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밴드는 서재페에서 우선 와인 한 잔으로 몸을 덥힌 다음 같이 뛰어놀자고 관객에게 청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테이블에도 빈 맥주병이 쌓여갔다.
쌍둥이처럼 똑 닮은 멤버들만 모여 있다면 밴드가 재미없어지겠지만, 정준영밴드는 유독 구성원의 개성이 제각각이다. 밀도와 비중이 다른 성분들이 모인 듯 좀처럼 섞이지 않으며 독특한 색깔을 만든다. 보컬이자 리더인 정준영이 수소 기구를 탄 듯 밴드를 분방하게 공중으로 붕붕 띄우면, 매사에 진지한 기타리스트 조대민이 묵직하게 추를 매달아 중심을 잡아준다. 살갑고 다정한 베이스 정석원은 서로의 차이를 중재하며 아우르고, 드럼 이현규는 이 모든 과정을 말없이 지켜본다. 서재페는 지금 4월 말을 목표로 EP 작업 중인 이들이 처음으로 신곡을 라이브에 올리는 무대가 될 거다.
정준영 씨는 올해 초에 솔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혼자 노래하고 무대에 설 때와 밴드로 음악 할 때 장르적으로 차이를 두기도 하겠지만 본인의 마음이나 자 세가 어떻게 달라지나?
정준영| 속도가 가장 다르다. 밴드 할 때는 작업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 솔로는 금방 하니까. 그리고 밴드로 할 때는 내가 산에 갔을 때 데리고 내려와줄 사람들이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면, 솔로로 할 때는 애초에 산에 올라가지 않는다. 어디까지 가야 하고 어느 선 안에서 해야 할지 안다고 할까.
힙합이나 댄스 음악이 대세인 음악 트렌드 가운데서 록 음악을 하고 있다. 밴드가 지향하는 색깔에 대해 멤버들이 서로 공유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조대민|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유튜브에서 서로 좋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있을 때 아이디어적인 부분이나 레퍼런스로 같이 들어보는 편이다. 단톡방에 링크를 쏴주기도 하고, 작업실에서 어떤 밴드 라이브 영상을 같이 보는 일도 있다.
정석원| 요즘은 애플뮤직에서 카테고리별로 신보가 뜨니까 찾아 들어보기 편하다. 최근에는 ‘the 1975‘ 음악을 좋게 들었다.
정준영| 나는 못 듣게 하는 편이다. 남의 음악을 많이 듣다 보면 그 느낌이 중심에 들어오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된다. 작업할 때는 어떤 음악도 안 듣는 편 이다.
뮤지션 입장에서 페스티벌 무대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정준영| 마음이 편하다. 콘서트는 우리를 보기 위해 기대하고 기다리며 온 관객들이라면 페스티벌은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즐기러 온 사람들이니까. 단독 공연은 집중되는 부담감을 갖고 한다면 페스티벌은 놀러 간 느낌으로 같이 즐길 수 있다.
정석원| 페스티벌에만 흐르는 공기가 있는 것 같다.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5월에 있을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정준영밴드가 준비하고 있는 뭔가를 소개해준다면?
정준영| 재즈 스타일로 편곡하거나 재즈 넘버를 커버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우리 2집의 신곡을 콘서트 전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무대가 될 거다. 팬들도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라이브로는 처음 만나는 거니까. 첫 앨범 곡들도 섞어서, 신나는 노래로 달릴 것 같다. 느긋하게 재즈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신나게 뛰어놀고 싶다면 우리 공연을 보러 오면 좋을 것 같다.
록밴드지만 멤버들도 재즈를 듣고 즐겨왔는지 궁금하다. 각자가 좋아해온 재즈 앨범 또는 뮤지션 하나씩 추천한다면?
조대민| 정준영을 제외한 세 사람 다 실용음악과 출신이어서 재즈 연주에 대한 경험이 있다. 다만 재즈가 내 장르는 아닌 것 같다. 이번 서재페에서는 팻 메시니 공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정준영| 나는 코린 베일리 래!
정석원| 실용음악과 다닐 때 재즈를 공부하고 재즈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베이스를 연주하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찰리 헤이든을 무척 좋아했다. 팻 메시니와 찰리 헤이든이 함께한 <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은 정말 멋지다. 재즈는 악기들 간의 소통이라고 보는데, 기타와 베이스 두 개의 악기로만 정말 깊은 대화를 나눈다.
조대민| 석원이는 실제로 콘트라베이스 연주도 한다. 이번에 서재페에서 활용하기 위해 오늘 일렉 콘트라 악기도 새로 구입했으니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음악 외에 요즘 멤버 각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정준영| 온라인 게임 <테라> 캐릭터를 키우는 RPG 게임 이다.
조대민| 드라마 <시그널>!
정석원|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다. 내일부터 학원에 나갈 예정이다.
이현규| 운동을 좋아한다.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윗몸 일으키기, 푸시업 같은 걸 한다.
정준영| 현규는 말근육의 소유자다. 드러머들이 웃통을 벗으면 멋진데, 서재페 때 뭔가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관객으로서는 각자 어떤 공연 보러 갈 것 같나?
정준영| 코린 베일리 래! 예쁘고 음악도 잘한다.
조대민| 내가 기타를 하니까 아무래도 팻 메시니.
정석원| 더티 룹스도 봐야지. 그리고 에스페란자 스팔딩도 음악 참 근사하다.
서재페에서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미리 한마디만 해준다면?
정준영| 술 많이 먹고 오세요(웃음)!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와인 같은 거 많이 드시지 않나? 편안하게 음악 듣다가 흥이 올랐을 때 우리 공연와서 같이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조대민| ‘재즈 페스티벌인데 왜 록밴드가 나오나’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음악은 장르를 떠나서 열린 마음으로 들을 때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무대에서만큼은 재밌게 할 거니까 그 부분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정준영| (조대민에게) 야 우리 정도면 양호해, 너무 재즈만 나와도 재미없다고.
정석원| 내 경우 자라섬도 1회 때부터 갔을 정도로 재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도 비슷한 스타일의 스탠더드 재즈만 나오면 듣는 입장에서 지치더라. 재즈거나 혹은 다른 장르거나 다양한 색깔이 아우르고 섞여 있을 때 페스티벌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정준영 밴드 화보 촬영 현장스케치>
정준영 밴드의 움직이는 영상 화보를 보려면 모바일매거진 5-1호 다운로드!
- 에디터
- 황선우, 이예지
- 포토그래퍼
- 조영수
- 스탭
- 헤어 아리(라뷰티코아), 메이크업 가은(라뷰티코아), 어시스턴트 홍수민
- 로케이션
- 호텔 수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