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의 ‘스’자도 모르거나 혹은 굳이 스냅챗을 다운받을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스냅챗 입문 가이드
포브스 선정 최연소 억만장자에 오른 CEO, 마크 주커버그의 30억 달러 인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이력 등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이슈를 몰고 다닌 스냅챗은 지금 단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존재다. 2011년 7월 에반 스피겔이 미국에서 론칭한 이 앱은 약 4년 만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위협하는 SNS 앱으로 거듭났다. 아쉽게도 현재 미국과 영국 10대, 20대 사이에서는 스냅챗이 독보적 사용률을 나타내는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한국에서는 모 포털사이트에 스냅챗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에반 스피겔과 열애설에 휩싸인 미란다 커의 이름이 뜬다.) 하지만 라인, 비트윈, 텔레그램과 같은 앱이 단순히 카카오톡의 대체제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앱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듯 미국에서 건너온 이 생소한 앱 또한 깐깐한 대한민국 스마트폰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먼저 스냅챗을 기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다른 점은 문자가 아닌 영상 공유가 목적이라는 점이다. 상대방에게 지금 이 순간을 담은 딱 10초 내의 영상만 보낼 수 있으며 추가로 영상 위에 낙서나 텍스트를 얹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모바일 메신저 앱과 같이 문자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영상을 보내는 게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특별하다는 것인지라는 의문이 들 때쯤 언급하고 가야 하는 기능은 바로 자동 삭제 기능. 사용자 설정에 따라 스냅챗의 모든 영상(‘스냅’)은 수신자가 영상을 확인한 후 1초에서 10초 사이에 완전히 사라진다. 마음에 드는 영상을 자꾸 돌려보고 싶은 마음을 공략하는 대신 영상을 한 번 보고 재생하는 순간 자동 삭제시킴으로써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솔직한 모습을 기록 하나 없이, 유출될 걱정 하나 없이 타인과 공유할 수 있게 배려한 셈이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가장 안전한 앱이라는 말에 설득되지 않았다면 늦은 새벽 술기운에 옛 애인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다음 날 이불 속에서 열심히 발차기를 한 기억을 떠올려보시길. 비록 정신 차리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에 잽싸게 메시지를 회수할 수는 없어도 상대의 휴대폰에 내 굴욕적인 메시지가 오래도록 남아 안주거리로 쓰일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자동 삭제 기능이야말로 꽤 똑똑한 기능이 아닐 수가 없다.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 외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앱의 기능을 갖췄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영상을 찍은 후 자신의 ‘스토리’에 스냅을 추가하면 친구들이 24시간 동안 스냅을 반복 재생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스냅챗은 지금 리한나,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스타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SNS 앱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마치 트위터에서 팔로하듯 스냅챗에서 친구로 추가하면, 스타가 스토리에 올린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24시간 내내 돌려볼 수 있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덕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소통 채널인 것이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디스커버’ 기능을 추가하는 모험 아닌 모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스냅챗은 이 디스커버를 통해 CNN, 데일리메일과 같은 뉴스 채널은 물론 MTV, 버즈피드같이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채널의 콘텐츠를 가장 스냅챗스러운 방식으로, 즉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스피겔은 이제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나 SNS를 넘어서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뉴스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물론 카카오톡이 명실상부 국민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금 스냅챗이 국내에서 메신저 서비스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앱 판매 순위에서 언제나 각종 사진 보정 앱이 상위권에 올라 있는 반면 보정 하나 없이 생생한 영상을 주고받는 것을 강조하는 스냅챗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질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새로운 앱 다운로드에 목말라 있다면 일단 다운받아보시길. 아, 특히 하루에도 별별 쓸데없는 나의 모든 것을 상대와 공유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연애를 진행 중이라면 이 앱에 무조건 만족할 수 있을 테다. 멈춰 있는 순간보다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지금 이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해줄 테니까.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