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들의 상상의 나래가 한껏 펼쳐진 백스테이지의 즉흥환상곡.
신(新)낭만주의, 와일드 로맨스
봄날의 대표주자인 화사하고 샤방한 파스텔 컬러의 향연을 이번 시즌에는 잠시 잊어주자. 가볍고 여린 듯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듯 묵직한 터치가 돋보이는 로맨틱 무드가 곳곳에서 목격되니까 말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생물학자이자 보태니컬 아티스트인 마리안느 노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프린트의 옷에 치크 블러셔가 강조된 창백한 얼굴을 더한 에르뎀이 대표적. 한편 속눈썹에 하얀 색상을 입혀 천사를 연상시켰지만 거칠게 커팅한 헤어스타일을 더한 하이더 애커만 쇼나 우아하고 낭만적인 무드의 의상에 눈썹 피어싱을 곁들인 로다테는 반전의 미학을 설파한 예라 하겠다. 이런 반전 로맨스는 알렉산더 매퀸 쇼에서 단연 돋보였다.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드라마틱 의상에 커팅이 독특한 블랙 마스크를 모델 얼굴에 씌워 마치 다크 여전사가 재림한 듯한 강렬한 신을 연출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프레임 안에서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파워풀하고요”라고 말했다. 컬러 플레이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매 시즌 대담한 메이크업을 보여주던 미드햄 커츠호프 쇼의 핑크와 레드 아이라인은 다소 난해한 듯 기괴했으며, 엠마누엘 웅가로, 장 폴 고티에 쇼에서는 눈이 시린 블루 아이와 레드 립의 이질적인 만남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헤어 스타일링의 미학
뷰티 스타일링에 있어 메이크업보다 영향력이 큰 것은 다름 아닌 헤어다. 마르니 컬렉션을 보자. 촉촉하게 젖은 듯한 헤어를 연출하는 것만으로 드라마틱한 장치를 더한 듯 전체적인 룩의 완성도를 크게 높이지 않았던가. 꼼데가르송은 돌돌 말아 올리고 부스스하게 부풀린 빅 헤어로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의 헤어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뷰티 신을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다채로운 스타일의 터번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쇼도 있었다. 미쏘니의 백스테이지를 책임진 헤어 스타일리스트 폴 한론은 “여류 소설가 제이디 스미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터번이에요. 섬세하고 구조적인 모양새가 얼굴에 리프팅 효과까지 준답니다”라고 덧붙이기도. 생로랑 쇼에서 목격된 검은 가죽 터번은 블랙 스모키 아이와 만나 파워풀한 섹시미의 정점을 찍었다. 헤어 액세서리와 모자 역시 이번 시즌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발렌티노 쇼나 보테가 베네타 쇼의 시뇽 헤어에 살포시 꽂힌 골드 핀은 발레리나를 연상시켰고, 돌체&가바나, 펜디 쇼의 꽃 장식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헤어스타일에 화려함을 부여했다. J.W. 앤더슨의 커다란 플로피 모자는 또 어떤가? “극적이다 못해 반항적인 면모까지 엿보게 한 장치가 되어주었죠.” 헤어 아티스트 앤서니 터너의 말이다
- 에디터
- 뷰티 디렉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JASON LLOYD-EVANS, InDigital Media, 박종원(Park Jong Won)(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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