섯 식구가 산다. 시바견 이구와 고양이 똠양꿍, 럼이, 돔페, 아뵤까지 5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해 쓰던 공간이다 보니 어딘가 스튜디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2층엔 침실과 부엌이 있고, 1층은 TV를 보는 거실과 휴식을 취하는 응접실, 작업실, 테라스, 그리고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작은 바로 나뉘어 있다. 외부와 단절된 듯 정적인 공간에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고, 고양이들은 빛이 들어오는 바닥 여기저기에 누워 한껏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최대한 단순하게 아늑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가구나 소품을 동선에 맞게 배치하고, 공간의 용도에 맞게 스타일링하여 불필요한 요소나 소품은 최대한 배제했다. 그래서 집의 크기에 비해 가구가 굉장히 적은 편이다.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1층 거실의 좌식 커피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공간. TV를 보거나 게임할 때가 아니면 거실보다는 이곳에 있는 편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생각을 잠시 멈추고 쉬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자신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어디인가?
아무래도 개인 작업실이 아닐까.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용도로 머무는 공간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보니 취향과 관심사가 많이 녹아 있을 수밖에.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고독을 달래주는 기타 정도? 연주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 여러 개의 기타 중 주로 치는 것은 깁슨이다. 특별한 모델은 아니지만 디자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내겐 너무 매력적인 브랜드다. 옆에 그림이 그려진 기타는 국내에 수제 제작을 하는 분이 만들어주신 제품이다. 예쁘지만 소리가 좋은 기타는 아닌 듯하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꾸고 싶은 공간도 있나?
거실 뒤쪽에 창고로 이어지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작은 바를 만들고 싶었으나 시간 여유가 없어 방치 중이다. 우리 집의 유일한 옥에 티가 아닐지.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근사한 다이닝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 마음껏 늘어놓고 작업하고 그림 그릴 수 있는 테이블로 말이다. 그리고 집과는 관계없지만 VR 디바이스가 갖고 싶다.


한승재
타투이스트&모델 · 용산구 이태원동
한승재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부푼 꿈을 안고 정든 삼천포를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객지 생활은 올해로 5년차. 하지만 웬만한 서울 사람보다 더 많은 곳을거 쳐갔다. 논현동에서 시작해 신사동, 반포동, 연신내, 이대와 홍대까지 서울 구석구석 안 살아본 곳이 없는 이사의 아이콘으로 이태원에 온 지는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꽤 오랜 기간 반지하 생활을 한 그는 드디어따스한 햇빛이 드는 지상에 정착하게 됐다. 한승재의 공간은 집이자 작업실이다. 타투 작업을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렇기에 온전히 자기만의 공간은 아닌 셈이다. 주택가가 아니라 주위에 사는 사람은 없지만, 집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슈퍼가 바로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술집이 있다. 매일매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동네 주민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슈퍼 사장님의 팔에 조그마한 꽃을 시술해드리기도 했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개인적인 취향은 살리되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도록 나름 신경 썼다. 모든 이의 요구에 맞추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세상에서 제일 둔한 편이지 싶은 내 기준에 거슬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만 꾸몄다. 아직까지 지적받은 적은 없으니 크게 잘못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과 그 빛을 언제든 가릴 수 있는 블라인드. 1층 혹은 반지하에 살던 날이 길어서, 볕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라고 느낀다.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이 나뿐이라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개인적으로 시끄러운 성향은 아니지만, 친구들이 시끄러운 편이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 컴퓨터와 냉장고를 붙여놓은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한번 자리 잡으면 잘 안 움직이는 편이다.

