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따윈 필요 없어

공서연

루이 비통이 비디오 게임 <파이널 판타지 13>의 주인공인 라이트닝을 새로운 시즌의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다. 패션계가 주목할 만한 ‘비인간’ 캐릭터들을 좀 더 찾아봤다.

01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BB-8
BB-8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탄생시킨 새로운 스타다. 엄청난 물량의 굿즈를 팔아 치우며 부가 상품 시장을 평정한 이 대형 신인이라면 패션 하우스들도 탐낼 만하다. 성별이 모호해서 남성복과 여성복 중 뭘 입혀야 할지 모르겠다고? 상관없다.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루이 비통의 여성복 캠페인에 등장하는 시대니까. 그보다는 들어간 곳이 없이 나오기만 한 체형이 더 큰 문제다.

추천 브랜드_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런웨이에 등장한 풍성한 실루엣의 드레스라면, 뭐 걸칠 수는 있겠지.

02

<월-E>의 이브
월-E를 설레게 한 탐사 로봇 이브는 단순하고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미모를 자랑한다. 애플에서 인공지능 틸다 스윈턴을 출시한다면 이와
비슷할까? 워낙 뛰어난 외모라 웬만한 의상은 번들 키트처럼 척척 소화할 거다.

추천 브랜드_ 미니멀리즘의 대명사, 캘빈 클라인과의 궁합은 어떨까? 2016년 봄/여름 시즌 쇼장에 로봇과 드론을 등장시킨 필립 플레인의 미래 지향적인 컬렉션과도 잘 어울릴 듯.

03

<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의 마시
마시는 <더 피너츠> 시리즈에서 그다지 비중이 큰 캐릭터는 아니다. 활달한 페퍼민트 패티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이 우등생은 조용하고 소극적인 ‘너드’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하이패션이 어수룩한 안경잡이들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있는 시기가 아니던가. 예
상을 비껴가는 선택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추천 브랜드_ 레트로 무드와 너드 룩을 호사스럽게 재해석한 구찌의 컬렉션은 이 캐릭터를 위한 정답이다.

04

<인사이드 아웃>의 까칠이
<인사이드 아웃>의 다섯 감정 가운데서 까칠이의 스타일링은 단연 돋보였다. 복고풍 실루엣의 드레스를 입고 보랏빛 스카프로 포인트를 줬으며, 시큰둥하고 삐딱한 ‘패션 피플’의 애티튜드까지 액세서리로 장착했다. 디자이너들은 당장 다음 시즌 쇼의 프런트로 좌석을 하나 비워둘 것.

추천 브랜드_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콧은 2014년 컬렉션에 카툰 캐릭터인 스폰지밥을 등장시킨 전례가 있다. 2016년 봄/여름 시즌 쇼에 선보인 선명한 색감의 드레스는 까칠이에게도 잘 어울릴 거다.

05

<겨울왕국>의 엘사
겨울이 끝난 뒤에도 전 세계의 어린이들은 1년 내내 ‘렛잇고’를 불렀다. 몸매를 강조하는 반짝이 드레스 차림의 엘사는, 10세 미만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케이트 모스 한 다스와도 바꾸지 않을 불멸의 패션 아이콘이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제시카 래빗과 더불어 가장 요염한 애니메이션 디바로도 꼽힐만하다.

추천 브랜드_ 생로랑의 모델들은 머리 위에 티아라를 하나씩 얹은 채 런웨이 위를 걸었다. 하지만 진짜 여왕보다 왕관을 더 잘 소화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에디터
정준화
PHOTOS
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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