이 공간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도안을 만들고, 손님이 오면 타투 작업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엔 거의 영화를 본다.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하루에 두 편 정도는 보는 것 같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히데(엑스 재팬의 멤버) 시그너처 기타와 록 밴드의 앨범들, 일본에서 사온 커트 코베인(너바나의 멤버) 사진집 등이 있다. 중학생 때부터 혼자 기타 치면서 록 음악 듣고, 친구들과 밴드도 결성해보고 했던 것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렸을 때 돈이 없어 구입하지 못한 기타리스트들의 시그너처 모델이나 앨범, 굿즈 등을 모을 때마다 좋은 추억이 완성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모델 활동을 하며 기념품이나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모으다 보니 볼 때마다 재미있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꾸고 싶은 공간도 있나?
화장실이 조금 더 넓으면 좋았을 것 같다. 화장실이 작다 보니 씻는 건 근처 사우나를 이용하고 있다. 화장실 보수 공사보다는 사우나 정기 이용권이 저렴하기도 하고, 좀체로 밖으로 나갈 일 없는 나로서는 외출의 시간이 썩 나쁘지 않아 그런대로 살고 있다.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적당히 큰 나무를 한 그루 사고 싶다. 여러 카페를 갈 때마다 인테리어를 유심히 보는 편인데, 최근에는 살아 있는 식물이 주는 생동감에 관심이 가더라.


정준화
칼럼니스트 · 종로구 원서동
정준화는 작년까지 더블유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정확히 100권의 더블유를 만들고 떠난 그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마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름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집일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깔끔한 성격에 좋은 취향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히 담백하고 세련된 취향이 배어나는 곳이었다. 책 하나만으로 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책이 많았고, 하이패션 매거진에서 보낸 8년의 시간이 말해주듯 수많은 작가의 사진집이 가득했다. 지금의 집에 안착하게 된 건 3년 전의 일이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솔직히 털어놓자면 잘 꾸미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지저분한 정도만 면하면서 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수선한 것은 방 안에 최대한 감춰둔 채 주로 거실에서 지내는 편이다(혼자 살면서도 많은 방이 필요한 이유다). 남들 앞에 드러나는 공간만큼은 가능한 한 어지르지 않고 버티자는 게 목표다.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비교적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집이다. 처음 들렀을 무렵은 따뜻한 계절이었는데, 빛이 잘 드는 널찍한 창과 예스러운 창틀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사한 뒤 첫 겨울을 지내면서 이 예쁜 창 때문에 심각한 열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자신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어디인가?
뻔하지만 책장. 책 사는 데는 돈을 별로 아끼지 않는 편이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값나가는 종류는 아무래도 사진집이다. 세 권 분량으로 펴낸 브루스 데이비드슨의 포트폴리오는 거의 어린아이만 한 무게라 유사시에는 흉기로도 사용할 수가 있다. 그 외에 필립 로르카 디코르시아, 타린 사이먼, 알렉 소스, 듀안 마이클스 등등의 작품집을 갖춰놓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틈틈이 자랑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집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거실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활동이라면 이런 거다. 책을 보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멍을 때리는 와중에 잠이 드는 것.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사진이나 포스터를 종종 구입한다. 보도 사진가 에이전시인 매그넘 포토스의 소속 작가들 서명이 담긴 프린트 판매 이벤트에서 마틴 파와 브루스 데이비드슨, 그리고 브루노 바베이의 작업을 주문했다. 액자에 넣어서 집 안 곳곳에 두고 볼 때마다 흐뭇해한다. <미녀갱 카르멘>의 스페인 개봉판 포스터, 래리 클라크의 베를린 사진전 포스터, <더티 해리>의 멕시코판 로비 카드 등도 해외의 오래된 가게에서 묵은 먼지를 마셔가며 구한 것들이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꾸고 싶은 공간도 있나?
욕실이 좁은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1980년대풍으로 탁한 핑크색이라는 사실은 많이 곤란하다. 세면대와 좌변기, 심지어는 벽과 바닥 타일까지 죄다 흉한 분홍이다. 우울증에 걸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느낌.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집에 커다란 식물을 몇 개 두고 싶기는 하다. 문제는 내가 악명 높은 ‘연쇄살초마’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다육식물이라고 해도 우리 집에만 오면 점점 못생겨지다가 끝내는 사망하고 만다. 내 딴에는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도 매번 이 모양이라 구입 여부를 두고 한창 고민 중이다.


남무현
그래픽 디자이너 · 용산구 용산동(해방촌)
팔린드롬(PLDR) 스튜디오의 그래픽 디자이너 남무현은 집에서 독립한 지 3년하고도 절반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다. 지금의 집에 오게 된 건 2년 전 디자이너 옥근남과 팔린드롬 스튜디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둘은 해방촌 끝자락 조용한 건물의 3층에 스튜디오를 얻었다. 그런데 이 공간의 구조가 특이하다. 양쪽에문 이 두 개인 이곳은 들어가면 다른 공간이지만 반대쪽 베란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한 공간을 남무현이 집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집의 구조가 아니었기에 더욱 남무현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은 출근이 편해졌다는 것. 문 닫고, 문 열고.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도 말고 3초면 충분하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집에서 하는 모든 행동 중 휴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색감과 디자인이 따듯한 원목가구, 그리고 다양한 조명으로 공간을 꾸몄다. 보통의 집처럼 획일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었다.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침대 맞은편에 있는 조그마한 커피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 집에서 햇살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곳인데 햇살을 맞으며 차 한잔하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내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이다.

이 공간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잠자는 시간이 가장 많고, 혼자 시간을 보낼 때는 주로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거나 독서를 한다. 스튜디오와도 붙어 있다 보니 친구들이 종종 놀러 오는데 그럴 땐 탁구를 치거나 축구 게임을 한다. 사실 집과 스튜디오의 경계가 모호하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함께 늙어가고 있는 귀여운 식물과 방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다양한 조명. 식물은 주로 아프리카가 고향인 짧고 뚱뚱한 종을 많이 기르는데, 귀여운 모습과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모두 다른 디자인으로 설치한 펜던트 조명 또한 보는 재미와 함께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꾸고 싶은 공간도 있나?
화장실과 샤워실의 완벽한 분리와 좀 더 쾌적한 주방을 만들어 요리를 해보고 싶다. 원래 창고로 쓰던 넓은 공간을 개조하여 살고 있다 보니, 수도나 가스 등의 기본 공사가 부족한 곳들이 있어 아쉽다.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창고나 큰 수납장이 없다보니 물건이 여기저기 있어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 뭐든지 다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거실의 비어 있는 벽에 무늬가 예쁜 원목으로 작은 저장고를 만들 생각이다.


박세라
모델 · 성동구 금호동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검은색 푸들 한 마리가 달려오며 그보다 더 격렬할 수 없게 맞이해준다.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흔드는 루니와 목욕 중인 친동생 카카는 박세라의 반려견이다. 맞다, 박세라는 흔히 말하는 ‘축(구)빠’다. 박세라는 이곳으로 이사한 지 이제 막 4개월이 됐다. 이사 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조를 감행했다. 우선 아파트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낮은 천장을 뜯어 개방형으로 바꿨다. 15cm 정도 높아졌을 뿐이지만 답답한 느낌이 확 사라졌다. 모든 방문을 미닫이로 바꿔 공간 활용과 디자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바닥의 대리석만 살리고 부엌과 화장실의 벽도 타일로 모두 바꿨다. 화보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나 평상시 호탕한 성격과는 달리,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었나?
집은 제일 편안한 공간이어야 하기에 자연스러움에서 묻어 나오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늘어난 살림살이가 빈티지한 느낌이 많아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햇빛. 사방에서 빛이 들어오게 하려고 유리를 전부 빗살무늬 통유리로 제작해 채광이 잘 되도록 했다. 빛이 주는 따뜻함은 그 어떤 조명으로도 담아낼 수 없으니까.

이 공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화장실과 주방.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의 화장실을 아주 연한 살굿빛과 무광 베이지 타일로 포근하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게 꾸몄다.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주방의 경우 문이 없는 상부 장을 만들어 아기자기한 그릇들과 주방 도구로 채웠다.

자신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어디인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 다이닝 룸. 식탁이 있는 공간은 조명, 식탁, 책꽂이나 빛이 들어오는 창문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이 공간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같은 의자지만 용도가 다르다. 한 의자에서는 아침에 식사를, 다른 의자에서는 컴퓨터라든지 각종 업무를 본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아파트의 기본 섀시로 마감된 창문을 뜯어내고 나무 프레임을 이용해 만든 다이닝 룸의 창문과 조명.

이 공간과 관련해 지금 가장 구입하고 싶은 것은?
빈티지 스탠딩 조명이 필요하다. 현재 거실에 조명이 하나뿐이라 포인트로 조명을 하나 더 놓았으면 한다.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JOE YOUNG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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